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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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컵이 남긴 것...

기사입력 2004.08.08 14:09 / 기사수정 2004.08.08 14:09

안희조 기자
아시아인의 축구축제 2004중국 아시안컵이 일본의 우승으로 22일 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비록  유로 2004와 같은 큰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회에 참가한 16개 팀들은 최선을 다해 대회에 임했고 많은 명승부를 연출해냈다. 또한 사우디, 쿠웨이트의 예선 탈락과 우즈벡,요르단의 선전 등 여느대회 못지 않은 이변이 벌어지며 아시아 축구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유로2004, 코파 아메리카 대회가 아시안컵 직전에 벌어지며 권역별 대회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대회의 권위가 점차 상승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도 이 대회의 소득이라 할 수 있다.

7월 17일 개막경기부터 8월7일 결승전까지, 22일의 기간동안 16개의 팀이 거쳐온 여정을 되 짚어 보며 2004 아시안컵이 무엇을 남겼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풍성한 기록들-
골도 많았고 경고도 많았고 퇴장도 많았던 대회였다.

골, 많이도 터졌다. 예선전 24경기, 토너먼트 8경기, 총 32경기를 치르는 동안 나온 골은 94골, 경기당 평균2.94골, 거의 한경기에 3골이 나왔다고 보면된다.  2002월드컵 평균 득점이 2.51골,유로2004 평균 득점이 2.48 골 이라는 기록과의 직접비교를 통해본다면 이해가 쉽겠다. 
 거기다 팀 간의 실력차가 커서 한 팀이 일방적으로 몰아 붙이며 대승을 거둔 경기는 한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중국5-0인니, 한국4-0쿠웨이트, 일본4-1태국)  그만큼 대회에 참가한 팀 들이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했다는 것이다. 골 결정력 부재에 시달리던 한국마저도 4경기동안 9골을 넣으며 이 흐름에 한 몫했다. 최다 득점 팀 이란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14골이나 퍼붓는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경고와 퇴장역시 빗발쳤다. 143회의 경고와 17회의 퇴장, 한 경기당 4.47개의 경고가 나왔고 퇴장은 경기장 0.53개 였다. 조금 돌려 말한다면 두경기 치르는 동안 한 명은 꼭 퇴장을 당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02월드컵과 또 한번 수치비교를 해 본다면 월드컵 때는 퇴장이 17(0.26)회, 경고가 272(4.25)회 였다.
 경고는 그때와 비슷하다 치더라도 퇴장은 딱 두배가 많다. 퇴장 한명으로 승부가 엇갈릴 수 있는 상황이 되는 일이 다반사 이건만 너무 빨간 카드를 남발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선수보호와 페어플레이를 강조한 건 좋지만 아시안컵 기간동안 약간은 수긍이 가지 않는 퇴장들도 몇번 나온 건 아쉬운 부분이다.
 

-방심은 금물-

 축구계에서 흔히들 하는 말 중에 '경기 시작하고 5분 경기 끝나기 전 5분을 조심하라' 는 게 있다. 이번 대회는 그 속설을 여실히 증명 해 보인 대회였다. 특히 경기 끝나기 5분 전을 조심하지 않아 경기를 그르친 경우가 허다했다.
 중국과 바레인의 개막경기부터 조짐이 보였다. 2-1로 뒤지고 있던 바레인이 89분에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다 놓친 경기를 무승부로 돌린 것. 이 외에도 9경기에서 85분 이후에 터진 골로 인해 승부가 엇갈렸다. 
 이 중 가장 극적인 경기는 바레인과 일본의 4강전이었다. 후반 40분을 가리키고 있는 상황에서 스코어는 2-2 , 이때 바레인의 나세르가 골을 터트리며 승리를 확신하는 듯 했다. 그 몇분을 참지 못하고 일본의 유지 나카자와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 주고 만다. 그리고 맞이한 연장전에서 전반 3분만에 타마다에게 실버골을 내 주며 바레인은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지는 별, 뜨는 별-

여느 대회를 막론하고 그 대회가 끝나면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 볼꽃을 태운 스타들과 앞으로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 스타들에 대한 이야기가 어김없이 나온다. 이번 아시안 컵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란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알리 다에이, 중국의 자존심 하오하이동, 월드컵 4강신화의 주축 수비수 최진철과 김태영 까지... 어느덧 30을 훌쩍 넘어버린 그들의 나이는 마지막이란 말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69년생 알리 다에이는 96년 아시안 컵에서 우리의 골문에 무려 4골을 집어넣으며 잊지못할 악몽을 만들어 준 장본인이다. 하지만 그가 아시아를 대표한 특급 스트라이커 였음에 토를 달 수는 없다. 이번 대회에서 3골을 기록한 그는 어린 선수들이 많이 포진된 이란팀에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며 그의 마지막 아시안 컵 대회를 마쳤다.
 70년생 하오하이동, 어린시절 부터 중국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올려온 그는 90년 대 중국 축구역사의 산 증인이다. 두번의 실패 후 2002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은퇴전 월드컵 무대에 서 보는데 성공 했으나 3전전패 무득점의 초라한 성적때문에 그 의미는 일정부분 퇴색되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며 팀의 우승을 기원했지만 결국 머리와 다리에 붕대를 감은 안쓰러운 모습을 한채 그라운드에서 나와 팀의 준우승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지는 별이 있으면 뜨는 별도 있기 마련이다.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축구에 출전하는 3개국을 뺀 다른 팀들은 어린 선수들 위주로 팀을 구성하며 다가올 2006 월드컵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우선 우리나라와이 8강전에서 오른쪽 날개로 출전해 철저히 김진규를 농락하던 이란의 호세인 카에비가 단연 눈에 띈다. 작은 덩치지만 엄청나게 빠른 스피드로 빈공간을 찾아들어 찬스를 만드는 능력과 부지런히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플레이하던 성실함이 눈길을 끌었다. 더구나 그의 나이가 고작 18세 인 것을 감안한다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이다. 90년대를 이끌었던 이란의 '알리다에이-카림 바게리-아지지'의 공격라인은 이제 '카리미-마다비키아-카에비'라인으로 넘어오고 있다.

