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잠실, 강산 기자] 포스트시즌(이하 PS) 데뷔 타석. 크게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 박준서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집었다. PS 데뷔전 첫 타석에서 동점 홈런, 데일리 MVP까지 모든 게 처음이었다.
박준서는 8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이하 준PO) 1차전 두산 베어스전서 8회초 대타로 나서 동점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2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의 맹활약으로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롯데의 역전극은 박준서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롯데가 3-5로 뒤진 8회초 1사 1루 상황. 롯데 양승호 감독은 손용석 대신에 좌타자 박준서를 내세웠다. 한 방을 기대하며 나간 것이다. 경기 후 박준서도 "만약 주자가 없었다면 (손)용석이가 나갔겠지만 주자가 있어서 내가 나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상대 투수 홍상삼의 2구를 완벽하게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는 비거리 110M짜리 동점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PS 데뷔 타석에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 것이다.
경기 후 만난 박준서의 표정은 너무나 밝았다. 그는 "PS 첫 타석이었는데 정말 뜻깊은 홈런이 나왔다. 정말 기뻤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너무 좋았다"며 웃어보였다.
5-5 동점으로 맞이한 연장 10회초. 무사 2루에서 박준서는 번트를 시도했다. 1점이 절실한 상황. 그의 번트는 투수 김승회와 포수 양의지 사이에 떴다. 김승회가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지만 글러브는 타구에 미치지 못했다. 번트 안타. PS 데뷔전서 전 타석 안타를 기록한 것이다. 곧이어 터진 황재균의 2루타에 3루까지 내달린 그는 손아섭의 스퀴즈 번트에 홈을 밟아 쐐기 득점까지 올렸다. 값진 득점이었다. 박준서가 롯데의 8-5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그는 이날 '데일리 MVP'로 선정돼 상금 100만 원을 받았다. 박준서가 프로 데뷔 후 처음 받는 상이다.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두려 할 때 뭔가 오는구나 싶었다"며 "계속 그만둘 때의 심정, 절박한 마음으로 야구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박남섭'으로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09시즌을 마치고 '박준서'로 개명했다. 잦은 부상 때문이었다. 그는 "부상이 너무 많아서 철학관에서 개명했다. 개명 이후에는 크게 다친 적은 없는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그는 올 정규시즌 주전과 백업을 오가며 롯데 타선에서 소금 같은 역할을 했다.
"사실 선두타자 대타가 가장 싫다. 반드시 출루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기 때문이다. 주자 있을 때 대타로 나가는 게 좋다. 박수도 받으면서 나갈 수 있지 않느냐"며 활짝 웃은 박준서는 2012년 준PO 1차전서 전국의 야구팬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해까지 11시즌 통산 타율 2할 2리에 그쳤던 그는 이번 정규시즌 타율 2할 7푼 5리(182타수 50안타) 2홈런 12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롯데는 박준서의 활약이 없었다면 실책 4개로 무너진 분위기를 시리즈 내내 안고 가야 했을지 모른다. 위기의 롯데를 구한 이는 다름 아닌 박준서였다.
[사진=박준서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