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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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지만 잘 싸운 女배구, 또 하나의 '우생순' 쓰다

기사입력 2012.08.10 01:1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험준한 사막을 거쳐오면서 단 한번의 오아시스도 만나지 못했다. 척박한 국내 배구 환경 속에서 선수들은 끝까지 선전했다.

김형실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얼스코트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준결승전에서 '세계 최강' 미국에 0-3으로 패했다. 공수에서 미국은 확실히 한국보다 한 수 위였다. 선수 전원이 모두 기본기가 탄탄했고 블로킹과 수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또한 한국과 가장 전력 차이가 많이 난 포지션은 세터와 리베로였다. 미국의 주전 세터인 버그는 다양한 공격수들을 고르게 활용하면서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지난 2010년 국내 GS칼텍스에서 활약한 데스티니 후커의 결정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은 미국과의 경기서 수비와 블로킹에서 열세를 보였다. 준결승까지 온 과정이 험난했듯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다. 여기에 어깨 부상 중인 주전 세터 김사니는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하지 못했다. 경기 내내 토스가 불안했고 김연경을 비롯한 공격수들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이탈리아와의 8강전에서 승리의 주역인 이숙자의 기용 문제가 아쉬움으로 떠올랐다. 이숙자는 3세트 7-14로 뒤쳐진 상황에서 등장했다. 한국은 순식간에 18-18 동점을 만들며 분전했지만 선수 교체는 너무나 늦게 이루어졌다.

올림픽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는 천금같은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것도 실로 대단한 성과였다. 여자배구대표팀은 협회의 지원이나 구단들의 선수 수급 없이 힘겹게 여기까지 왔다.

특히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는 시점에서 선수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7~8명의 선수들도 그랑프리 대회를 치렀고 '주포'인 김연경은 크고 작은 부상을 극복하고 팀을 위해 헌신했다.

여자배구선수들의 투혼은 결실로 이어졌고 결국 36년 만의 4강 진출로 결실을 맺었다. '죽음의 조'라 불린 B조에 속한 한국은 세계랭킹 1위(미국), 2위(브라질), 3위(중국) 등과 모두 경기를 가졌다. 특히 모든 팀들이 기피하고 있는 미국과 두 번에 걸쳐 경기를 치렀고 8강전에서는 세계랭킹 4위인 이탈리아를 만났다.

한국과 비교해 쉬운 상대들을 만나며 준결승에 오른 일본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힘든 일정을 정신력으로 극복한 투혼과 해보자는 일념으로 똘똘 뭉친 조직력은 런던에서 빛을 발휘했다.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여자배구의 우생순을 쓰며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한국은 브라질-일본 전의 패자와 동메달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사진 = 한국여자배구대표팀 (C) FIVB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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