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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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P] 연봉 삭감에 대한 일본 선수들의 자세

기사입력 2012.12.21 13:47 / 기사수정 2012.12.21 16:15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비시즌에는 야구장이 썰렁하다. 하지만 그라운드 밖은 여전히 뜨겁다. 팬들은 이적, FA, 해외용병 수급, 재계약 등으로 흥미를 느낀다.

팬들과 언론이 생산하는 콘텐츠는 한국이나 옆나라 일본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재계약을 대하는 일본 선수들의 자세는 다소 생소하다. 연봉 인상과 삭감 등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 보인다. 

연봉 인상은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삭감을 받아들이는 일본선수들의 자세는 오히려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다. 

그들은 왜 자진 삭감을 택하나

메이저리그 진출 실패 후 한신타이거즈 입단을 택한 니시오카 츠요시는 자진 삭감을 얘기할 때 늘 존경받는 대상이 됐다. 니시오카는 2009년 최악의 해를 보냈다. 부상으로 인한 WBC 탈락, 0.260의 타율과 116개의 안타로 선수 생활 이후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또 팬들과 응원 현수막 문제로 인해 설전을 벌이는 등 경기 안팎으로 좋지 못했던 시즌이었다. 지바롯데는 시즌 종료 후 팀의 핵심선수라는 이유로 동결 혹은 인상을 내걸었지만 니시오카가 용납하지 않았다.

니시오카는 “나는 지바롯데를 대표하는 선수다. 대표팀에도 가지 못했고 팬들에게도 죄송하다. 연봉을 삭감하겠다”라며 계약서 액수를 볼펜으로 그어버렸다.

자진 삭감을 선택하는 흥미로운 이유도 있다.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전설’ 미야모토 신야는 올해 재계약 협상에서 삭감을 통보 받았다. 하지만 미야모토는 당초 정해진 액수 이상을 깍았다. 그는 “내 연봉을 더 깍아 팀의 마스코트를 위해 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미야모토는 팀의 정신적 지주로 2010년 임창용의 잔류에도 기여했다. 미야모토는 구단 프런트부터 '배트보이(Bat boy)' 역할을 맡는 등 모두를 아우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야모토는 “야쿠르트의 마스코트는 아무나 할 수 없다. 마스코트도 우리와 함께 간다”고 밝혀 팬들을 열광시켰다.

부진에 의한 삭감, 어떻게 받아들이나

올해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히가시데 아키히로는 연봉 9,000만엔에서 1,000만엔이 삭감됐다. 히가시데는 “극히 부진했지만 방출하지 않은 구단에 감사하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히가시데는 올해 부상으로 91경기에 출장해 0.242의 타율을 보였다.

지바롯데의 이마에 사토시도 연봉 삭감을 당했다. 하지만 의외의 긍정적인 모습이 팬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이마에는 “노장이 받아야 할 돈을 신인이 받는 것이 이치에 맞다”며 “단지 주장, 노장이라는 이유로 연봉을 더 받을 수 없다”며 기득권을 포기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포수 호소카와는 연봉 동결에도 눈물을 흘렸다. 호소카와는 “당연히 감봉이라 생각했는데 동결이 됐다. 영원히 소뱅맨이 되고 싶다”며 각오를 밝혔다.

‘프로야구 선수’라는 막대한 가치

일본 선수들이 연봉삭감, 동결에 대해 이같은 자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니칸스포츠는 두가지 이유를 꼽았다. 하나는 두터운 선수층으로 정글같은 경쟁을 하는 프로야구 문화이고 둘째는 긍정적인 언론 마인드다.

니칸스포츠는 “일본야구는 하루 아침에 방출되기 쉬운 구조다. 아무리 영웅이었다 해도 선수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라며 1군 선수도 현역 생활 유지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이유는 미디어 교육을 통한 철저한 구단 문화를 꼽았다. 니칸스포츠는 “프로야구는 일종의 서비스 직종이다. 기분이 나뻐도 순화해서 말해야 한다. 프로야구가 부정적 이미지로 뒤덮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며 구체적인 이유를 언급했다.

야구선수의 품격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야구 선수로서 생활을 이어주는 팀에 대한 감사, 그리고 스스로 자존심을 깎아내리지 않으려는 마인드다. 편안한 생활을 할 법한 1군 선수들의 이러한 마인드는 신인, 2군 선수들에도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사진 = 요미우리 선수들 ⓒ 엑스포츠뉴스DB]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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