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제로톱도 답답한데 토레스는 더하네'
'무적함대' 스페인이 유로 2012 시작과 함께 깊은 고심에 빠지게 됐다. 부상으로 대표팀 승선에 실패한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의 공백이 너무나도 컸던 첫 경기였다.
스페인은 10일(이하 한국시간) 폴란드에 위치한 그단스크 아레나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2' C조 1차전에서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이탈리아와 시종일관 치고 받는 혈전을 펼친 스페인은 확실하게 상대의 숨통을 끊을 공격수의 부재로 아쉬운 무승부에 그치고 말았다.
이날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평소 보여주지 않았던 새 전술을 들고 나왔다. 바로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 정통 스트라이커를 두지 않은 '가짜 9번' 제로톱 전술이다. 축구에서 소위 9번은 상대 최종 수비수와 몸싸움을 벌여줄 최전방 공격수를 의미하는데 스페인은 이탈리아를 맞아 그 자리에 미드필더인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를 출전시켰다.
파브레가스는 9번의 위치에 놓였지만 공격수보다 미드필더다운 모습을 보였고 2선까지 내려와 공의 운반에 더욱 신경썼다. 자연스레 미드필더의 수적 우위를 가진 스페인은 높은 지점에서 계속 볼을 점유하며 이탈리아를 공략했다. 파브레가스가 밑으로 내려와 생긴 공간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사비 에르난데스(이상 바르셀로나),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가 파고 들어 득점을 노리는 양상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스페인의 스위칭 플레이는 과도한 중앙 집중을 불러 일으켰고 이탈리아의 3백은 더욱 견고하게 페널티박스 안을 사수하며 스페인의 공격을 무력화 시켰다. 이에 스페인은 상대의 밀집 수비의 간격을 넓히기 위해 측면을 수직적으로 파기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호르디 알바(발렌시아)와 알바로 아르벨로아(레알 마드리드)가 상대 윙백에 막히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사실상 스페인의 제로톱 카드는 이탈리아의 빗장수비에 가로 막히며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델 보스케 감독은 후반 28분파브레가스를 빼고 페르난도 토레스(첼시)를 투입하며 전술 변화를 줬고 득점을 뽑아낼 가능성 있는 장면은 더 자주 만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결정력이었다. 토레스는 짧은 출전 시간에도 여러차례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번번이 토레스의 발을 떠난 볼은 골망을 지나쳤다. 특히 후반 30분 얻어낸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는 손이 아닌 발에 볼을 빼앗기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토레스의 아쉬운 활약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스페인은 다음 경기 승리 전술을 무엇으로 삼아야할지 고심에 빠지게 됐다. 점유율은 끌어올리지만 마무리에 아쉬움을 드러낸 제로톱이냐 토레스와 알바로 네그레도(세비야), 페르난도 요렌테(아틀레틱 빌바오)를 적극 활용할 원톱 체제냐 델 보스케의 선택은 오는 15일 아일랜드전에서 드러난다.
[사진 = 페르난도 토레스 (C) Gettyimages/멀티비츠]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