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시인 기자] 첼시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갈 길 바쁜 첼시가 리버풀에게 덜미를 잡히며 사실상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게 됐다.
첼시는 21일(한국시간) 스템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1/1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홈경기서 리버풀에 1-2로 패했다. 이로써 7승 1무 4패를 기록한 첼시는 가까스로 리그 4위를 유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올 여름 첼시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을 해임하고 사령탑 교체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노렸다. 비록 33살의 젊은 나이지만 지난 시즌 포르투의 리그 무패 우승과 유로파 리그 우승으로 이끈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 감독이 '제2의 무리뉴'의 길을 걸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는 그리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 첼시는 최근 리그 4경기에서 1승 3패에 머무르는 동안 선두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승점차는 12점까지 벌어졌다. 우승 경쟁에 있어서 어려움에 봉착한 셈이다. 물론 시즌은 겨우 3분의 1이 지났다. 섣불리 단언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맨시티(11승 1무/승점 34점)는 지는 법을 잃어버리기라도 하듯 독주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역시 승점 29점으로 첼시보다 한 발짝 앞서 있는 형국이다.
두 팀만 신경 쓰자니 다른 팀들의 상승세가 매섭다. 시즌 초반 최악의 부진에 빠진 아스널은 최근 리그 5연승을 질주하며 첼시와 같은 승점까지 도달했으며 토트넘과 리버풀 또한 첼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토록 첼시가 부진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수비 조직력 불안을 꼽을 수 있다. 비야스 보아스 감독은 포르투 시절 성공을 거둔 4-3-3 포메이션을 가동하고 있다. 이미 첼시는 무리뉴 감독 시절부터 4-3-3 포메이션에 익숙해 있는 터라 전술적인 적응도에 있어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선수들은 공수 간격을 좁히고 최종 수비 라인을 위로 끌어올리는 비야스 보아스 감독의 공격적인 전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첼시는 센터백 라인에 다비드 루이스 혹은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가 존 테리의 파트너로 기용되고 있다. 하지만 넓은 수비 뒷 공간은 상대팀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이들의 주력으로는 상대 공격수를 감당하기에 벅찬 모습이다. 좌우 풀백 애슐리 콜과 조제 보싱와가 공격에 가담할 경우 측면 공간의 커버 플레이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잦다.
자기 진영에서 부정확한 패스 전개와 불안한 볼 처리로 상대의 역습 기회를 내주는 빈도는 예전보다 부쩍 늘어났다. 존 테리는 이번 리버풀전에서 볼을 빼앗기는 실수를 범했으며 지난달 29일 열린 아스널전에서는 후반 40분 스스로 무게 중심을 잃은 나머지 로빈 판 페르시에게 결승골을 헌납하는 빌미를 제공한 바 있다. 존 오비 미켈은 위험지역에서 찰리 아담에게 볼 소유권을 내줘 막시 로드리게스의 선제골을 간접적으로 도왔다. 또한 전반에는 다비드 루이스가 빠르게 볼을 처리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드리블을 시도하다 빼앗기는 장면을 연출하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총체적인 수비 불안의 결과는 기록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비야스 보아스의 첼시는 올 시즌 리그 12경기에서 무려 17골을 허용했다. 이는 경기당 평균 1.42골에 해당하는 수치다. 첼시는 무리뉴 감독이 이끌던 2004/05시즌 15실점으로 역대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할 만큼 수비력이 강한 팀이었다. 더구나 첼시는 2003/04시즌 이후 8시즌 연속 0점대 실점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첼시는 올 시즌 빅클럽 맨유, 아스널, 리버풀과의 맞대결에서도 모두 패했다. 수비 불안이 발목을 잡았는데 이들과의 3경기에서 총 10골을 허용했으니 이길리는 만무했다. 특히 아스널, 리버풀전은 홈경기 패배였기에 충격의 여파는 더욱 크다.
첼시가 2년 만에 리그 우승 탈환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남은 기간 동안 수비 조직력을 개선하는 것이 절실한 이유다.
[사진 = 비야스 보아스 감독 ⓒ 첼시 공식 홈페이지 캡처]
박시인 기자 cesc@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