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타이중(대만), 홍성욱 기자] 대만은 여행자들에겐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이안 감독의 영화 ‘음식남녀’에도 드러났듯이 소박한 음식과 화려한 음식들이 널려있다. 열대와 아열대 기후가 교차하는 지점이라 과일들이 풍부하고 섬나라라서 둘러싸인 바다는 해산물의 보고다. 육지와 멀지 않은 거리라 수출입도 자유롭다. 일본이 지배하던 시절 개발해놓은 온천까지 곳곳에 터져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보다 싼 물가는 여행자들에게 더 없이 즐거운 곳이다.
대만 중심부에 있는 타이중은 수도 타이베이와 남쪽의 가오슝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다. 타이완섬의 중앙부에 있어 타이중(臺中)으로 불린다. 보통은 간체(台中)로 표기한다. 타이중은 위치나 분위기로 볼 때 우리나라의 대전쯤이다. 구도시와 새로 개발된 신도시가 자연스레 어우러져있다. 인구는 2006년 8월에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 곳에 오면 게을러진다. 잘 먹고, 도시를 천천히 걸으며 일상을 벗어나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사람들도 푸근하고 정겹다. 편안하고 웃음이 넘치는 곳이다.
이런 차분한 도시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를 개최하면서 들썩이고 있다. 누구나 야구를 사랑하고, ‘스포츠=야구’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곳인 만큼 야구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지만 이번 대회의 열기는 유난하다.
대만팀의 3경기는 입장권 발매와 동시에 매진됐다. 1순위는 물론 한국과의 경기다. 얼마 남지 않은 현장 판매분을 사기 위해 인터컨티넨탈 구장 앞은 새벽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두 차례 대만팀의 경기 때는 2만명 수용의 야구장에 무려 2만5천명이 입장했다. 25%나 초과된 셈이다. 덕분에 관중석은 계단까지 앉은 인파로 빼곡하다. 서서보는 관중도 제법 된다. 입장권 관리 문제라기 보단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현장에서 야구를 보고 싶다는 열기로 해석된다.
대만은 이번 대회에 자국의 영웅 왕첸밍이 참가하는 것에 고무됐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MLB(메이저리그) 구단으로 가는 시나리오를 대만인들은 성원하고 있다. 실제 왕첸밍은 첫 경기인 호주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보여주며 대만의 야구열기에 불을 붙였다.
더구나 한국을 5-0으로 이긴 네덜란드에 8-3으로 역전승을 거두자 대만 현지 언론은 ‘2라운드 진출’이었던 1차목표는 이미 달성했다는 듯 목표를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이 4일 호주에 6-0으로 승리한 직후, 대만의 TV는 한국과의 국제대회에서 대만이 극적인 승리를 거둔 장면을 편집해서 보여줬다. 2003년 삿포로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연장혈투 끝에 10회에 5-4 역전승을 거둔 장면과 2006년 대만에서 열린 대륙간컵에서 역시 12회 연장 끝에 9-7로 이긴 장면이 이어졌다.
지난해 조별예선을 거쳐 WBC 1라운드에 진출한 대만은 2회 대회 준우승으로 예선 없이 1라운드에 직행한 한국을 경계했다. 특히나 두 차례 WBC와 베이징올림픽 등 큰 대회에서는 한국에게 졌기에 이번 홈그라운드 경기는 단단히 벼르고 있다. 대만 입장에선 최고의 설욕 기회인 셈이다. 비록 왕첸밍은 투구수 제한에 걸려 오늘 경기에 나올 수 없지만 펑정민, 린즈셩, 양다이강까지 폭발한 타선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우리나라는 4일 호주전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오늘 대만전은 승리도 빡빡한데 6점 이상 승리를 거둬야 하는 핸디캡까지 떠안고 있다. 더구나 기존의 두 경기가 대만 관중 없이 우리나라 응원단만 한 켠에 있었던 상황이라면 오늘은 그야말로 적지에서 치르는 힘든 경기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큰 경기 경험이 많고, 관중이 들어차야 경기를 할 맛이 난다고 한다. 어제 입국한 400여 한국 응원단도 큰 힘이다.
모처럼 아침부터 해가 쨍쨍하다. 요며칠 느낀 한기와는 사뭇 다르다. 야구장에 나가면 더 따뜻할 것 같다. 후끈 달아오른 대만의 야구열기 속에서 우리 선수들은 어떻게 경기를 풀어낼까. 기대되는 오늘 밤이다.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네덜란드전에서 승리를 거둔 대만팀(위)과 4일 호주전에서 응원전을 펼치는 한국 응원단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