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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 김연경의 투혼이 韓배구에 남긴 교훈은?

기사입력 2012.08.13 07:26 / 기사수정 2012.08.13 09:3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여자배구의 마이클 조던' '여자배구의 메시'… 김연경(24)에게 따라붙은 호칭들이다.

36년 만에 올림픽 메달 획득에 도전한 한국여자배구의 도전은 문턱에서 아쉽게 좌절됐다. 조금만 더 일본 전진했다면 가능한 일이었기에 아쉬움은 컸다. 두 번 다시 쉽게 올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기에 '노메달'에 그친 여자배구선수들의 눈물은 더욱 안타까웠다.

특히 에이스인 김연경의 눈물겨운 투혼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해외 이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연경은 마음은 가볍지 않았다. 김형실 여자배구대표팀 감독도 걱정을 안고 올림픽에 임하는 김연경에 대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활약해 줄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김연경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볼을 때렸고 200점이 넘는 득점을 올렸다. 김연경에게 더 많은 활약을 요구하는 것은 욕심이 아닐까.

많은 전문가들은 런던올림픽 메달이 가능하다는 이유 중 하나로 '김연경의 존재'를 언급했다. 공격은 물론 수비와 리시브 그리고 블로킹까지 모두 잘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김연경의 존재는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러나 김연경 만으로 세계 3위권 안에 진입하는 것은 어려웠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을 꺾고 감격의 눈물을 쏟은 일본은 한국보다 2배, 혹은 3배 가까이 올림픽을 위해 노력했으며 철저하게 준비해왔다.

일본여자배구의 탄탄한 시스템은 한국과 비교되지 않는다. 국제무대에 경쟁력이 있는 대표팀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은 청소년 대표팀까지 이어진다. 또한 한국에는 없는 상비군이 존재한다.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좋은 활약을 펼쳐야만 1군에 진입할 수 있고 주전 선수로 뛸 수 있다. 일본은 대표팀 주전이 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자신이 출전할 기회가 오면 자신의 실력을 어필하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세미프로리그에 데뷔하는 신인 선수들은 철저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친다. 기나긴 장기 레이스를 치를만한 몸을 먼저 완성하는 것이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시스템 때문에 일본 선수들은 부상이 적고 신장이 작아도 기본기가 탄탄하다.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획득의 주역인 조혜정 대한배구협회 이사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패한 원인은 기본기에 있었다. 가장 중요한 기본기 문제가 반드시 이겨야할 경기에서 양 팀의 승부를 결정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5월에 열린 올림픽예선전에서 한국에 패한 일본의 준비는 치밀했다. 목적타 리시브를 한송이(28, GS칼텍스)에게 집중시켰고 김연경의 공격 횟수를 줄이기 위해 김연경에게도 서브를 구사했다. 또한 자체 범실을 줄이기 위해 강타와 연타를 적절히 섞으면서 한국을 공략했다.

두 팀의 가장 큰 전력 차이는 세터와 리베로에 있었다. 선수들의 평균 신장이 175cm에 불과한 일본이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적인 세터와 리베로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주전 세터인 다케시타 요시에(34)는 160cm가 되지 않는 단신 세터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엘레노라 로비앙코(32)와 함께 세계적인 세터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안 좋은 리시브도 공격수가 때리기 편하도록 오버 토스로 올려주며 언더 토스역시 매우 정교하다. 또한 블로킹 커버와 수비까지 가담하고 있다.

리베로인 사노 유코(33)는 모든 코트를 활발하게 뛰어다니며 상대의 볼을 걷어냈다. 수비 위치 선정도 매우 뛰어나고 블로킹 커버와 디그, 그리고 리시브까지 모든 궂은 일을 처리했다. 코트 전역을 커버하는 이들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에 공격수들도 더욱 살아날 수 있었다.



한국은 김연경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궂은일을 받쳐줄 선수가 부족했다. 대표팀 선수층이 탄탄한 일본과 비교해 한국은 선수 수급 없이 12명의 멤버로 이번 대회를 치렀다. 12명의 대표팀 선수들은 올림픽예선전은 물론 그랑프리 대회와 런던올림픽까지 모두 감당해야 했다. 한국과 일본이 걸어온 과정을 비교해 볼 때 준비가 더욱 철저했던 일본이 이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뛰어난 선수의 개인플레이에 의존하는 팀은 생명력이 짧다. 세계랭킹 1위인 미국을 꺾고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브라질도 조직력이 뛰어난 배구를 구사하는 팀이다. 예선전에서 한국에 0-3으로 패하며 충격의 일격을 당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팀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국배구는 여자는 물론 남자배구까지 '기본기 부재' 문제가 점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배구를 즐기고 기본기를 익혀야할 어린 선수들은 '승리 지상주의'에 시달려 '반쪽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김연경처럼 공수를 겸비한 선수들은 어린 시절에 완성된다. 그러나 기본기 보다는 이겨야 한다는 결과에 집착해 좋은 선수들을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기량에 의존하는 국내리그의 흐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으로 배구 유학을 다녀온 박주점 대한배구협회 기술 이사는 "일본은 몰빵 배구와 이기는 경기를 하기위해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지 않는다. 한 배구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쓰는 이유는 일본 선수들이 그들과 경쟁력을 다지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김연경이란 선수의 기량에 의존하는 풍토는 바람직하지 않다. 런던올림픽에서 보여준 김연경의 투혼은 한국 여자배구 발전을 위해 많은 과제를 남겼다.

[사진 = 김연경, 한국여자배구대표팀 ⓒ Gettyimages/멀티비츠]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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