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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Talk!Talk!] 진정한 그들만의 월드컵, VIVA월드컵

기사입력 2012.04.10 10:44 / 기사수정 2012.04.10 10:44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지구촌에는 다양한 스포츠가 있다. 특히 단일 종목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FIFA 월드컵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인의 축제다. 월드컵에는 비치사커 월드컵, 풋살 월드컵 등 FIFA 주관대회 외에도 노숙자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홈리스월드컵’ 등 다양한 종목적, 사회적 특성에 따른 월드컵이 존재한다.

하지만 익숙치 않은 월드컵이 있다. 바로 VIVA 월드컵이다. 이 대회는 국제연합(UN)으로부터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한 지역, 국제축구연맹 혹은 대륙연맹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를 대상으로 열리는 대회로 우리에게는 생소한 팀들이 벌이는 대회이다.

VIVA월드컵은 2006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1년 주기로 열린다. 올해 5회째를 맞았으며 이번에는 이라크 쿠르드 자치구에서 열릴 예정이다. 너무도 낯선 월드컵인 VIVA월드컵, 과연 이 대회는 어떻게 생겼고 어떤 팀들이 나서는지 살펴봤다.




세 종류의 국가대표팀이 존재한다

FIFA 주관 아래 A매치를 치르는 팀만이 국가대표팀은 아니다. 세 종류의 대표팀이 존재하는데 FIFA에 가입, 월드컵에 참여 가능한 208개 협회가 첫째고 FIFA에는 가입하지 않지만 대륙별 연맹에 형식상으로 가입한 나라(바티칸시국, 프랑스령 가이나, 남수단 등)가 둘째다. 이들은 FIFA 주관대회에는 참가할 수 없지만 해당 대륙연맹 대회에 출전하거나 형식상으로 총회에 참여해 회원국으로 권리를 행사한다.

앞서 언급한 두 경우는 정식 국가이거나 일부 국가에게 주권을 인정받는 나라의 협회들이며 이곳에 포함되지 않는 국가들이 VIVA월드컵에 참가하는 세 번째 종류의 팀들이다. 이들은 UN으로부터 주권국 인정이 되지 않는 나라들이며, 대개 독립을 목표로 하는 자치구들이 주를 이룬다. 뿐만 아니라 유럽 중세시대부터 명맥만을 이어가는 단체들로 구성돼 있다. 덴마크령인 그린란드, 남카메룬, 중국 내 자치구인 티베트와 국가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집시, 프로방스를 포함한 총 32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마이너'를 품은 단체 NF보드란?

NF보드란 'Non-FIFA Board'를 칭하는 말로 FIFA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들의 모임이다. 축구 관련 소송을 담당하던 변호사 루크 미손이 2003년 설립한 이 단체는 향후 FIFA에 가입하기를 희망하거나 국가대표팀 운영으로 정체성 존속을 원하는 단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후 조직의 체계화를 위해 “경쟁적인 축구를 하기 위한 권리”를 모토로 제 1회 대회를 2006년에 개최했다. 1회 대회에서는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러시아 북부에 거주하는 리플란드를 대표하는 ‘사미’ 대표팀과 프랑스 남부 모나코 공국, 프랑스 남부 오시타니아를 주축으로 하는 오시타니아 대표팀과 남카메룬 대표팀이 참가했다. 하지만 남카메룬이 비자 발급을 거부당해 참가하지 못하는 바람에 3개팀으로 단촐하게 치러진 1회 대회는 각 지역에 걸친 전직 축구선수들을 차출한 사미가 모나코공국을 21-1로 누르며 초대 우승국이 됐다.

특히 이 대회는 영국의 BBC, 동유럽 등에 보도되며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는데 NF보드는 초대 대회를 기점으로 회원국수를 늘리는 계기를 맞이했다. '마이너'들이 주역이지만 아무나 승인받을 수 없다. 루크 미손은 “간혹 정치적 정당, 반정부 세력들이 가입 요청을 하는데 우리는 그 지역의 정통성과 축구에 대한 열의를 본다”며 국제 단체로서 격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5번째 VIVA 월드컵 우승후보

