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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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천후 선수'의 부재, 런던행 좌절로 이어지다

기사입력 2012.06.11 07:18 / 기사수정 2012.06.11 15:1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서브리시브와 수비를 해줄 레프트 선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살림꾼 역할을 할 수 있는 곽승석과 서재덕은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어요. 지금 있는 레프트 선수들도 소속팀에서는 리시브를 많이 안해본 선수들입니다."

박기원(60) 남자배구 대표팀의 감독의 우려는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12년 만에 올림픽 출전에 도전한 한국남자배구대표팀의 꿈은 무산되고 말았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배구 세계예선전'에 출전한 대표팀은 3승4패를 기록하며 출전 국 8개 팀들 중 6위에 그쳤다.

올림픽 출전 티켓은 전체 1위 팀과 아시아 지역(한국, 중국, 일본, 이란, 호주) 1위 팀에게 주어진다. 7전 전승을 올린 세르비아는 전체 1위를 차지하며 런던행을 결정지었다. 그리고 호주는 5승2패를 기록해 이란과 동률을 이뤘지만 세트 득실차에서 앞서 아시아 1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남자배구가 해결해야할 문제점들이 여실히 드러났다. 모든 경기를 마친 박기원 감독은 "당장 눈앞의 우승 때문에 공격수에게 리시브 연습을 시키지 않는다. 그 결과 수비형 레프트의 맥이 끊기고 말았다. 서브리시브가 어택라인(네트로부터 3m)까지만 들어오면 세터가 커버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니 스피드 배구든 뭐든 구현되지 않는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올림픽예선전을 준비하기 위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대표팀을 지도하던 박기원 감독은 한국배구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올림픽 출전을 떠나 한국배구의 미래를 생각할 때 '공수를 겸비한 인재 육성'이 매우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박기원 감독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풍토가 가장 문제라고 본다. 어릴 때 배워야할 중요한 것들을 우리 선수들은 배우지 못하고 있다. 눈앞에 있는 승리를 중시하기 때문에 제대로 선수들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남자배구는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다. 당시 활약했던 레프트 선수들은 공격은 물론 수비도 능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대표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신진식(37) 홍익대 감독은 "레프트는 반쪽 선수가 되면 안 된다. 최근에는 라이트 선수들이 주공격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레프트는 상대적으로 볼을 많이 때리지 않는다. 그러면 레프트 선수들이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후위로 빠지면 리시브와 수비를 해주고 전위로 오면 공격은 물론 블로킹도 가담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올림픽예선전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는 이란과의 1차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서브리시브 라인이 무너지면서 이란에 0-3으로 완패했다. 공수를 겸비한 레프트가 없는 점이 패인으로 작용했다.



올림픽예선전에서 뛴 김학민(28, 대한항공), 김요한(27, LIG손해보험), 그리고 전광인(21, 성균관대)과 최홍석(24, 드림식스)은 소속팀에서 모두 공격에 치중하는 선수들이다. 수비와 리시브 등 궂은일을 하면서 공격과 블로킹도 해낼 수 있는 '전천후 선수'가 없었다.

박기원 감독은 "서브리시브의 세계 추세는 오버핸드인데 우리 선수들은 언더핸드다. 우리만 뒤로 빠지는 수비를 한다. 이런 흐름은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랜 연습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공수를 갖춘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차기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대비하려면 유소년 육성과 장기적인 계획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진 = 한국남자배구대표팀 (C) FIVB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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