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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세리머니' 박종우 논란과 '일장기 말소 사건'

기사입력 2012.08.12 22:46 / 기사수정 2012.08.12 23:17

이준학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준학 기자] 올림픽 축구대표팀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리머니' 논란과 관련해 약 80년 전 마라토너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소 사건'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종우는 11일(한국시각)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2대0으로 승리한 후 관중석에서 전달받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2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시상식에 박종우의 참가를 불허했다. 박종우가 정치적 메시지를 금하는 올림픽 규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올림픽 헌장에 따르면 올림픽 장소, 개최지 및 기타 장소에서 어떠한 형태의 발표나 정치적, 종교적 혹은 인종적 선전을 금지한다.

1936년 독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한 손기정은 2시간 29분 19초의 기록으로 골인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함께 출전한 남승룡도 3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문제는 시상대에 올라서면서 시작됐다.

당시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뛰었던 손기정과 남승룡은 시상대에 올라서도 기쁨을 표할 수가 없었다. 일장기가 올라가고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연주되자 두 선수는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당시 사진을 보면 손기정은 마치 일장기를 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다는 듯이 부상으로 받은 월계수로 가슴을 가리고 있다. 3위 입상자인 남승룡 역시 고개를 숙인 채로 시상대에 서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 두 선수의 활약상을 보도한 동아일보는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있는 일장기를 지워버린 채 보도했다.이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동아일보는 약 9개월간의 정간을 당하게 된다.




80년의 시차를 두고 일어난 이 두 사건은 우리에게 여러 생각거리를 던진다.

자신의 나라 국기를 달지 못한 故 손기정은 일장기를 달고 올라 선 시상대에서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반면 당당히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서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는데 공을 세운 박종우는 경기가 끝난 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한국 국민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 쓰여 있는 피켓을 들었다는 이유로 시상대에 올라설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한 세계인의 우애와 평화를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 면에서 갈등과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주장이나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가 자신의 국기를 달고 뛰는 것이 당연하듯이, 자기 나라 땅을 자기 나라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닐까. 물론 IOC 입장에서는 자칫 일본을 자극할 수 있는 '정치적 메시지'라고 해석했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구호는 두 번째 골 이후 구자철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이 '만세' 삼창을 외쳤듯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외침일 뿐이다. 

어쨌든 이번 논란은 한일간에 쌓인 역사적인 앙금이 스포츠에도 얼마나 깊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다. 이번 사건에서 한국인들이 분노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일본이 자신들이 저지른 역사적 과오에 대해 반성과 참회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사건이 이처럼 불거지고 파장이 커진 데는 일본 언론의 '부추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과 일부 언론이 보이는 과격한 반응들은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한다.

올림픽 정신에 맞게, 스포츠를 스포츠만으로 즐길 수 있는 때는 언제나 오게될까?  IOC의 현명한 판단과 대한축구협회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해본다.  
 
이준학 기자 junhak@xportsnews.com 

[사진 = 박종우, 손기정 ⓒ 엑스포츠뉴스 DB, IOC 홈페이지 캡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이준학 기자 junha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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