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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아사다가 지상에 있을 때 김연아는 천상을 날았다

기사입력 2012.12.09 07:24 / 기사수정 2012.12.09 07:2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선수 생활을 할 때 늘 (아사다)마오와 경쟁을 하면서 보낸 것 같다. 좋은 경쟁자가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고 서로에게 좋은 자극을 줬다."

김연아(22, 고려대)와 아사다 마오(22, 일본). 같은 해(1990년) 같은 달(9월)에 태어난 이들은 묘한 운명을 가지고 있다. 주니어 시절과 시니어 시절을 함께 보낸 이들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이란 동일한 목표를 위해 땀을 흘렸다.

그리고 지난 8일(한국시간) 한 명은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또 다른 한 명은 러시아 소치에서 연기를 펼쳤다.

소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한 아사다는 196.80점을 받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개인 통산 그랑프리 우승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그리고 도르트문트에서는 김연아가 현역 복귀 무대를 가졌다. 1년8개월 만에 심판들 앞에서 선 그는 그동안의 공백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아사다가 그랑프리 6차대회인 NHK트로피 쇼트프로그램에서 세운 67.95점은 올 시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였다.

김연아는 복귀와 함께 올 시즌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를 갈아치웠다. 72.27점을 받은 그는 올 시즌 처음으로 쇼트프로그램 70점 고지를 넘은 주인공이 됐다. 특별한 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연아의 기량과 연기는 레벨이 달랐다. '무결점'으로 불리던 김연아의 전성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 이었다.

아사다의 우승보다 김연아의 복귀가 더욱 강렬했던 이유

상당수의 피겨 전문가들은 "아사다도 잘 하는 선수지만 (김)연아 만큼은 아니다. 연아처럼 모든 것을 골고루 잘하는 선수는 정말 보기 드물다"고 입을 모았다. 주니어 시절 최고의 유망주로 관심을 받은 아사다는 시니어 무대로 접어들면서 끊임없이 기복을 보였다.

또한 김연아와의 경쟁에서도 패배할 때가 많았다. 김연아는 시니어 데뷔 후 19번의 국제대회에 출전해 무려 13번 정상에 등극했다. 그리고 19번 모두 메달권에 진입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반면 아사다는 메달권에 들지 못할 때가 많았고 지난해와 올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6위에 머물렀다. 두 선수가 걸어온 과정과 남긴 기록을 보면 '라이벌'로 부르기 무색할 정도다.

아사다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트리플 악셀은 물론 3+3 콤비네이션 점프 없이 정상에 올랐다. 트리플 대신 단독 더블 점프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김연아는 한동안 여자 싱글에서 볼 수 없었던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했다. 이 점프를 구사하는 스케이터들은 있었지만 김연아처럼 1.23점의 높은 가산점을 챙기지 못했다.

김연아가 안정적인 경기를 펼친 아사다보다 훨씬 퀄리티가 높은 연기를 보여줬다. 스핀에서는 레벨4를 받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전체적인 밸런스를 볼 때 흠잡을 때가 없었다.

소치의 점프는 지상에 머물렀지만 도르트문트의 점프는 천상으로 도약했다

김연아의 오랜 동반자이자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캐나다)은 지난 8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안무가로서 김연아의 복귀를 환영하고 내심 욕심도 생긴다. 김연아처럼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스케이터에게 안무를 제공하는 나는 매우 행복한 고민을 느낀다"며 "예정된 준비를 올바르게 거치면 다시 한번 대단한 일을 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윌슨의 예언은 적중했다. 김연아는 자신의 기량이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해냈다. 지난 8월에 열린 아이스쇼에서 김연아는 '록산느의 탱고'를 연기하던 도중 트리플 러츠를 구사했다. 이때부터 기대감은 한껏 달아올랐다. 훈련 과정을 지켜본 관계자들의 증언도 예사롭지 않았다.

이런 점을 볼 때 아사다는 지상에 머물렀지만 김연아는 천상을 날고 있었다. 경쟁자는 다른 스케이터들이 아니라 자신이 세운 기록 임을 또다시 증명했다. 소치를 향해 새로운 돛을 올린 김연아의 출항은 너무나 멋지게 너무나 완벽하게 시작됐다.



[사진 = 김연아 ⓒ Gettyimages/멀티비츠]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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