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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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코의 '감독 비판', 어떤 의도일까

기사입력 2012.01.30 07:50 / 기사수정 2012.01.30 10:28

강산 기자


[엑스포츠뉴스=수원, 강산 기자] 외국인선수의 단순한 불만 표출이었을까, 팀의 발전을 위한 '충고'였을까.

KEPCO의 외국인선수 안젤코 추크는 29일 수원실내체육관서 열린 NH농협 2011~2012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현대캐피탈전에서 세트스코어 2-3(25-21, 15-25, 18-25, 25-23, 13-15)으로 아쉽게 패한 뒤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안젤코는 "부상 없이 경기를 마쳤고 오늘 경기에는 만족한다"고 운을 뗐다. 이후 작정한 듯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날 14개로 가장 범실이 많았던 점이 패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14개의 범실을 기록한 것이 개인적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패한 이유는 선수들이 부족했던 부분도 있지만 신춘삼 감독이 상황에 맞는 지시를 해줬어야 한다"고 밝히며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이어 "팀이 변화해야 할 점, 어떤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신 감독에게 많이 얘기하고 있다"며 "항상 대화는 하고 있지만 (신 감독이)팀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 변화가 있을지 그대로 갈지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또한 "(신 감독이) 프로 첫 시즌이라 그런지 긴장을 많이 한다"며 "위기 상황일수록 침착하게 풀어나가야 하는데 오히려 더 긴장하고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또한 연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선수가 코트에 들어서니 어이없는 범실이 많아진다. 이런 선수 기용 방식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어떤 종목을 막론하고 선수가 공개 석상에서 감독을 비난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관하다. 그렇다면 안젤코가 신춘삼 감독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는 의도를 어떻게 풀이할 수 있을까.

안젤코는 팀의 발전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자신의 생각을 한층 강한 어조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의 득점보다는 팀의 승리를 위한 전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연습이 부족한 선수를 투입시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힌 대목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안젤코가 택한 방법이 옳은 것만은 아니다. KEPCO는 현재(29일 기준) 5위 드림식스에 승점 11점차로 앞서 있다. 4강 경쟁에서 유리한 상황임이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에 대한 안젤코의 발언은 팀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안젤코의 발언으로 팀이 다시 한번 뭉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KEPCO는 긴 연패에 빠진 팀도, 플레이오프 경쟁에서 탈락한 팀도 아니다. 팀을 잘 추스른다면 순위 상승까지도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안젤코는 상대 팀을 자극하는 세리머니로 경고를 받은 뒤 "우리 팀을 건드린 것이 기분 나빴다"고 밝히며 팀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서재덕 등 팀 내 어린 선수들에게도 많은 조언을 해주며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한다. 격한 세리머니도 마다하지 않는다. 팀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강한 선수다.

배구에서 조직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야구의 승리투수와 같은 타이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선수의 활약이 뒷받침되야 값진 1승을 거둘 수 있는 경기다. 특정 선수의 눈부신 활약도 끈끈한 조직력 앞에 빛을 발하지 못한다. 한 선수가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하고도 패할 수 있는 경기가 배구다.

신춘삼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안젤코의 패턴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힘들다"며 "미세하게나마 본인도 변화중에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안젤코의 이날 발언이 어떤 결과로 작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긍정적으로 보면 팀 케미스트리를 도모하는 중요한 '각성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가 향후 KEPCO의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사진=안젤코 추크 ⓒ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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