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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아스의 마법, 성남을 얼게 하다‥ 포항 3-1로 성남 꺾어

기사입력 2007.11.05 02:00 / 기사수정 2007.11.05 02:00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정규리그 5위 포항이 1위 성남을 대파했다.

포항의 우세를 예상한 전문가조차 예상하지 못한 스코어였다. 포항은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박원재, 고기구, 이광재의 연속골로 3-1 승리를 이끌어냈다. 포항은 따바레즈를 중심으로 토종 공격수들이 제 몫을 다해주며 짜릿한 승리를 만끽했고, 성남은 공격이 잘 풀리지 않으며 장학영의 종료 직전 만회골에 만족해야 했다.

이로서 K리그 우승컵에 한 발 다가선 포항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두 골 차 이상으로 패하지 않는 한 우승을 확정짓게 된다. 한편, 정규리그 1위 성남은 큰 점수차로 이기지 않는한 다 잡은 우승컵을 포항에게 헌납할 위기에 빠졌다.

성남의 악재? 흔들리지 않는 성남

전력 상으로 포항에 앞서는 성남이었지만 전문가들은 성남의 우승을 손쉽게 점치지 못했다. 포항이 정규리그 5위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최근 5연승을 거두며 사기가 최고조에 오른 반면, 성남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라와 레즈에 석패하며 팀 분위기가 내림세에 있었기 때문이다. 포항이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경기감각을 유지한 반면 성남은 열흘 가까이 경기를 치르지 않았고, 성남의 주장 김상식은 최근 음주 파문에 연루되며 마음고생을 심하게 앓았다. 여러모로 성남에게는 악재가 많았던 셈.

그러나 포항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 나선 성남은 예전의 챔피언의 모습 그대로였다. 포항 관중의 일방적 응원에 주눅이 들 법도 했지만, 시리아와 일본 원정을 경험한 성남에게 이 정도의 심리적 부담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했다. 음주 파문에 연루된 김상식 역시 제 역할에 충실히 했고, 후반기 체력적인 문제로 고전한 김두현은 충분한 휴식으로 기운을 차린 듯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성남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수비를 든든히 하며 경기를 차분하게 풀어나갔다.

김학범 감독, 사라진 미소

포항은 전반 20분 슈벵크의 슈팅으로 성남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남은 따바레즈를 효율적으로 막으며 위협적인 찬스를 주지 않았다. 좀처럼 웃지 않던 김학범 감독도 모처럼 웃음을 띄며 경기를 관전했다. 체력적으로 열세인 포항의 전반 초반 공세를 잘 막으면 후반전에는 경기를 주도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김학범 감독의 미소를 박원재가 가로챘다. 전반 31분, 따바레즈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이 골포스트를 강타하며 튕겨나왔고, 이 공을 받은 박원재가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든 것. 수원을 무너뜨린 따바레즈와 박원재가 성남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는 선제골을 합작한 셈이었다.

성남으로서는 포항 전력의 핵심인 따바레즈를 잘 막으며 짠물 수비를 펼쳤지만, 프리킥 찬스에서만은 따바레즈를 막을 수 없었다. 포항은 3위 울산, 2위 수원에 이어 정규리그 1위 성남까지 꺽겠다는 무서운 기세를 골로 증명해보였다.

조직력의 성남, 포항의 그물수비에 '쩔쩔'

전반전을 1-0으로 마친 포항은 조네스를 빼고 고기구를 투입했다. 체력적인 문제에 시달리며 전반 내내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 조네스 대신 충분한 휴식을 취한 고기구를 투입하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파리아스 감독의 계산이었다.

포항은 슈벵크, 고기구, 따바레즈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수비에 가담하며 수비를 두텁게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남은 좀처럼 공격에 나서지 못하며 후반 초반에도 포항의 공세에 시달렸다. 포항의 밀집수비 속에서 성남은 패스 루트를 쉽게 찾지 못했고, 패스가 자주 끊기며 포항의 역습을 허용하는 허점을 보였다. 후반 12분 조성환과 슈뱅크의 역습은 김용대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추가골이 될 수도 있는 위협적인 상황이었다.