 82년 생 22살의 나이로 바레인을 4강에 올려 놓으며 이번대회 득점왕을 차지한  알라 후바일과 역시 바레인 팀에서 두 골을 넣은  83년생 모하메드 후바일도 주목을 끈다.
 예선 3차전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 첫 골을 기록한 알라후바일은 무실점 무패 가도를 달리고 있던 우즈벡과의 8강전에서 혼자 두골을 뽑아내며 팀의 4강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본과의 4강전에서도 두골을 넣으며 분전 했으나 아쉽게 팀이 패하며 빛을 바랬다.
 알라 후바일이 8강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모하메드후바일은 예선전에서
 큰 활약을 했다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대회 개막골을 넣은 그는 예선 2차전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패색이 짙던 90분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며 팀을 구해냈다.
 두 선수는 바레인의 알 아리 팀에서 같이 뛰고 있으며 외소한 체구에 빠른 발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동일하다. 바레인의 4강행을 이끈 주축 선수들이 이런 어린선수들이라는 것은 독일 월드컵 예선을 비롯 향후 10년간 아시아 축구에서 바레인이 무시못할 팀으로 거듭 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즈베키스탄의 '알렉산드르 게인리크'역시 차세대 아시아 축구스타로서 기대할만하다. CSKA Moscow  소속으로 84년생 19살이다. 게인리크는 예선 2차전 사우디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는 활약을 펼치며 주목을 받았다. 8강전에서도 선제골을 뽑아내며 선전했지만 승부차기 끝에 팀이 패하며 아쉬움을 삼겨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보았듯이 앞으로 계속 발전할 우즈벡 축구의 중심에는 그가 있을 것이다.

-좁아진 격차-
 전세계 각국의 축구의 실력차가가 좁아지며 여기저기서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멀리 1990년 월드컵 카메룬의 반란에서 부터 가까이 2002월드컵 한국의 4강, 유로2004 그리스 우승까지...아시아 지역도 세계축구 평준화 흐름의 무풍지대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사우디의 탈락이 가장 충격적이다. 투루크,우즈벡,이라크와 한 조를 이루며 무난히 예선통과가 가능하리라고 보였던 사우디는 투루크와의 첫 경기에서 2:2무승부를 기록하며 삐걱거리더니 우즈벡에 일격을 당하며 예선 탈락의 위기에 놓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라크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패하며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중동축구의 대표주자로서 아시아 최강을 자랑하던 사우디 였고 대회 직전까지도 나쁜 성적을 거두고 있지 않았기에 이 사실은 더욱 놀랍다.
 또 같은 조의 우즈벡은 또 다른형태로 우리의 예상을 깨버렸다. 예선 3전3승 무실점으로 8강에 진출한것, 16개국중 3전전승으로 예선을 통과한 나라는 우즈벡 밖에 없었다. 비록 득점력이 부족했지만(3골) 사우디, 이라크를 연파하며 8강에 오른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8강전에서 바레인과 승부차기 까지 가는접전끝에 아쉽게 패하며 둘풍의 행진을 마감해야 했다.
 중동에서도 그리 주목을 받지못하던 요르단도 이번 대회에서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했다. 한국과의 첫 경기를 무승부로 마친 뒤 쿠웨이트를 잡고 UAE와 비기며 8강에 진출했다. 8강전에서는 이번대회 우승팀 일본을 맞아1-1무승부를 기록한뒤 페널티킥 승부에서 거의 다 이기고도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하며 아쉽게 4강진출에 실패했다. 대회 전 소위 그리스 축구를 표방하고 수비에 중점을 두는 전략을 사용한 요르단은 예선 3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치고 일본에게 단1점만을
허용하는 등 16개 국가중 최고의 짠물 수비를 자랑했다.

-국내 언론의 무관심-
 유로2004에 공중파 3개 방송사가 보여준 관심에 비해 이번 아시안컵에 대한 관심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작았다. 한국 경기 이외에 중계방송을 하지않아 축구 팬들은 인터넷이나 위성을 통해 다른 나라의 방송을 시청할 수 밖에 없었다. 
 위에서도 보았듯 아시아 축구의 판도는 예전과 같지 않은데 그에 대한 정보를 축구 팬들에게 잘 전달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2006월드컵 예선본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보다 아시아 팀에 대한 분석이 먼저이지만 그 부분을 등안시 한 모습은 아쉬웠다.




 44년 무관의 한을 풀겠다던 한국 대표팀의 바램은 결국 물거품으로 끝나고 말았다. 일본은 힘겨운 과정을 이겨내며 대회 2연패 달성에 성공했으며 중국의 욕심또한 만만치 않았다. 중동지역의 신흥강호들의 등장과 중앙아시아 축구의 발전등 2006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우리가 챙겨야 할 사항들은 너무 많았다. 비록 아시안 컵 우승을 차지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것 보다 더 중요한 월드컵 본선진출이라는 과제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 본선자동 출전을 하며 아시아 축구의 흐름을 한 템포 놓쳤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대회의 모든 결과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안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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