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수원, 강산 기자] 사건은 터졌다. 어찌 보면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고 있다. 하지만 사후처리는 너무도 달랐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로 인해 타격을 입은 남자부 KEPCO와 여자부 흥국생명의 얘기다.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경기가 열린 16일 수원실내체육관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술렁였다. 흥국생명 소속 선수 두 명의 승부조작 가담 여부가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배구연맹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15일 여자배구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해 2명의 선수를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배구연맹은 그동안 언론에서 거론된 해당 선수의 구단인 흥국생명에 확인한 결과 "2명의 선수가 어제 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번 승부조작 사건을 담당하는 대구지검 또한 "두 선수가 승부조작 사실을 시인했다"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흥국생명 구단은 묵묵부답이었다. 구단 관계자들과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았고 그들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어떤 소식도 전달받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차해원 감독도 경기 전에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놀라운 것은 흥국생명이 승부조작에 연루된 두 선수의 경기 출전을 강행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기를 준비하던 도중 검찰이 브리핑을 통해 조사 사실을 발표하자 황급히 경기장을 떠났다.
검찰의 브리핑이 나오지 않았다면 불구속 수사중인 피의자들이 경기를 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할 뻔했다. 이 상황에 대해 정확한 답을 듣기 위해 몇 번이고 흥국생명 구단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주장 김사니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두 선수가 경기장에 왔었다. 경기를 뛰러 온 것이고 준비 중이었다"고 밝힌 후에야 정확한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명해야 할 구단이 소통의 창구를 닫아버렸다. 인터뷰실에 들어선 차해원 감독과 김사니가 집중포화를 맞은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반면 남녀 프로배구를 통틀어 가장 먼저 승부조작 혐의가 밝혀진 KEPCO의 대처는 흥국생명과 달랐다. 지난 8일 오전, 전직 KEPCO 선수의 승부조작 가담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설상가상으로 경기 직전 주축 선수 2명이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KEPCO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 KEPCO 구단 관계자들은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곤혹스럽다"고 솔직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지 않았다. KEPCO 관계자는 이날 오후 KOVO 사무실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사죄의 뜻을 전했다. 저녁에는 경기장을 찾아 다시 한번 배구인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경기 후에도 KEPCO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KEPCO 신춘삼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날 긴급 체포돼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두 선수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의혹을 풀기 위해 나섰다. 구단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는 대한항공도 마찬가지였다. 16일 경기 후 신영철 감독이 "A선수가 조사를 위해 대구에 내려갔다. 체포된 것은 아니며 다시 숙소로 돌아올 것이다"고 직접 밝혔다. 사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흥국생명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같은 사건에 연루된 두 팀, KEPCO가 발 빠른 사후처리로 후폭풍을 최소화했다면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흥국생명은 의혹만 더 키운 꼴이 됐다. 두 팀 모두 '승부조작'이라는 죄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뒷수습은 KEPCO에 견줘 분명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사진=흥국생명, KEPCO 선수들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