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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긱스' 염기훈, 바람 잘날없는 '고난의 나날'

기사입력 2007.07.31 18:59 / 기사수정 2007.07.31 18:59

이상규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아시안컵 맹활약, 빛이 바랬다.'

'염긱스' 염기훈(24)의 지난 1주일은 시련과 고통의 나날이었다. 승부차기 '왼발 수난' 징크스에 울더니 부상으로 올 시즌 잔여 경기까지 출전할 수 없기 때문.

염기훈은 지난 25일 2007 AFC 아시안컵 4강 이라크전에서 승부차기 실축으로 한국 결승 진출 실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28일 3~4위전 일본전에서는 오른쪽 발등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어 결국 올 시즌 하반기를 접게 됐다. 자신의 축구 인생에 큰 도약의 밑거름이 될 것 같았던 아시안컵에서 연달아 뼈아픈 시련을 겪은 것이다.

불행의 '왼발의 달인' 계보를 잇다.

베어벡호의 '왼발 뉴스페이' 염기훈은 아시안컵에서 왼쪽 윙어로 줄기차게 출전했지만 끝내 '왼발 수난 ' 징크스에울고 말았다. '왼발의 달인' 계보를 이었던 선수들은 팀의 승패가 엇갈린 중요 국제 경기에서 왼발로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이른바 '왼발 수난' 징크스는 '왼발의 달인'의 원조격인 하석주(현 경남 코치)로 부터 시작이 됐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볼리비아전에서 후반 막판 상대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기회가 벌어졌지만 슈팅하려던 왼발이 그만 헛발질로 이어지는 바람에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쳤다. 하석주의 왼발 슛이 골로 연결 되었다면 역대 최초 월드컵 첫 승을 기록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하석주는 국내로 돌아와 왼발 연습을 철저히 연습한 끝에 1997년 소속팀 부산의 K리그 전관왕을 이끌면서 진정한 '왼발의 달인'으로 각광 받았다. 그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전에서 왼발로 프리킥 골을 성공시켜 마법같은 왼발 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기쁨의 순간도 잠시, 하석주는 상대 선수에게 왼발로 치명적인 백태클을 가한 끝에 퇴장의 아픔을 곱씹어야 했다. 하석주가 빠진 한국은 멕시코에 연속으로 3골을 내준 끝에 1-3으로 패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또 다른 '왼발의 달인' 이을용(서울)이 '왼발 수난'을 겪었다. 미국전 경기 도중 페널티킥을 날리는 기회를 얻었지만 그의 왼발슛은 미국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골 기회가 무산됐다. 하지만, 3~4위전 터키전에서 왼발로 기가막힌 프리킥 골을 넣어 미국전 페널티킥 실축의 한을 털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염기훈에게 불행이 찾아온 것이다. 염기훈은 2007 AFC 아시안컵 4강 이라크전에서 한국의 네번째 키커로 나서 왼발 슛을 날렸지만 공의 힘이 약한 나머지 누르 골키퍼의 펀칭에 막혀 승부차기 3-4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강력한 왼발로 이라크 진영을 활발히 휘저었지만 단 한번의 실축으로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47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하던 한국의 꿈이 좌절되는 순간 이었다.

빛바랜 아시안컵 맹활약

염기훈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환상의 왼발 능력을 발휘하여 '베어벡호 세대교체 주역'으로 떠올랐다. 정교한 왼발 크로스와 부지런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왼쪽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그는 국가대표팀 붙박이 주전을 확정지어 '포스트 설기현'의 위용을 과시했다. 그는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하석주-이을용'으로 이어졌던 '왼발의 달인' 계보를 잇게 됐다.

이렇게 국가대표팀 내 위상이 강화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시련'이라는 댓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런 점에서 염기훈의 승부차기 실축은 선배 선수들의 안좋은 추억을 불가피하게 잇게 되는 안타까움을 사게 됐다.

하지만, 왼발을 잘 다루는 선수는 적을 뿐더러 그만큼 희소 가치가 높다. 라이언 긱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리옌 로번(첼시) 같은 선수들이 주목받는 것 또한 특출난 왼발 능력이다. 염기훈이 전 소속팀 전북에서의 맹활약과 국가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원동력은 다름 아닌 왼발이다. 지난달 A매치 네덜란드전에서 로번의 결장을 아쉬워 할 정도로 왼발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불과 1년 6개월전까지 호남대 출신의 평범한 신인이었던 그는 지난해 전북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을 뿐더러 신인왕에 오르는 겹경사를 누렸다. 얼마전 울산으로 1:2 형식 트레이드가 성사될 때 K리그 정상급 윙어로 꼽히는 정경호가 임유환과 함께 맞교환 될 정도로 정경호보다 더 나은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발등 골절로 올 시즌 하반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되었지만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올 때는 승부차기 실축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모습을 기대하게 됐다. 이 같은 시련은 앞으로의 큰 경기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국가대표팀과 K리그에서의 입지를 끌어올린 염기훈의 파란만장한 축구 인생은 다시 시작 될 것이다.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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