[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케이터. 위험하면서도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명칭이다. 3년 전 김연아(23)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때 당시에 펼쳤던 경기력은 '여자 싱글 역사상 최고'라 말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피겨 스케이터로서의 경력을 떠나서 228.56점이란 점수를 세울 때는 최고의 정점에 도달해 있었다.
물론 시대에 따라 스케이터를 보는 기준은 다르다.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선수들의 기술과 점수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케이터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아는 피겨 역사의 가장 앞자리에 내세울 만큼 많은 업적을 세웠다. 김연아는 최소한 경기력만보면 역대 여자 싱글 선수들 중 최고였다.
신채점제는 구채점제와 비교해 더욱 디테일하게 점수가 매겨지는 것이 특징이다. 예전에는 대충 뛰어도 되는 점프가 신채점제 시대 이후에는 '매의 눈'을 거쳐야 했다. 실제로 상당수의 스케이터들은 신채점제의 세밀한 채점 기준에 곤혹스러움을 표시했다.
예전과 비교해 한층 더 까다로워진 신채점제의 시대에서 남자 선수 10위권에 근접할 정도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는 여자 스케이터는 김연아 밖에 없다. 김연아가 지난 1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막을 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218.31점의 점수는 남자 싱글 11위에 해당하는 점수였다.
또한 김연아는 신채점제가 도입된 이후 최초로 여자 싱글에서 200점을 돌파했다. 이후 다섯 번(2013 전국종합선수권까지 합치면 6번)이나 200점 고지에 깃발을 꽂았다. 여자 싱글 세계기록(228.56) 보유자는 물론 기술점수(TES)와 프로그램구성요소(PCS) 최고 점수도 김연아가 지키고 있다.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 점수(78.50)와 프리스케이팅 역대 최고 점수(150.06)의 주인공도 김연아다. 노비스 시절부터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모두 시상대 위에 올랐던 것은 피겨 역사상 김연아가 유일하다. 트리플 플립과 러츠를 가장 확실하게 구분해서 뛰는 유일한 현역 스케이터이자 기술과 예술을 모두 갖췄다는 평을 들었다. 이러한 점을 놓고 볼 때 김연아는 충분히 '역사상 최고'의 반열에 오를 자격을 갖췄다.
문제는 '올림픽 2연패' 달성 여부다. 피겨 역사상 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2연패 이상을 달성한 스케이터는 단 두 명이다. 1928년 생모리츠 올림픽을 시작으로 3연패를 달성한 소냐 헤니(노르웨이)는 피겨 스케이팅의 초석을 깐 대표적인 스케이터다. 그리고 1984년 사라예보 올림픽과 1988년 캘거리 올림픽에서 2연패를 달성한 카타리나 비트(독일)는 아직도 '피겨 스케이팅의 아이콘'으로 남아있다.
특히 비트는 피겨 스케이팅의 인기가 정점이었던 80년대를 장식한 최고의 스타였다. 남자 싱글의 브라이언 보이타노(미국)와 함께 피겨 스케이팅의 인기를 드높인 장본인인 비트는 '피겨 역사상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비트가 이러한 평가를 들을 수 있었던 원인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강심장'이라고 불리는 김연아처럼 비트도 주변의 비판과 라이벌의 견제를 강인한 정신력으로 극복해냈다.
김연아와 비트를 비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활동하던 시대도 달랐고 서로의 스케이팅도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김연아가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어낸다면 '역사상 최고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김연아의 '최후의 만찬'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김연아가 소치동계올림픽의 결과를 떠나 자신의 연기를 온전하게 표현해낸다면 피겨 여자 싱글 역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길 수 있다. 김연아는 "경기가 끝나고 점수가 나올 때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지막 무대가 될 소치올림픽을 행복하게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