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3.20 09:30 / 기사수정 2005.03.20 09:30
재치있는 입담과 현장감있는 중계, 그리고 해설가와의 완벽한 호흡으로 많은 프로야구,농구 팬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캐스터, 바로 SBS스포츠의 임용수 캐스터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임용수 캐스터를 19일 SK와 롯데의 문학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를 가졌다.
평소 중계때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처음 하는 인터뷰 진행이라 긴장한 필자를 편하게 이끌어 주었다. 평범한 질문에도, 때로는 진지하면서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답변을 해 주었다.
- 반갑습니다. 주로 인터뷰를 하시는 입장인데, 오늘은 인터뷰를 당하고 계십니다. 느낌이 어떠신지?
▲ 우선 기분은 좋죠. 누가 나에 대해 궁금하고 관심있어한다는 증거니까 좋은일이죠. 익숙치 않아서 그렇지요. 질문하신것처럼 내가 늘 누구를 인터뷰하고 취재를 했지 이런 경험은 별로 없다보니까 익숙치는 않죠.
- 캐스터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 제가 87학번입니다. 전에 다른 직장을 다니다가 95년 뒤늦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SBS스포츠)는 97년에 지금 KBS스카이에 있는 조민호 아나운서, MBCespn에 있는 한명재 아나운서, MBC에서 '화제집중' 프로그램을 맞고있는 김성주 아나운서등과 함께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스포츠 방송을 시작한 것은 97년부터입니다. 전에는 일반 방송을 했습니다.
- 캐스터가 된 계기가 있다면?
▲ 전부터 관심이 있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전에는 일반 직장을 다니다가 뒤늦게 준비했고, 공채모집에서 나이가 딱 걸렸지만 결국 입사하게 됐습니다. 열성적이진 않았지만 전부터 스포츠를 좋아했지요. 그리고 캐스터일이 제 적성에도 맞는것 같아요. 스포츠는 알다시피 예측할 수 없는 일이 계속 벌어집니다. 캐스터의 역할이란게 이러한 스포츠경기에서 드라마처럼 대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찰흙으로 여러가지를 만들듯이 자기가 꾸밀수 있다는 점이지요. 그게 제 적성과 잘 들어맞는것 같아요.
- 캐스터를 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 쉴 틈이 없다는 점이지요. 다른 캐스터들도 그렇지만 저도 야구뿐만 아니라 농구, 때로는 배구까지 중계하게 되거든요. 이렇게 하려면 선수 정보, 경기 룰 공부등도 해야되니까 쉴 시간이 없다는 점이지요. 그리고 중계때문에 일반인들과 달리 빨간날이면 더 바쁘니까요. 요샌 친구들이 자기네들 끼리만 시간 약속잡고, 저한테 약속도 안 알려준다니까요. 그리고 선배중에 '파일럿 하나 키워내는 것보다 스포츠캐스터 하나 키워내는 게 더 어렵다'고 말하시는 분도 계세요. 그렇게 인원이 적다보니 능력 유무를 떠나서 해야 할일이 너무 많아지는것도 힘든점 중 하나죠.
- 야구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상황 자체가 똑같지 않다는 점이예요. 많은 스포츠들이 그렇지만 예측을 할 수 없다는 점이지요. 우리의 삶도 그렇잖아요. 저도 지금 이 곳에 서 있지만 잠시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야구도 그런 것 같아요. 점수 나는것도 오늘경기처럼 안타로 날 수 도 있고, 홈런으로 날 수도 있고, 꼴찌가 1등잡을수도 있고 하는 점들이요.
-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 우리나라 최장 시간 게임이었던 2001년 열렸던 LG와 두산과의 게임이예요. 그 날 무려 5시간 45분동안 경기를 했죠. 그 날이 낮 경기여서 7시경에 약속을 잡아놨었습니다. 근데 경기가 안끝나더군요. 약속은 물론 취소됐죠. 약속은 그렇다치고 이 경기가 어떻게 끝날까 궁금해 지더군요. 이런 경기에서 지는 팀은 상당한 데미지를 입게 되거든요. 다행스럽게도 양팀이 3:3으로 비겼습니다.