성남은 박진섭이 공격에 가담하며 좋은 찬스를 맞았지만, 박진섭이 무리하게 공을 경합하면서 팔꿈치를 사용하는 반칙을 범해 경고를 받았다. 후반 13분, 남기일이 회심의 슈팅을 날리며 동점골을 기록하는 듯 했지만 골포스트를 강타하며 골이 되지 못했다. 포항을 도왔던 골포스트가 성남은 돕지 않았던 셈이다.

벤치 싸움의 시작, '김동현, 한동원' vs '이광재'

파리아스 감독이 후반 시작과 함께 승부수를 던졌다면, 김학범 감독은 자신만의 교체 타이밍인 후반 16분 첫 번째 교체카드를 사용했다. 포항 수비에 막혀 특유의 돌파를 보여주지 못한 최성국을 빼고 '히든카드' 김동현을 투입한 것. 공격의 변화를 통해 동점골을 넣겠다는 김 감독의 의지가 교체로 표현된 셈이었다.

김동현 카드는 성남 공격의 신호탄이 되었다. 김동현은 미드필드부터 상대진영까지 폭넓게 움직이며 찬스를 만들었고, 집중 견제를 받았던 이따마르에 대한 견제가 느슨해지며 슈팅 찬스가 나기 시작했다. 남기일과 김두현이 기회를 틈타 날린 회심의 중거리 슈팅이 골문을 빗나가긴 했지만, 성남의 공격은 전반과 달리 활발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김학범 감독이 조커 김동현을 투입하자, 파리아스 감독도 질세라 이광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후반 20분, 슈벵크의 자리에 '슈퍼 조커' 이광재가 투입된 것이다. 이로서 포항은 외국인 공격수 두 명을 모두 토종 공격수와 교체한 셈이 되었다. '플레이오프의 사나이'로 부상한 이광재는 투입되자마자 화끈한 돌파로 조병국을 제치는 등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에 질세라 김학범 감독은 한동원까지 투입하며 공격의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후반 26분,수비형 미드필더 손대호를 빼고 공격 성향이 강한 한동원을 투입한 것. 양 팀의 벤치는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이며 남은 20분을 준비했다.

이변의 마침표, 고기구와 이광재

체력적인 약세로 후반전 고전이 예상되었던 포항의 이변은 이제 시작이었다. 후반 28분, 박원재가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가 고기구의 머리에 정확하게 전달되며 눈 깜짝할 사이에 골로 연결된 것이다. 성남의 수비가 느슨해진 틈을 타 박원재가 좋은 크로스를 올렸고, 조병국과 김영철 사이에 서 있던 고기구는 큰 키를 이용해 멋진 헤딩으로 골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1골에 그친 고기구로서는 감격적인 챔피언결정전에서의 추가골이었다.

그러나 이변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1분 뒤, 교체투입된 고기구와 이광재 조합이 다시 한 번 일을 낸 것이다. 고기구의 헤딩이 골포스트를 맞으며 튕겨나왔고, 이 공이 이광재 앞으로 흘러가며 포항의 세 번째 골이 터졌다. 후반전 조커로 투입된 이광재의 저력이 다시 한 번 발휘된 장면이자, 정규리그 1위 성남이 완벽하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장학영, 2차전의 대반전의 초석

성남은 이따마르를 빼고 김민호를 투입하며 빠른 공격으로 만회골을 만들고자 총공세를 펼쳤다.그러나 성남의 공격은 포항에게 더 많은 찬스를 바친 결과가 되었다. 고기구와 이광재는 빠른 역습 찬스에서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추가골을 노리는 의지가 눈에 보였다. 후반 38분 이광재와 고기구의 콤비 플레이는 조병국의 투혼 어린 수비에 막히긴 했지만 포항 관중을 즐겁게 하기 충분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성남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추가시간동안 장학영이 정성룡 골키퍼가 펀칭한 공을 잡아 멋진 슈팅으로 골을 기록한 것. 1골을 만회한 성남으로서는 2차전 대반전을 위한 초석을 닦은 셈이었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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