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지난 2009년 대학야구 하계리그전. 동의대와 성균관대의 결승이 열린 목동구장의 분위기는 숙연했다. 동의대 사령탑을 이끌고 있던 조성옥 감독이 결승전을 앞두고 별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감독 없이 치른 우승 쟁탈전에서 동의대는 상대 실책을 등에 업고 2-1로 승리, 우승기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웃지 않았다. 다만 그라운드에 모여 하늘에 있는 故 조성옥 감독의 명복을 비는 ‘가상 행가레 세리머니’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뿐이었다.
당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조성옥의 제자’들은 모두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MVP 문광은이 그 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SK의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것을 비롯해 우수 투수상을 받은 윤지웅 역시 이듬해에 넥센의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이 중 윤지웅은 대학 2학년 때부터 큰 주목을 받는 좌완 요원이었다. 프로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LG의 새로운 좌완 요원, 윤지웅의 합류
실제로 윤지웅은 유독 신인들이 기를 펴지 못했던 올 시즌에 거의 풀타임을 소화하며 나름대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53경기에 출장하며 2승 무패 9홀드, 평균자책점 4.08이라는 기록이 이를 말해준다. 올 시즌 입단한 신인 중 윤지웅보다 더 비중 있는 활약을 펼친 이는 임찬규(LG)가 유일했을 정도다.
그 윤지웅이 이택근의 FA 이적으로 생긴 ‘보상선수’ 신분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어야 했다. 좌완투수에 목마른 LG가 그를 지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에는 이상열이 유일하게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했을 뿐 이렇다 할 좌완투수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해야 했다. 특히 선발 요원으로 큰 기대를 모은 좌완 에이스 봉중근의 이탈 역시 뼈아픈 부분이었다.
이에 LG는 퓨쳐스리그에서 시즌 내내 신고 선수 영입과 방출 선수 테스트 등을 통하여 많은 좌완 요원을 시험해야 했다. 이미 은퇴를 선언했던 류택현을 포함해 양승진, 신재웅, 서승화, 최성민 등이 마운드에 올랐으며, 이영재, 송윤준 등 신인 선수들 역시 끊임없는 테스트를 받아야 했다. 이러한 마운드 사정을 감안했을 때 윤지웅의 선택은 매우 상식적이었다. 다만 그가 경찰청 최종 합격 통지서를 받아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 시즌에 바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었다.
공교롭게도 LG에는 ‘서울고 에이스 트리오(최성민, 임정우, 신동훈)’와 함께 2011 드래프트 1라운드 듀오(임찬규, 윤지웅)가 공존해 있다. 물론 이들은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요원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평균 나이는 20.2세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은 곧바로 ‘더 나은 미래’를 예고할 수 있다. 이러한 선수들 중 1군 주전선수도 나오는 것이고, 국가대표팀 선수도 나오는 것이다.
[사진=윤지웅 (C) 엑스포츠뉴스DB]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