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온라인 또는 사전 투표 방식 도입을 주장했다.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달 8일 진행되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의 온라인투표 또는 사전투표 도입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사상 원정 16강행을 이끈 허 감독은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선거일은 내년 1월 8일이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직접 참여하는 선거인단은 194명이다. 허 감독은 선거인단 중 43명이 프로 구단의 감독과 선수들이라 선거일인 1월 8일에 해외 전지훈련 등으로 인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허 감독은 "대한축구협회는 이전의 구태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채 제대로된 선거절차도 마련하지 않은 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선거를 치르려 하고 있다"라며 "과거 12년전 20여명의 대의원만을 놓고 축구협회장 선거를 치렀던 상황과 200명에 가까운 선거인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는 모든 제도나 절차에서부터 달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선수, 지도자들의 전지훈련으로 정당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프로 1, 2부리그 25개 팀중 20개 팀이 해외, 2개팀은 제주, 1개팀은 남해에서 전지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번 선거에 배정된 선거인 가운데 126명이 선수, 지도자, 심판이며 이 가운데 심판을 제외한 111명이 현장에서 뛰는 축구인들이다.
이를 근거로 허 감독은 "이제라도 정당하게 선거인단에 포함된 현장의 감독, 지도자, 선수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온라인투표 또는 사전투표 방식 도입을 요구한다"라며 "이는 현장에서 땀흘리고 있는 감독, 지도자, 선수들에게 정당한 선거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라고 밝혔다.
온라인 투표 방식은 이미 회장선거관리규정 제25조(선거방법) 제4항에도 허용한 제도다.
규정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투표시스템 등 전자적 방법을 이용하여 투표 및 개표(이하 "전자투표 및 개표"라 한다)를 실시할 수 있다', '전자투표 및 개표를 실시할 경우 전자투표 및 개표에 관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과 협의하여 결정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허 감독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확인한 바로는 선거일 10일 전까지만 신청하면 지원할 수 있고, 해외에서도 투표가 가능하며, 200명 정도의 규모는 아무런 문제없이 투표 및 개표가 가능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사전투표도 후보자들 간 합의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대안은 충분히 있다. 이를 받아들일 것이냐는 의지만 있다면 도입할 수 있다"라고 했다.
앞서 허 감독은 지난 21일 "대한축구협회가 회장선거에 있어서도 공정과 상식을 저버린 관리·운영하는 상황이 드러났다"며 "일부 사안은 매우 심각한 불법적인 정황이 드러났다"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허정무 후보 측 관계자는 "협회 한 고위 임원에게 이미 선거인 명단이 유출됐고, 해당 임원은 이 명부를 바탕으로 선거운동을 벌였다는 제보도 접했다. 이 제보가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정 선거'라고 불러도 협회 측에서는 반박하기 어려운 사안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3일 공지를 통해 "대한축구협회 회장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작성하는 선거인 명부는 유출될 수 없으며 현재 협회 임원 누구에게도 열람되지 않았다"라며 "선거인 명부는 23일까지 선거인 본인의 정보확인을 위한 열람기간을 거쳐 24일 명부가 확정될 예정이다. 확정된 명부는 회장선거 후보자 등록기간(25~27일) 종료 후 후보자들에게 전달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선거인 명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제보를 받았다면서 명단유출과 부정선거 의혹까지 언급하는 보도자료를 낸 출마 예정자 측이 있어 우려의 뜻을 표한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내세우는 것은 선거운영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내년 1월 8일 열리는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는 정몽규 현 협회장, 허정무 전 축구 대표팀 감독,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 초빙교수의 '3파전'으로 치러진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11일 개최된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열린 연임 자격 심의가 가결됐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재계 30위권 HDC그룹 오너인 정 회장은 전북 현대 다이노스(현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호랑이(현 울산HD) 구단주,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 등을 지내며 축구계 발전을 위해 힘썼으나 최근에는 탐탁치 않은 협회 운영 및 행정 문제로 인해 팬들의 여론을 얻지 못하고 있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허정무 전 감독은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등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하다 1991년 지도자로 전향한 뒤 한국 축구대표팀과 전남 드래곤즈, 인천 유나이티드 등에서 감독을 지냈다. 이후 행정가로 변신해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 대전하나시티즌에서 행정 일을 수행하다 지난해 대전 이사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허 감독은 "흔들리고 추락하는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며 "모두가 대한축구협회 환골탈태를 바라면서도 거대한 장벽 앞에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갈등하는 현실을 지켜보며 한없이 괴롭고 부끄러워 더 이상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라며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허 감독의 뒤를 이어 과거 짧은 축구선수 생활을 마친 뒤 방송 해설가와 프로축구단 사장으로 활동했던 신문선 교수가 출마를 선언했다. 1986년부터 축구 해설가로 일한 신 교수는 2011년부터 명지대 교수로 일하고 있고, 2014년에는 성남FC 대표이사를 맡아 행정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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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