- 많은 분들이 임용수 캐스터의 중계를 좋아하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 아마도 이런 부분때문에 저를 좋아하시지 않나 생각하는데요, 저는 중계를 하면서 야구면 야구 이야기, 농구면 농구 이야기만을 안합니다. 사실 야구를 3시간동안 말할만큼 야구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우리들이 스포츠를 좋아하는건 스포츠에 우리들의 삶이 담겨져있기 때문인데요. 삶에도 잘 나갈때도 있고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잖아요. 야구선수도 잘 맞을땐 한없이 잘 맞다가도 슬럼프기간때는 안맞는데요. 이게 사실 야구선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야구선수들과 같거든요. 저는 그래서 스포츠 중계를 하긴 하지만 소시민들의 이야기와 시사적인 이야기를 많이합니다. 요즘 3월에 눈이 많이왔는데, 다른사람들이 그냥 '날씨가 안 좋다' '3월에 눈이 온다'고 이야기 할 때 저는 '지구가 아프다,그러니 3월에 눈이 많이 오는게 아니냐. 근데 이건 인간이 망친거다'등 시사상식적인 것을 말합니다. 이게 여러분들이 저의 중계를 좋아하는 요인이 아닌가 싶군요.
- 이것 외에도 현장감있는 중계와 재치있는 입담으로 사랑을 받고 있으신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십시오.
▲ 저는 일종의 서비스 업이거든요. 현장에 없어도 현장에 있는 것처럼 안방 시청자들에게 해드리는게 제 임무입니다. 내가 볼 때는 별거 아닌 플레이지만 자신이 응원하는 플레이 하나하나에 그 팬들은 얼마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겠습니까. 전 이 것을 고스란히 전해드릴려고 노력합니다. 예전에는 '캐스터는 감정이입을 하지 말아야된다'고 했지만 저는 어느 팀 팬이 봐도 같이 즐길수 있도록 해주는 도우미 역할을 할려고 합니다.
- 중계 중에 독특한 멘트들을 자주 하시는데요, 미리 준비하시는지?
▲ 의도적으로 준비하는 부분도 있긴한데, 의도적으로 한다고 쓸 순 없어요. 평상시에 생각과, 주로 즉흥적으로 나온다고 봐야죠.
- 임용수 캐스터 싸이월드에 가보니 MBCespn 캐스터분들과도 친하신 것 같은데.
▲ 지금 일하고 있는 이 곳이(SBS스포츠) 스포츠채널로는 가장 먼저 생겼습니다. 지금 KBS스카이, MBCespn등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캐스터들이 이 곳을 거쳐갔습니다. 그래서 방송사만 달랐지 모두 친합니다. 정기적으로 모임도 갖고 송년회 모임도 갖곤 합니다.
- 중계를 많이 하시다보니 실수 한적도 많을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실수는?
▲ 예전 성남에서 필드하키 몇경기를 연속으로 중계 한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한국과 호주가 경기를 했는데, 다음 경기가 되도 이 말이 입에 붙으니까 다른나라 경기인데도 계속 한국과 호주라고 이름이 나오더군요. 또 필드하키같은 경우 전반이 끝나면 진영이 바뀌는데 그걸 까먹고 A팀 7번선수를 B팀 7번선수라고 말한적도 있었습니다. (웃음) 그리고 야구경기같은경우는 낮경기의 경우 공이 뜨면 잘 안보입니다. 기록지같은 것을 보다가 공이 뜨면 상황 판단이 잘 안되죠. 이럴땐 다른얘기를 슬쩍 꺼내놓고 반응을 살펴봅니다. 해설위원한테 말을 넘기기도 하구요. (웃음)
- 마지막으로 팬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그냥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야구장이나 농구장 찾아오셔서 즐겁게 즐기다 가시고, 집에서 계실때는 제 중계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죠.
인터뷰가 진행되는 30여분간 임용수 캐스터는 서두에서 말했듯이 긴장한 우리를 잘 이끌어주며 인터뷰를 진행해 주었다. 방송인의 피와 스포츠인의 피가 반반씩 흐른다는 임용수 캐스터. 앞으로도 우리들에게 더욱 멋진 중계를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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