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히어로즈 1군 작전 주루코치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던 홍원기(오른쪽) 현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당시 외국인 타자였던 덕 클락의 홈런 후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격려하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코치 첫해 때 받은 시계인데 한 번 차봤어요."
지난 21일 고척스카이돔.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를 앞두고 공식 인터뷰를 마친 뒤 현장 취재진과 짧은 담소를 나눴다.
이때 취재진 중 한 명이 홍원기 감독이 차고 있던 유니크한 디자인의 손목시계에 주목했다.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스마트워치가 아닌 전자시계 형태였다.
홍원기 감독의 손목시계는 덕 클락으로부터 받았던 선물이었다. 클락은 2008년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한 뒤 2009년부터 히어로즈로 팀을 옮겨 2010 시즌 전반기까지 활약했다.
클락은 2년 반 동안 KBO리그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2008 시즌 125경기 타율 0.246(472타수 116안타) 22홈런 79타점 25도루 OPS 0.789로 활약했다. 타율은 다소 낮았지만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은 물론 리그 최정상급 외야 수비 능력까지 보여줬다.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 클락 켄트와 이름이 같았던 까닭에 한국 팬들도 클락에게 슈퍼맨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6월 중순부터 착용 중인 손목시계. 지난 2009년 히어로즈 소속 외국인 타자 덕 클락으로부터 선물 받았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키움은 2009 시즌 준비 과정에서 타선 강화를 위해 외국인 선수 슬롯 2명을 모두 타자로 채우는 승부수를 던졌다. 히어로즈 초대 4번타자 클리프 브룸바와 재계약에 이어 한화가 재계약을 포기한 클락을 영입했다.
클락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펄펄 날았다. 2009 시즌 125경기 타율 0.290(486타수 141안타) 24홈런 90타점 23도루 OPS 0.880으로 한화 시절보다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클락은 2009 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을 마친 뒤 당시 김시진 키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 자신의 2년 연속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을 자축하는 의미로 손목시계를 선물했다.
홍원기 감독은 2009 시즌 지도자로 첫발을 뗐다. 1루 작전 주루코치로 클락과 인연을 맺었고 클락으로부터 시계를 선물 받았다. 클락이 2010 시즌 전반기 종료 후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방출되면서 두 사람의 동행은 멈췄지만 홍원기 감독은 여전히 클락의 시계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클락은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코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히어로즈 1군 작전 주루코치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던 홍원기(오른쪽) 현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당시 외국인 타자였던 덕 클락의 홈런 후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격려하던 모습. 사진 연합뉴스
홍원기 감독은 "지금은 호타준족 외야수가 리그에 많이 보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20홈런-20도루는 흔한 기록이 아니었다"며 "클락이 히어로즈에서 뛰는 동안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됐다"고 돌아봤다.
또 "특별히 이 시계를 최근부터 착용 중인 이유는 없다"고 웃은 뒤 "코치 첫해 때 선물 받은 시계라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취재진 중 한 명은 '클락의 20홈런-20도루 기운이 시계 덕분에 선수들에게 전해질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홍원기 감독도 웃는 얼굴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KBO리그 최초의 외국인 타자 20홈런-20도루는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제이 데이비스가 달성했다. 데이비스는 1999년 30홈런-35도루, 2000년 22홈런 21도루로 두 차례 20홈런-2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한화는 2018년 제라드 호잉이 30홈런-23도루로 데이비스의 뒤를 이어 이글스 외국인 타자로는 세 번째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 지난 6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팀 간 10차전을 지휘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던 매니 마르티네스가 2001년 25홈런-28도루, 야마이코 나바로도 2014년 31홈런-25도루에 이어 2015년 48홈런-22도루로 화끈한 장타력과 주루센스를 동시에 보여줬었다.
NC 다이노스는 에릭 테임즈가 2015년 47홈런-40도루로 현재까지도 유일무이한 KBO리그 40홈런-4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애런 알테어는 2020년 31홈런-22도루, 2021년 32홈런-20도루로 2년 연속 20홈런-20도루를 기록했다.
KIA 타이거즈 소속 외국인 타자로는 로저 버나디나가 2017년 27홈런-32도루, 2018년 20홈런-32도루로 2년 연속 20홈런-20도루 이상의 성적표를 받았다.
롯데 자이언츠도 짐 아두치가 2015년 28홈런-24도루로 구단 외국인 타자 최초의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바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