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18일에 다음커뮤니티 축구토론방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 경기의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뒤늦게라도 지단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MBC-ESPN을 통해서 봤습니다.
역시 지단은 언제나 봐도 지단이었습니다.
그러나, 크로아티아의 저력은 결코 우습게 볼 수 없는 어쩌면, 잉글랜드와의 마지막 맞대결에서 이길 것 같다는 희망을 보여 주는 경기였습니다.
뭐... 프랑스야 워낙히 유명한 스쿼드를 자랑하는 팀입니다.
자국 리그에서도 AS 모나코가 참피언스 리그 결승전까지 올랐고, UEFA컵에서도 마르세유가 결승에 올랐지만, 두 팀 모두 우승컵을 거머쥐는데에 실패했습니다. 조만간에 프랑스 리그(르 샹파오니아)가 독일 리그(분데스리가)를 꺾고 4위를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선수 면면으로 봤을 때는 대부분 선수가 빅리그(그것도 명문팀)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이 되고 있습니다.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튀에리 앙리, 패트릭 비에이라, 로베르토 피레스(이상 아스날), 클로드 마켈렐레, 드샤아, 갈라스(이상 첼시), 튀랑(유벤투스).... 등등등... 최근 메이져 대회에서도 98 프랑스 월드컵 우승, 유로 2000 우승, 2001 컨페더레이션컵 우승... 진정한 디펜딩 참피언입니다.
다만,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부진했던 것이 흠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에 반해, 크로아티아는 자국 리그에서는 뚜렷한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UEFA컵 예선에서 탈락),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과 더불어 조직력으로 승부를 짓는 팀입니다.
98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3위라는 신데렐라가 된 팀이기도 하죠...
당시 수케르(지금은 대표팀에서 은퇴함, 당시 득점왕을 차지함(6골))의 활약 속에 대단한 팀으로 급부상한 팀이기도 하고요...
이 팀은 희한하게도 강팀에게 유독 강한 팀입니다.
2002 한일 월드컵 조별예선에서도 이탈리아를 꺾으면서, 강팀 킬러라는 수식어가 따르곤 했던 팀입니다.
두 팀은 이미 1승과 1무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프랑스는 크로아티아를 이겨서 일찍감치 8강 진출을 확정지으려고 했고, 크로아티아는 무승부로 다음 경기인 잉글랜드전에서 모든 전력을 쏟으려고 했습니다(스위스와 비기는 바람에, 디펜딩 참피언 프랑스보다는 비틀거리는 "축구종가"에 포커스를 잡았다고 해야겠죠).
전반전에는 프랑스의 압도적인 우위가 돋보였고, 그 중심에는 공격에서는 지단과 수비에서는 비에이라, 공수 모두에서는 갈라스가 단연 돋보였습니다.
특히, 갈라스는 소속팀 첼시에서나 프랑스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드샤이의 바톤을 넘겨 받는 선수라고 하더군요.
전반 15분경으로 기억되는데, 상대 수비를 공을 발로 밟고 뒤로 빼는 개인기로 손쉽게 제치는 모습은 역시 지단이구나 하는 감탄을 낳게 했고, 전반 22분경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투도르(유벤투스)의 왼발에 굴절되면서, 크로아티아 골망을 흔드는 자책골이 나옵니다.
부티나(FC 브뤼헤-벨기에)의 어이없는 표정속에 1:0 프랑스가 앞서갑니다.
그렇게 지나가던 전반전에 또 한번의 지단의 예술이 나옵니다.
전반 35분경으로 기억되는데, 앙리의 코너킥이 낮게 지단에게 쓰루패스로 연결되고, 지단은 감각적으로 힐 패스로 공을 뛰웁니다.
그리고, 달려들던 갈라스의 헤딩으로 한편의 예술 동영상은 지나가는데, 골로 연결되었다면, 크로아티아의 추격의지를 꺾을 수 있으며, 가장 멋진 골로 남을만한 예술적인 영상이었습니다.
- 지단이 50년 동안 가장 축구를 잘하는 축구선수로 당당히 1위로 선정되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미드필더로써의 넓은 시야, 송곳같은 날카로운 패스, 예측하지 못할 패스, 볼 트래핑 및 침투, 경기 조절 능력 등의 능력에다가 공격수 못지 않은 중거리슛, 프리킥 등의 킥력 및 부분전술 이해도, 헤딩력에다가 수비능력도 뛰어나 만능플레이어이며, 현란한 개인기까지 보유하고 있기에, "축구황제"인 펠레를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선수가 한국에 한명만이라도 있다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며, 제가 감독이라면 매우 탐낼만한 선수입니다. 비록 나이도 30을 이미 넘겼지만, 여전히 대단한 선수입니다 -
내용상 압도적인 경기를 전번 내내 이끌다가 1:0으로 경기를 마치게 됩니다.
