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그랑프리 2012에서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쿠바, 터키, 일본 등과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지난달에 열린 올림픽예선전에서 전체 2위로 런던행을 결정지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세계 경쟁력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매거진V ①] 한국 女배구의 세계경쟁력, 어디까지 왔나
[매거진V ②] 나즈에게 들어보면 김연경과 한국 女배구
[매거진V ③] '숙적' 일본, "우리는 아시아가 아닌 세계를 원한다"
한국여자배구는 죽지 않았다.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세계예선전'에 출전한 대표팀은 5승2패를 기록하면서 전체 2위로 런던행을 결정지었다. 당초 대표팀은 아시아 1위를 노렸다. 하지만 한일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올림픽 예선전 결과만 놓고 보면 분명히 좋은 성과였다. 그러나 내실을 보면 문제점이 산적하다. 그랑프리에 출전한 터키와 일본의 대기 존에는 선수들이 넘쳤다. 이와 비교해 한국은 몸을 푸는 선수가 고작 2~3명이었다.
김형실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은 "현재 가장 큰 고민은 부상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체할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한국 女배구의 세계경쟁력, 어디까지 왔나
한국여자배구는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다. 당시 대표팀을 이끈 김철용(58) MBC스포츠플러스 배구 해설위원은 "대표팀의 선수층이 확충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장래가 기대되는 어린 선수가 국제경험을 제대로 치르면 한층 성장할 수 있다. 또한 올림픽은 물론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부상 선수가 나오지 않는 점이 중요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항상 대비하고 준비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 중국과 비교해 한국배구 선수층은 매우 열악하다. 선수가 부족하다보니 대표팀의 선수층도 얇아지고 있다. 똑같은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대회에 출전하고 있고 결국 피로 누적으로 부상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여자배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12명 중 경기에 가동될 수 있는 인원은 8명에 불과하다. 김형실 감독은 남은 그랑프리 대회 일정을 이 선수들만 가지고 꾸릴 수밖에 없다.
반면 선수층이 두터운 일본과 터키는 이번 그랑프리 대회에서 1.5군을 출전시켰다. 일본은 에이스인 기무라 사오리(27)를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시키지 않았다. 또한 터키도 주 공격수 두 명에게 휴식을 취할 기회를 줬다. 한국도 피로 누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김연경(24, 터키 페네르바체)에게 쉴 기회를 제공했다. 어깨 부상 중인 김사니(30, 흥국생명)도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을 대체할 자원이 여의치 않다. 구단으로부터 선수 수급도 힘든 상황이라 대표팀에 남은 세터는 이숙자(31, GS칼텍스)뿐이다. 이숙자 역시 허리부상으로 몸이 온전한 상태이 아니다.
이와 같이 한국과 다른 국가의 경쟁력은 '선수층'에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김철용 위원은 "일본은 한국과 경기를 할 때 그동안 벤치에 있었던 아라키 에리카와 에바타 유키코를 출전시켰다. 선수층이 풍부하고 1진과 2진의 전력 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선수기용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여유가 없다. 선수층이 부족한 것은 물론 1진과 2진의 기량차가 큰 점이 한국의 문제점"이라고 평가했다.
김연경을 살리려면 수비와 조직력이 받쳐줘야 한다
한국여자배구의 가장 큰 경쟁력은 김연경이란 세계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보유했다는 점이다. 김철용 위원은 "내가 지도자를 할 때는 김연경같은 해결사가 없었다. 배구 강국과 시합을 할 때 결정적인 한방이 없어서 1점차로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가장 아쉬운 대회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이다. 그 때 우리는 8강전에서 미국과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그 때 확실하게 득점을 올려줄 수 있는 김연경 같은 선수가 있었다면 더 좋은 성적도 가능했다"고 밝혔다.
김철용 위원은 "김연경은 한국여자배구가 지금까지 가져보지 못한 보물"이라고 칭찬했다. 김연경은 해결사의 역할은 물론 리시브와 수비도 좋다. 여기에 뛰어난 배구 센스와 블로킹 감각도 지녔다.
이러한 김연경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서브리시브와 수비가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분에 대해 김철용 위원은 "한국 여자배구는 높이가 낮은 점이 최고의 약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들의 신장이 커지면서 이 부분이 해결됐다. 높이가 좋아진 대신 수비와 기본기가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열린 한일전에서 한국은 일본에 13개의 서브 득점을 허용했다. 김철용 위원은 "리시브 범실은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점수를 허용하는 경우다. 상대방에게 점수를 내주는 것 중 가장 나쁜 경우"라고 꼬집었다. 김철용 위원은 한국의 경쟁력을 살리려면 수비와 서브리시브가 우선적으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올림픽 본선에서 '배구 강국'들과 경쟁을 펼친다. 한국이 속한 B조에는 세계랭킹 1위인 미국과 2위인 브라질이 배정돼있다. 여기에 올해 유럽챔피언인 터키와 올림픽세계예선전에서 우승한 세르비아 그리고 중국이 기다리고 있다. 어느 팀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림픽 예선전에서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보여줬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려면 리시브와 수비 강화 그리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김철용 위원은 "우리보다 강한 상대와 맞붙을 때는 전력의 100%가 아닌 120~130%를 발휘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올림픽에 맞춰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예선전에서 전체 2위에 올랐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많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더욱 높이려면 대표팀의 선수층이 두터워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리시브와 수비가 살아나야 김연경이란 '무기'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구는 혼자서 펼치는 경기가 아니다. 뛰어난 에이스를 살리려면 전체적인 조화가 수반돼야 한다. 여기에 체계적인 대표팀 관리와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이뤄져야만 국제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사진 = 김연경, 김사니, 한국여자배구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