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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 특집 ①] '여제' 김자인, "클라이밍의 매력은 몰입의 즐거움"

기사입력 2011.08.25 07:4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어려서부터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리고 욕심도 많았죠. 부모님이 모두 산악을 좋아하셨지만 막상 제가 선수가 되는 것은 원치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몰입할 수 있는 클라이밍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어요."

한국인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이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 7월 23일(이하 한국시각) 이탈리아 아르코에서 열린 '2011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리드(난이도) 부분 결선에 출전한 김자인(23, 고려대, 노스페이스 스포츠클라이밍 팀)은 예선전과 준결승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결승에 출전하는 김자인은 긴장감보다 자신감이 넘쳐있었다.

월드컵시리즈에서만 7번(리드 6번, 볼더링 1번) 우승을 차지한 그는 자신의 주 종목인 리드 부분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다. 1988년 스포츠 클라이밍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 뒤, 여자 리드 부분에서 최초로 한국 챔피언이 탄생할 순간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김자인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결승전에서 완등에 실패했고 우승은 앙겔라 아이터(오스트리아)에 돌아갔다. 하지만, 김자인은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클라이밍 자체를 좋아했고 세계선수권에 도전할 기회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예선전과 준결승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어요. 다른 선수들과 차이도 많이 난 상태였고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승을 못해도 크게 아쉬워하지 말자는 기분으로 시합에 임했어요."

스포츠 클라이밍 세계선수권대회는 2년에 한 번 씩 개최된다. 그러나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해와 맞추기 위해 2012 런던올림픽이 열리는 내년에 다시 개최된다. 비록,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은 놓쳤지만 리드 부분에서 김자인은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다.



모든 대회가 끝나는 12월 초까지 '휴식'은 없다


세계 선수권대회는 막을 내렸지만 IFSC에서 개최하는 월드컵시리즈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크게 세 종목으로 나눠진다. 가장 경쟁이 치열하고 정통적인 등정 종목은 리드이다.

리드는 13m 이상의 인공암벽의 정상에 등정하는 종목이다. 수직으로 정해진 코스를 완등하거나 가장 높이 올라가야 우승을 할 수 있다. 김자인의 주 종목인 리드는 주로 시즌 후반기에 대회가 몰려있다.

"이탈리아 아르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지난 3일에 입국했어요. 가장 큰 대회를 마쳤지만 아직 출전해야할 대회가 많아 휴식 없이 훈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9월 7일부터 중국 시닝에서 열리는 월드컵 3차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어요."

올해 김자인이 출전할 월드컵 시리즈는 총 8개 대회가 남아있다. 김자인은 "몇 번 우승을 차지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재미있게 경기를 펼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리드는 안전장치와 로프를 이용해 수직 인공암벽을 오르는 종목이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홀더(인공암벽에 붙은 물체)를 잡고 지정한 고리에 로프를 걸어야 완등이 인정된다.

"이 운동을 하면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맨 위의 홀더를 잡고 마지막 고리에 로프를 걸었을 때죠. 가장 높은 곳에 오른 뒤, 인공암벽에 손바닥을 칠 때 느끼는 기분은 말로 표현 못합니다."



학업도 정복한 '엄친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


중력의 법칙을 어기고 보다 높은 곳을 향해 등정하는 것이 스포츠 클라이밍의 특징이다. 강인한 체력과 유연성이 필요하지만 집중력도 요구된다. 단 한순간의 방심이 승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자인은 스포츠 클라이밍의 매력에 대해 "몰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점"이라고 정의했다. 인공암벽 곳곳에 박혀있는 홀더를 잡고 등정하려면 한 순간의 방심도 허락하면 안 된다.

클라이밍은 멘탈의 비중이 매우 높다. 또한,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임기응변도 필요하다.

"클라이밍 자체가 정신 치료에 도움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웃음) 멘탈적인 부분이 중요하지만 따로 심리 치료 같은 것은 받지 않습니다. 운동 자체가 정신력을 강화시켜주기 때문이죠."

김자인은 2009년부터 세계무대를 정복해 왔다. 세계 챔피언의 손바닥과 발은 굳은살로 도배가 돼있었다. 운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만 학업을 소홀히 한 적은 없었다. 김자인은 상반기동안 역대 여자 선수로서는 두 번째로 리드와 볼더링(5M이내의 암벽을 정해진 시간 내에 등정하는 종목)을 동시에 제패했다.

이러한 쾌거를 올리면서 4.0이 넘는 학점을 얻었다. 현재 고려대 체육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김자인은 학업도 운동 못지않게 ‘몰입’하고 있다.

서울시 산악연맹 스포츠클라이밍 위원장인 이재용 노스페이스 감독은 "(김)자인이의 최대 장점은 자기 자신에 대한 욕심이 많다는 점이다. 타고난 정신력이 매우 강하다. 처음 훈련을 할 때는 단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단신 선수는 시야가 좁다는 약점이 있는데 자인이는 자신이 올라갈 루트를 미리 외우고 들어가는 방법으로 극복해냈다"고 평가했다.



클라이밍 악바리의 눈에 비친 '피겨 여왕' 김연아


최근 같은 소속사(올댓스포츠)에 있는 김연아(21, 고려대)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불러 모았다. 김연아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아이스쇼에 김자인을 초대했었다.

"김연아 선수는 많은 분들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항상 부담감을 안고 시합에 임하는 입장일거예요. 이러한 압박을 모두 이겨내고 최고의 연기를 펼치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김연아로 인해 피겨 스케이팅이 대중에게 알려졌듯, 스포츠클라이밍을 널리 알리는 것이 김자인의 바램이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엘리트 스포츠는 물론,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레저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하계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챔피언을 넘어 '스포츠 클라이밍의 메신저'가 되는 것이 김자인의 목표이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얼핏 보면 어렵게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전신 근육 발달과 다이어트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집중력을 키우는데도 더없이 좋아요."

[사진 = 김자인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김연아, 김자인 (C) 올댓스포츠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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