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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국, 2002년을 떠올리게 하다

기사입력 2006.06.05 11:23 / 기사수정 2006.06.05 11:23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 뉴스=손병하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4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렸던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1-3으로 무릎을 꿇으며 상큼한 피날레를 장식하는 데 실패했다.

비록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지 못해 가벼운 마음으로 독일로 입성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우리의 문제점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가나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우리 선수들의 활약상과 문제점 등을 선수별로 정리해 봤다.

안정환-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공격수는 열 번의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단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열 번의 실수가 허락되는 것이 공격수인 만큼, 득점을 하기 위해 가능하면 많은 도전을 해야 한다.

안정환에게 우리가 바라는 것은 바로 한 번의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그의 득점 감각이다. 노르웨이전과 가나전에서 보여준 안정환의 모습은 실수를 너무 두려워한다는 것이었다.

본선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더 많은 슈팅과 상대 골문을 향한 도전이 요구된다.

조재진-탑스트라이커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청소년 대표와 올림픽 대표를 두루 거친 조재진은 분명 가능성 있는 공격수이다. 하지만, 아직 성인 무대에서 그 기량을 만개하기엔 많은 것이 부족해 보였다.

조재진의 가장 큰 단점은 스리톱의 꼭짓점인 탑스트라이커로서의 전술적인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탑스트라이커는 득점이 목표의 전부가 아니다. 중앙에서 볼을 받아 측면과 미드필더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도우미의 역할도 함께 해내야 한다.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후반 조재진의 활약은 탑스트라이커의 모습도 아니고 측면 공격수의 모습도 아닌 어중간함 그 자체였다. 전술에 대한 더 정확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박주영-좀 더 용감해져라

한국 축구가 박주영에게 걸었던 기대는 감각적인 그의 득점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대표팀에서 박주영의 경기를 보노라면 그런 감각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어딘지 모르게 위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측면 공격수 자리에 아직 완벽한 적응이 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경기 순간순간에 망설이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무서워할 게 없어야 할 신인이다. 좀 더 과감하고 용감해 졌으면 한다. 

설기현-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가나와의 경기에서는 후반 늦은 시간대 교체 투입되어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경기를 살펴보면 설기현 선수의 가장 큰 단점은 공격시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도 좋은 장면을 몇 차례 만들긴 했지만, 설기현의 가장 큰 단점인 공을 받는 순간 정지하는 나쁜 습관을 고쳤다면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을 것이다.

본선에서 설기현의 경험은 대표팀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오래된 습관을 당장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공격수에 치명적일 수 있는 그런 나쁜 습관은 반드시 고쳐져야 할 것이다.

이천수-먼저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

이천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스피드와 돌파 그리고 날카로운 프리킥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날카로운 프리킥과 코너킥을 여러 차례 선보이며 좋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정지된 상태가 아닌 플레이 중에 나오는 크로스와 패스는 좀 더 가다듬어야 한다. 이천수가 보여준 세 차례 어이없는 크로스는 대표팀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또,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평상심을 잃어버리는 것 또한 고쳐야 할 부분 중 하나다. 본선에서 그런 흥분은 경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지성-더 많은 것을 바라기엔 무리일까?

한국팀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선수를 꼽으라면 역시 박지성이다. 강한 체력과 예측을 불허하는 드리블, 여기에 공수를 넘나드는 활발한 활약은 한국 축구에 있어 심장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인 박지성이기에 조금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싶다. 바로 경기의 흐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가나와의 경기에서처럼 1-1 상황이 되었을 때,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그런 능력을 요구하고 싶다.

더 이상 잘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해주고 있지만, 그래도 박지성 이기에 더 한 기대를 갖고 싶다. 

이을용-왼발의 스페셜 리스트

확실히 이을용의 왼발은 날카로웠다. 지난 5월 26일, 보스니아-헤르체코비아와의 경기에서도 감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를 놀라게 했던 이을용의 왼발은 가나전에서 밝게 빛났다.

상대적으로 수준급 왼발 키커가 부족한 대표팀에서 이을용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보석 같다. 2002년 월드컵 3-4위 전에서 터키를 상대로 쏘아 올렸던 왼발 프리킥 골이 독일에서도 다시 터지길 기대한다.

