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문성민의 복귀로 발생한 공존 효과에 대해서는 당연히 인정한다. 문성민의 합류로 내 부담이 줄어든 부분도 있고 공격하기도 더 편해졌다. 그래서 본래 실력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본다."
최근 물오른 공격 감각을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 댈러스 수니아스(28)의 목소리는 활기가 넘쳤다. 수니아스는 2011-2012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26.42득점 공격성공률 56.01%로 각 부문 2위를 기록하며 '현대 왕조' 재건에 힘을 보태고 있다.
2라운드 상승세 원동력은 긍정적인 마인드
수니아스는 1라운드 초반, 해결사 본능을 보이지 못하고 승부처에서 범실을 저질렀다. 하지만 2라운드에 들어서면서 환골탈태했다. 수니아스는 2라운드 들어 평균 29.67득점에 공격성공률 58.82%로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세트 당 블로킹 수는 1라운드에 비해 무려 0.549개가 늘었다. 수니아스의 기량 회복에는 그의 긍정적인 마인드도 한 몫을 했다.
수니아스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경기 중이나 인터뷰를 할 때도, 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항상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수니아스가 1라운드 부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기량을 회복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올 시즌을 보면 모든 팀의 실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마인드로 플레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긍정적인 마인드는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다. 한 선수가 긍정적인 마인드로 플레이한다면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다. 2라운드 들어 선수들이 서로를 믿고 열심히 하니까 개인에게나 팀에게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토종 거포' 문성민과의 공존 효과에 웃다
또한 수니아스는 '토종 거포' 문성민의 복귀 이후 놀라울 만큼 경기력이 향상됐다. 1라운드에서처럼 중요한 상황에 범실을 남발하던 수니아스는 없었다. 수니아스도 문성민과의 공존 효과에 대해 인정했다.
"1라운드는 적응기였다.(수니아스는 1라운드에 대해 '조절하다'라는 뜻의 Adjusting이라고 표현했다) 공교롭게도 문성민의 복귀전이었던 1라운드 마지막 경기부터 제 컨디션을 찾은 것 같다. 또한 문성민의 복귀로 발생한 공존 효과에 대해서는 당연히 인정한다. 문성민의 합류로 내 부담이 줄어든 부분도 있고 공격하기도 더 편해졌다. 그래서 본래 실력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본다."
수니아스는 시즌 중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문성민의 어깨가 아프다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문성민이 이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수니아스는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문성민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같이 경기를 뛰는 문성민이 멋진 플레이를 성공시키면 감탄하며 쳐다보게 된다(웃음). 문성민은 정말 잘한다고 생각하는 선수 중 한명이다. 내가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문성민이 부상 중이이서 얼른 돌아오길 바랬다. 지금은 같이 뛰는 것에 정말 만족하고 있다."
팬사랑에 대한 보답, 당연하다
수니아스는 V리그 최고 인기팀으로 발돋움한 '배구 특별시' 천안 배구팬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된다고 밝혔다.
"경기에 들어가면 경기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관중들의 열기가 너무 뜨겁다. 경기 중 힘들 때면 팬들의 함성이 큰 힘이 된다. 내가 1라운드 때 잘 못 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다가와서 '괜찮다,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니 더 힘이 났다."
많은 배구팬들에게 사랑받는 수니아스는 팬서비스에 있어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니아스는 팬서비스에 더욱 신경쓰게 된 특별한 이유로 세계적인 배구 스타 지바(질베르투 고도이 필류, 브라질)를 예로 들었다.
"브라질 국가대표인 지바 선수가 경기 후 모든 관중에게 일일이 싸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걸 보면서 정말 많이 느꼈다. 팬서비스는 어찌보면 당연한 도리다. 가장 중요한건 나로 인해 팬들이 기뻐한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어 수니아스는 "요즘 팬들이 간식을 많이 가져다주곤 한다. 이전에는 그런 것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생소했다. 간식 중에서는 초콜릿을 가장 좋아하는데 처음에 누군가 내게 초콜릿을 줘서 놀란 적이 있다. 왜냐하면 초콜릿을 준다는건 좋아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실수로 준게 아닌가 생각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한국 생활에는 만족, 현대캐피탈은 '가족'
수니아스에게는 한국과의 연결 고리가 하나 있다. 또한 수니아스는 한국에서의 생활에도 매우 만족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매우 만족한다. 사실 나에겐 한국과의 연결고리가 하나 있다. 할아버지께서 한국 전쟁에 참여하셨다. 또한 우리 팀도 정말 맘에 든다. 다른 리그에서도 뛰어봤지만 현대캐피탈처럼 지원을 잘 해주고 원하는 걸 최대한 들어주려고 하는 곳을 못 가봤다.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너무 잘해준다."
수니아스는 현대캐피탈 구단 식당에서 선수들의 식단을 책임지는 김정옥(58) 영양사가 지난 5일 부군상을 당한 데 대에 본인의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수니아스는 이미 현대캐피탈 구단을 소속팀을 넘어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분도 우리의 가족이다. 어제 경기가 끝나자마자 장례식장을 다녀왔는데 정말 마음이 아팠다.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나는 다른 나라에서 용병으로 뛰고 있어서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리고 영양사님이 우리 할머니를 많이 닮으셨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더 많이 아팠다."
수니아스는 지난 6일 장충체육관서 열린 드림식스전 수훈선수 인터뷰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내 친구를 위해 소녀시대의 포스터에 사인을 받아줄 수 있느냐"고 정중히 부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수니아스는 작은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나도 소녀시대를 좋아하는데 룸메이트인 안재웅 주무도 소녀시대의 열혈 팬이다(웃음). 매일 TV로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를 본다. 그래서 둘이(수니아스와 안재웅 주무) 어떻게 하면 소녀시대의 사인을 받을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한 끝에 그런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야말로 4차원적인 수니아스의 모습이다.
수니아스는 인터뷰를 마치며 올 시즌 팀의 목표는 우승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2라운드에서 해왔던것 처럼 매 게임 최선을 다하고 집중한다면 3라운드나 그 이후에도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물어보나마나 팀의 목표는 우승이다."
[사진=댈러스 수니아스 ⓒ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