총 32개 회원국 중 강자로 군림하는 팀은 앞서 언급한 ‘사미’와 ‘파다니아’다. 파다니아는 이탈리아 북부 8개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이 두 팀은 탄탄한 재정 기반과 두꺼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우승을 양분해 왔다. 그동안 열린 4회 대회 중 파다니아가 3회 우승을 차지했고 나머지 1회는 사미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특히 파다니아는 세리에C 감독 출신 레오 지젤을 전임 감독으로 하며 NF보드 회원국 중 유일하게 전임 감독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3번의 우승을 차지한 파다니아는 올해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사미와 파다니아를 뒤쫒는 팀은 쿠르드 자치구다. 쿠르드스탄으로 불리는 이 팀은 전 이라크 대표팀 출신 선수들도 참여해 전력 격차를 극복하고 있다. 쿠르디스탄은 2회 준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개최국인 점을 활용해 내심 우승까지 넘보고 있다.

VIVA월드컵은 축구 실력도 실력이지만 대회 참가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당초 참가 신청국은 10개팀 내외였지만 실제 참가팀은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어 대회가 축소 운영되곤 한다. 그렇다면 선수 차출, 참가 문제가 걸려 있는 이들은 어떻게 팀을 구성할까.

이색 적인 선수 차출, 그리고 참가

이러한 팀들의 선수차출은 어떻게 될까. 차출의 전제 조건은 어느 축구협회에도 선수 등록이 돼 있지 않아야 한다. 때문에 사실상 훌륭한 인재를 차출하기가 어렵다. 앞서 강팀으로 분류된 사미, 파다니아 등이 선수차출이 용이한 것도 강자가 되는데 큰 밑거름이 됐다.

사미는 독립이 아니라 지역 단결을 추구한다. 해당 협회 허가 후 차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만 세미 프로 선수들만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국제적으로 봤을 때 질 좋은 구성이라고 볼 수 없다. 파다니아는 훈련 수당과 일부 혜택을 내세워 전직 축구선수들을 차출하고 있다. 파다니아는 북부 정당을 끼고 있는 지역이라 정치적 색깔을 거부하며 경력이 좋은 선수들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선수단 구성이 완료되면 대회 참가를 위해 개최지로 이동한다. 파다니아와 사미는 중앙 정부와 관계가 호의적이라 비자 발급이 용이하지만 티베트, 남카메룬 같은 경우에는 출국 허가가 이뤄지지 않거나 관계국들의 입김으로 비자 발급이 거부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선수 볼 수 있나

결론부터 밝힌다면 “볼 수 있다”라고 할 수 있다. 집시 대표팀의 경우 히카르도 콰레스마,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를 차출할 수 있으며, 이들이 선수로 뛰는데 지장이 없다. 하지만 FIFA 정관상 대표팀 소속을 옮기려면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어야 하는데 국가 분리로 인한 협회 분할(예: 세르비아-몬테네그로)과 차출하고자 하는 협회의 청원과 FIFA의 심사를 통한 대표팀 변경이다. 후자의 경우 재일교포 출신 정대세의 사례이기도 한데 재일 조선인축구협회의 청원으로 교육환경, 생활문화를 고려해 FIFA가 인정한 대표팀 결정이다.

콰레스마와 레예스가 집시 대표팀으로 뛰려면 후자의 경우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 집시는 주권국으로 인정 가능한 영토가 없어 UN 가입 불능국으로 분류되며 FIFA에 청원을 할 수 없다. 만약 이들이 집시 대표팀으로 뛰고자 한다면 자신의 소속팀과 협의를 통해 임시적으로 참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쉬울 것 없는 이들이 국이 VIVA 월드컵에 참여할 것으로 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 

NF보드 그리고 VIVA월드컵의 미래는?

해를 거듭할수록 관심도가 늘어나고 참여 의지를 가진 나라들이 등장해 대회 규모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NF보드를 거쳐 FIFA에 가입한 국가는 없다. 그러나 FIFA 가입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것이 NF보드의 방침이다.

정치적 색을 갖지 않은 것이 이들이 성장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평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오는 7월 5회 VIVA 월드컵이 열린다. 대다수의 NGO와 반정부 단체들의 스폰서 제의가 있지만 모두 거절하며 순수 마이너들의 축구만을 표방하는 NF보드와 VIVA월드컵. 그들의 미래에 많은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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