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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특집②] 김지호 코치 "조정인으로 자부심, 무도에게 감사"

기사입력 2011.08.19 10:15 / 기사수정 2011.08.19 10:15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덕중 기자] 무한도전 팀이 빠져나간 지난 11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은 고요했다. 정말 이곳에 3만5,000여 명의 구름 관중이 모였었고 뜨거운 응원 열기가 펼쳐졌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몇몇 선수들만이 조정과 카누를 타며 고된 훈련을 하고 있었다.
 
5개월 동안 무한도전 팀과 동고동락했던 김지호 코치는 "당연한 것"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그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무한도전을 통해 조정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한국 조정도 그들처럼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김 코치와의 일문일답.
 
-평소에 무슨 일을 하나.
 
서울시 장애인 체육회에서 일을 하고 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조정을 가르치는 일이 주 업무다. 대한조정협회 레저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무한도전 팀의 코치를 맡게 된 계기는.
 
협회를 통해 얘기를 들었다. TV 프로그램의 조정편이 방송되는데 코치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얘기였다. 별 생각없이 지원했는데 어쩌다 보니 작가분들과 면접까지 보게 됐고 마지막 일인으로 선택됐다. 그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첫 촬영 직전까지 '이게 진짜인가'라는 생각에 어리둥절했다.
 
-책임감이 컸을 것 같다.
 
서울체고-세종대 재학 시절 배를 탔고 전국체전에도 참가했지만 전체 조정인을 대표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이 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촬영을 할수록 카메라를 신경쓰지 않게 됐다. 한 사람의 지도자로서 가르치는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아마도 무한도전 팀들의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무한도전 얘기를 해보자. 에이트 2,000m 기록으로 얼마를 예상했나.
 
7분대 초반이다. 무한도전 팀들의 마지막 훈련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면 6분대 후반도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8분 2초의 기록이 나왔지만 이것도 대단한 것이다. 조정을 처음 접했고 훈련 기간도 길었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2,000m 완주를 두 번 밖에 하지 않았다. 합숙 훈련 때와 견줘 무려 1분 44초를 줄였다.
 
-그럼에도 예상 기록보다 떨어진 이유는 뭔가. 
 
스타트 부저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게 크다. 무한도전 팀이 레이스 초반 7번 레인의 멜버른대를 바짝 추격했다면 훨씬 좋은 기록이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 짚고 넘어가자. 조정은 기록 경기가 아니다. 나는 오히려 무한도전 팀이 2,000m 완주를 하면서 단 한 번도 호흡이 어긋나지 않았다는 데 박수를 보내고 싶다.

-8번 레인을 배정받아 불리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건 잘못된 거다. 원래 조정은 여섯 레인에서 경기를 하는 게 원칙이다. 7,8번은 임시 레인이다. 콕스 정형돈씨가 심판이 탄 배 때문에 8번 레인을 벗어나야 했는데 정규 대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파도 때문에도 힘들었지만 이 또한 조정에서는 흔이 있는 일이다. 뒤로 처지는 팀은 어쩔 수 없다.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다.



 
-콕스를 제외한 선수들은 레이스 도중 정말 순위를 알 수 없는건가.
 
훈련된 선수들이라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 초보자라면 어렵다.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바로 앞사람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그 외의 것들을 볼 여유가 없다. 무한도전 팀이 그랬다.

-무한도전 팀의 레이스를 지켜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나. 
 
레이스를 할수록 무한도전 멤버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멤버들 자세가 많이 흐트러졌다. 자세가 올바르지 않으면 노 젖기도 엇박자가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무한도전 멤버들은 신기하게도 한 호흡을 했다. 몸은 힘들지만 정신력으로 버틴 것이다. 조정을 조금이라도 배운 분들이라면 이게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알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뭉클했다. 
 
-그래도 레이스 도중 눈물을 흘리지 않았는데. 
 
안 울려고 했다. 뭔가 인위적인 느낌이 들어서 싫었다. 다만 좋은 기록이 나왔고 멤버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한도전, 잘 했다'라고 격려하면서 순간 울컥하긴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정형돈씨가 펑펑 눈물을 쏟고 있었지만 그 때도 괜찮았다. 그런데 모든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내게 '미안하다'고 하는거다. 그러다 보니 내가 되려 미안한 감정이었고, 정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것 같다.
 
-무한도전 조정편이 끝나고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무엇인가.
 
많은 분들이 트위터에 글을 남겼는데 꿈을 되찾게 해줬다며 감사하다고 했다. 그동안 꿈을 잃고 살았는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서 성취하겠다는 얘기였다. 이런 게 조정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
 
-무한도전이 끝나고 10여일이 흘렀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무한도전 팀의 경기가 끝난 다음 날 같은 곳에서 전국조정선수권대회가 열렸다. 국내 대회 중에선 가장 역사가 길고 전통있는 대회인데 전날 모였던 3만5,000여 명의 팬들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 기대했던 건 사실이지만 괜찮다. 이게 현실이니까. 앞으로가 중요하다. 적어도 사람들이 카누와 조정을 구별할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무한도전 조정편은 성공적인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한다. 
 
-정말 앞으로가 중요할 것 같다. 
 
조정이 지금처럼 많은 주목을 받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를 포함한 조정인들이 모처럼 자부심을 갖게 됐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 경쟁력 있는 선수 육성을 통해 세계 무대에 도전해야 한다. 무한도전이 해낸 것처럼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선 곤란하다. 협회 차원에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고 나 또한 최대한 힘을 보탤 생각이다.  

[사진 = 미사리 조정경기장의 김지호 코치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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