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9.28 08:37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한국과 일본 남자배구대표팀은 숙명의 한판대결을 펼쳤다.
두 팀 중 이기는 팀이 무조건 애틀랜타로 가는 상황이었다. 적지인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신진식(현 홍익대 감독)은 일본의 코트를 맹폭했다. 188cm의 단신이었지만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파워를 앞세워 올림픽 출전의 수훈갑이 됐다.
특히, 90년대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인 나카가이치 유이치와의 에이스 맞대결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중요한 상황에서도 대범하게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한 신진식의 플레이에 일본은 무릎을 꿇었다.
'제2의 신진식'으로 불리는 전광인(성균관대)은 27일, 이란 테헤란 알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남자배구 아시아선수권대회' 한일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위기 상황에서도 강력한 서브를 구사하는 담력은 신진식과 비슷했다.
또한, 블로킹을 두려워하지 않고 강타를 때리는 적극성도 신진식과 판박이였다. 193cm인 전광인은 날개 공격수로서 신장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90cm에 이르는 서전트 점프 능력을 지닌 그는 일본의 블로킹을 무력화시켰다.
현재 대표팀은 간판 공격수인 문성민(현대캐피탈)과 박철우(삼성화재), 그리고 김학민(대한항공) 등이 모두 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해결사'로 새롭게 탄생한 이가 전광인이다.
대표팀의 막내이기도 한 그는 문성민의 고유번호의 4번을 달고 있다. 문성민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전광인은 빠른 스윙과 높은 타점으로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가 됐다.
27일 열린 일본과의 8강전에서 양 팀은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일본에 2-3으로 역전패를 당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빠른 배구를 추구했다. 주전 세터인 우사미 다이스케는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빠른 토스로 한국의 블로킹을 농락했다.
올해부터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박기원 감독도 '빠른 배구'를 추구하고 있다. 박 감독은 "세계 배구의 추세인 스피드 배구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한국 배구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뒤늦게 빠른 배구를 본격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다. 한선수와 권영민의 토스가 빨라지면서 공격수들은 이 볼을 치기 위한 훈련에 들어갔다.
대표팀에 소집된 공격수들 중에서도 전광인은 움직임과 스윙의 스피드가 예사롭지 않았다. 빠른 발과 스윙은 물론, 고무공 같은 탄력을 지는 그는 대표팀 주전으로 기용된 첫해에 한국의 에이스가 됐다.
리시브가 잘 될 때, 전광인은 전광석화 같은 시간차와 퀵 오픈으로 일본 코트를 공략했다. 또한, 나쁜 볼도 득점으로 처리해 '해결사'의 역할도 수행했다.
한국은 일본의 주전 세터 우사미의 토스가 살아나면서 고전했다. 한국의 블로킹을 따돌리는 우사미의 토스에 번번이 속은 한국은 2,3세트를 내리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전광인과 라이트 포지션에 자리 잡은 김요한(LIG손해보험)의 좌우 공격이 살아나면서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결국, 5세트를 16-14로 따내면서 아시안선수권 4강 진출은 물론, 2012 런던올림픽 예선 출전권을 획득했다.
월드리그와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남자배구대표팀은 주전 공격수들이 부상에 빠지는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혜성같이 나타난 전광인은 새로운 팀의 해결사로 등장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사진 = 전광인 (C)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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