후반에는 크로아티아의 저력이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특A급 선수는 없더라도, 크로아티아의 저력은 감히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보여질 후반전은 비록 비기기는 했지만, 프랑스의 간담을 써늘하게 해주기에 충분했으며, 다음에 있을 잉글랜드의 코치진을 비롯한 선수들, 잉글랜드 팬들에게도 강력한 충고를 주기에 충분했던 후반전이었습니다.
시작하면서, 크로아티아의 독기 어린 공격이 시작됩니다.
후반 3분부터 강력한 충고를 잉글랜드 혹은 유로 2004 출전팀들, 유로 2004를 지켜보는 축구팬들에게 알리기 시작합니다.
프랑스 골 에어리어 지점에서 프랑스의 수비수 실베스트르(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실수(라고 하기는 모호한)로 페널티킥이 주어집니다.
- 프랑스의 두번째 골인 트레제게(유벤투스)의 골과 더불어 심판 오심의 소지가 많았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
밀란 라파이치(안코나-크로아티아)의 페널티킥 성공으로 1:1 동점을 만듭니다. - 파비앙 발테즈(마르세유)가 방향은 잡았으나 볼이 너무 빨라서 잡지 못함 -
4분여가 지났을까요... 후반 8분에 프랑스의 골문을 침투하던 다도 프로소(AS 모나코)에게 상대의 어이없는 실수(드샤이가 공중에 떠 있는 볼을 헛발질합니다)를 놓치지 않고 역전골을 만들어 냅니다. 2:1...
이후에도 크로아티아는 공격의 고삐를 놓치 않고, 더욱 거세거 몰아부치고, 프랑스로 만회하기 위하여 더욱 공격적인 플레이로 일변합니다.
서로의 맞불 전쟁은 후반 19분에 - 또 나오네요... 유명하고 잘하는 선순데...-
타도루의 백패스를 끊은 트레제게가 상대 골키퍼를 제치며(이 순간 골키퍼를 맞고 튕긴 볼이 트레제게의 손에 분명히 맞았습니다), 텅 빈 골대로 동점골을 넣는데, 성공합니다. 2:2...
후반 끝날 때까지 양팀은 유럽축구의 진수를 보여주면서, 빠른 공수전환, 압박 등의 요소를 보여주면서 일진일퇴를 거듭하게 됩니다. 특히, 후반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에서 교체된 선수인 피레스와 올리치(ZSKA 모스크바), 모르나르(포츠머스)가 일진일퇴였던 경기를 더욱 박진감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후반 38분경으로 기억되는데요, 피레스의 중거리 강슛을 부티나가 선방한 뒤, 앙리의 중거리 강슛마저도 부티나가 선방합니다.
-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골키퍼가 볼을 쳐 낼 때, 앤드라인 방면이나 양 싸이드로 쳐 낸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일 전방이나 어설프게 왼쪽, 오른쪽으로 쳐내다가 침투하는 공격수에게 주워먹기식의 골을 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티나 골키퍼의 이런 점을 칭찬해 주고 싶었습니다. 독일의 올리버 칸도 볼을 쳐낼 때 보시면 아예 아웃시키거나 양 싸이드 깊숙한 곳으로 쳐내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크로아티아도 종료 직전에 올리치가 왼쪽에서 돌파해서 모르나르에게 연결해서 좋은 골찬스를 놓치면서 역전승의 꿈은 양쪽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2:2 무승부로 양팀은 끝나게 됩니다.
아래 어떤 님이 쓰셨듯이, 제대로 된 골은 프로소의 골 밖에 없었지만, 재미있는 경기였다고 생각하며, 크로아티아의 저력(디펜딩 참피언 프랑스와의 정면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 저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에게 바라는 점이 있었는데, 상대팀의 실수로 인한 골키퍼와 1:1이라든가 페널티킥, 세트플레이에서는 골을 넣는 것이 경기 분위기를 이끌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당부하고 싶네요...
당연히 선수나 코치진들도 알겠지만, 재차 당부하고 싶군요...
사실, 한국팀은 상대팀의 실수를 골로 넣은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너무 상황이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허공으로 날리든지, 어이없는 슛으로 득점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점도 수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B조는 프랑스만이 약간의 여유가 있을 것 같군요... 마지막 상대가 이미 탈락의 기로에 선 스위스(모르죠... 프랑스를 대파할 수도 있겠지만... 힘들겠죠)라서 8강 진출이 거의 확정적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러나 잉글랜드는 "도깨비팀"(강팀에게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죠) 크로아티아를 맞이해서 험난한 경기를 치룰 것 같군요....
다음 편에...
이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