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상암, 조용운 기자] 축구장에 말이 등장했다. 그것도 우승팀의 세리머니가 펼쳐지고 있는 시간에, 우승팀 감독이 직접 말을 타고 나타났다. 분명 독특했다.
지난 21일 제주 유나이티드를 꺾은 FC서울은 우승을 조기 확정 지으며 화려한 우승 세리머니 준비에 들어갔다. 25일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전북 현대와의 경기보다 끝난 후 열릴 서울의 축제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가장 기대하게 한 인물은 바로 최용수 감독이었다. 선수 못지않은 과격한 세리머니와 지난 7월 K리그 올스타전에서의 '뱃살텔리' 세리머니까지 감독이 보여주는 환희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최용수 감독은 안그래도 우승을 앞두고 최용수 감독은 "상상력이 풍부한 세리머니를 준비 중이다. 기대해달라"고 말해 미디어 팬들의 눈을 집중시켰다.
과도한 관심이 쏟아져서였을까. 최용수 감독은 경기 전만 해도 "쑥스럽다"며 한 발 빼는 모습이었다. 세리머니가 진행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선수들이 하나같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는데도 최용수 감독은 옆에서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위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최용수 감독의 세리머니가 대체 무엇일지 기대했던 모든 이의 맥이 빠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철저하게 계산된 시나리오였다. 우승 축하연과 뒷풀이에서 만난 이재호 마케팅팀장은 세리머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냈다. 우승을 확정 지은 후 세리머니로 머리를 싸매고 있던 이재호 팀장을 향해 최용수 감독이 전한 것은 '말을 타고 등장하겠다'는 당황스러운 말이었다. 깜짝 놀라 되물었지만 되돌아온 답은 말을 타겠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직원들이 바빠졌다. 말을 섭외하는 데만 이틀의 시간이 걸렸다. 당장 말을 구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다행히 수소문 끝에 한국승마교육원의 협조를 받아 7살 수컷 '아폴로'를 인계 받을 수 있었지만 아침 스케줄을 소화할 정도로 바쁜(?) 몸이었던 터라 수송하는 것도 일이었다. 더구나 보완까지 유지해야 했기에 구단 직원들에게도 쉬쉬하느라 애를 먹었다.
최용수 감독이 말을 타고 등장하자 경기장은 웃음과 환호로 휩싸이며 기대 이상의 반응이 나왔지만 못내 아쉬운 최용수 감독이다. 말이 샴페인에 놀라면서 낙마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최용수 감독도 긴장해 제대로 세리머니를 하지 못했다는 것.
인터뷰를 통해 "말이 도와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수입산 말 같다"고 푸념한 최용수 감독은 뒷풀이 자리에서도 말 세리머니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최용수 감독은 "말을 타고 싶다는 말에 군말 없이 직원들이 준비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이 서울의 진짜 힘이다"며 "프로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줘야만 한다. 팬들이 조금이라도 즐거워했다면 다행이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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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