김남일-그의 투지를 믿는다

잦은 부상으로 몸과 마음이 많은 고생을 했다. 김남일 선수 개인을 생각하면 본선에서 무리한 출전을 삼가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그가 빠진 중원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이기에 여전히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2002년의 강력한 압박에 날카로운 공간 패스가 더해진 김남일의 경기력은 대표팀의 수준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한 것이다. 김남일의 투지가 다시 독일에서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

이호-넓은 수비 범위에 가려진 섬세함

이호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넓은 수비 범위에 있다. 한국 선수에겐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그런 움직임을 보여주는 선수이다. 하지만, 그런 장점에 비해 큰 단점은 수비 범위가 넓다 보니 플레이의 세밀함이 떨어진다는 것에 있다.

가나와의 경기에서도 이호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사소한 실책을 여러 번 저질렀다. 볼 트래핑의 미스나 정확하지 않은 전방으로의 패스 연결 등이 그것이다.

중앙 미드필더인 이호가 이런 실수를 하게 된다면 그것은 곧 상대의 역습 허용이나 우리의 공격 기회가 무산되는 것으로 직결된다. 더 세밀하고 침착한 플레이가 요구되는 선수이다.

이영표-부족함이 없는 윙백

가나와의 경기에서 이을용 송종국과 더불어 제 몫을 다한 선수이다. 전반에 보여준 드리블 돌파와 크로스도 좋았고, 상대 공격수와의 1:1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도 수준급이었다.

다만, 가나와의 경기처럼 공격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과감한 오버래핑에 의한 새로운 공격 방법의 시도를 좀 더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비 부담이 작용하긴 하겠지만, 그런 활로를 개척하는 역할은 이영표에게 내려진 몫이다.

김진규-보약이 되었을 큰 실수

이번 경기에서 김진규는 참으로 귀중한 경험을 했다. 바로, 수비수로서는 절대 범해서는 안 되는 페널티킥의 허용이었다. 기량과 가능성에 비해 부족한 경험이 약점인 김진규임을 감안한다면, 이번 경험은 본선에서 좋은 보약이 될 전망이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있는 커버 플레이와 전체적인 수비 전술에 대한 이해는 김진규를 조금씩 성장시키고 있다. 차분하고 냉정함만 좀 더 보완한다면, 분명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김상식-미드필더 김상식

아드보카트 감독의 대표팀 운영에 단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바로 김상식의 활용이다. 김상식은 전형적인 미드필더다. 수비수에게 필요한 판단력과 예측 능력 그리고 클리어 능력이 김상식은 많이 떨어진다.

이날 경기에서도 김상식은 우리 진영 골에어리어 부근에서, 상대의 공을 차단하고도 이후의 판단을 빠르게 가져가지 못해 상대에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제공했었다.

미드필더는 이런 실수가 실점으로 직결되지 않지만, 수비수의 이런 실수는 실점은 물론이고 팀의 승패와도 연관된다. 노르웨이전에서도 미드필더 김상식은 만족스러웠지만, 수비수 김상식은 여전히 불안하다.

송종국-2002년을 떠올리게 하다

악착은 같고 정확한 판단에 의한 수비력과 적절하고 과감했던 공격가담, 여기에 전방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살리는 송곳 같은 감각적인 패스. 2002년의 송종국은 이러한 표현들이 어색하지 않았던 선수였다.

하지만, 적지 않은 좌절과 부상 그리고 실패를 거듭하며 나락으로 떨어졌던 송종국이 아드보카트 감독의 '1%'란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가나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수비력과 수준 높은 패스들은 충분히 4년 전의 그를 떠올리게 했다.

송종국이 남은 기간 조금만 더 컨디션과 감각을 회복해 준다면, 대표팀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오른쪽 윙백 자리가 말끔하게 치료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철-좀 더 수다를 떨어야 한다

중앙 수비수의 가장 큰 임무는 상대의 득점원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측면 수비수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상대를 봉쇄해야 하고, 4백에서 호흡을 맞추는 또 한 명의 중앙 수비수와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어야 한다.

헌데 경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영철의 입은 항상 굳게 닫혀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목이 쉴 만큼 쉴 새 없이 떠들며 수비 위치와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 중앙 수비수에 수다는 어쩌면 필수적이다.

수비라인 전체를 리드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더 적극적인 목소리와 의사 표현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운재-여전히 아쉬운 순발력

세 번의 실점이 모두 이운재 혼자의 힘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골들이었다. 하지만, 그 실점의 모든 책임이 골키퍼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실점의 최종 책임은 골키퍼에 있기 마련이다.

페널티킥을 제외한 두 번째와 세 번째 실점 상황에서 이운재의 순발력이 아쉬웠던 느낌은 분명 있었다. 분명 상대의 슈팅 상황에서의 판단은 옳게 가져갔지만, 이후의 움직임이 늦었었다.

2002년에 비해 대표팀의 수비가 많이 약해진 만큼 이운재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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