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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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왕, 청담동앨리스…드라마 속의 그녀들, 왜 이리 독해졌나

기사입력 2013.01.16 15:49 / 기사수정 2013.01.16 17:4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수애와 문근영이 독을 품었다. 드라마 속 그녀들은 더 이상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지 않는다. 부유층 자제를 만나 신분이 급상승하는 '신데렐라'도 꿈꾸지 않는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기 시작했다. 또한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재벌가의 남성에 기대지 않는 것은 물론 사랑하는 남자도 배신한다. '운명의 덫'에 걸린 그녀들은 남자의 도움에 더 이상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거침없이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여인들의 이야기가 요즘 드라마의 주요 소재가 됐다. '나쁜 남자'가 유행하면서 그들에게 당하는 모습이 한동안 비쳐졌다. 그러나 어느새 남녀의 위치가 변했다. 드라마의 주 시청자 층인 여성들은 수동적인 여성상에 식상했다. 또한 시크한 '나쁜 남자'보다는 희생적인 '착한 남자'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주는 대로 다 줘. 모두 받을 테니까.

14일부터 방영된 SBS 월화드라마 '야왕'에 등장하는 주다해(수애 분)는 강한 여자다. 가난한 고아 출신인 그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불사한다.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남자인 하류(권상우 분)에게 "난 주는 대로 다 받아"라고 말한다.

하류는 호스트까지 하면서 벌어들인 돈으로 다해를 뒷바라지 한다. 하류의 인생에서 다해는 모든 것이지만 야망에 가득 찬 다해에게 하류는 그저 자기 일생에서 일부일 뿐이다. 다해의 시선은 '세상의 정상'을 향하고 있다. 한 나라의 퍼스트레이디가 되기 위해 하류의 순정을 끊임없이 이용한다.

SBS 주말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의 여주인공인 한세경(문근영 분)은 재벌 2세 차승조(박시후 분)의 지원을 받는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가 진행될 듯이 보였다. 하지만 한세경은 차승조의 손길을 거부하고 스스로 자기 길을 개척하는 쪽을 선택한다.

주다해와 한세경의 공통점은 남자에게 기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자신을 뒷바라지하는 남자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한동안 국내 안방을 사로잡았던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된 공식은 '평범한 여자가 특별한 지위에 있는 남자의 보호 아래 신분상승을 이룬다는 것'이었다. '백마 탄 왕자'를 만나 마음을 얻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그러나 주다해와 한세경은 이를 거부한다. 그동안 '백마 탄 왕자 만나기'에 열광했던 여성 시청자들은 새로운 여성상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갈증은 남자의 도움을 거부하고 자신의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면서 해소됐다. '청담동 앨리스'는 시청률 10% 중반 대를 유지하며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2회가 방영된 '야왕'도 첫 출발로는 나쁘지 않은 7.8%대를 기록했다. 

기존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은 '내 인생에는 사랑 밖에 없어'라고 외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사랑'은 자기 삶의 일부일 뿐이다. 시청자들은 사랑에 모든 것을 건 여성 캐릭터보다는 자신의 꿈을 위해 정진하는 당찬 모습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심지어 여주인공이 남자읭의 순정을 이용하는 장면에서는 쾌감마저 느끼고 있다.



'나쁜 남자' 이야기는 이제 그만, '착한 남자'도 보여줘


특별한 이유 없이 끌리는 매력. 평소에는 시크하지만 여자를 사로잡는 매력을 가진 '나쁜 남자'가 한동안 유행했다. 그러나 유행도 주기가 있는 것처럼 '나쁜 남자' 이야기는 더 이상 대세가 아니다.

지난해 KBS에서 방영된 '세상 어디에도 없을 착한 남자'는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나쁜 남자의 차가움에 열광했었던 여성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모든 것을 다 주는 남자'와 재회했다. 이 드라마에 등장했던 강마루의 이미지는 '청담동 앨리스'의 차승조와 '야왕'의 하류로 이어졌다.

남성 캐릭터가 착해질수록 여성 캐릭터는 더욱 강해졌다. 물론 현실에서는 아직도 남성이 주체가 돼 여성을 이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위치가 역전되는 경향도 늘고 있다. 그런 탓인지 여성 시청자들은 더이상 고정된 틀에 갇힌 남녀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

여성 시청자들의 시선은 한동안 나쁜 남자를 바라봤다. 그러나 지금은 유순한 남자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이러한 드라마의 흐름이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양한 인간상을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의 기호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가 독해진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사진 = 수애 (C) 엑스포츠뉴스DB, 청담동 앨리스 (C) SBS 방송 장면 캡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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