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손흥민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가 갑자기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오른 데스티니 우도기 자리에 센터백인 미키 판더펜을 세우는 기묘한 구상으루하고 있다. 왼발잡이인 판더펜이 왼쪽 풀백에 서는 게 무리는 아니지만 센터백만 섰던 그가 얼마나 우도기 빈 자리를 메울지는 알 수 없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지난 22일(한국시간) "우도기가 부상으로 인해 이번 시즌 남은 경기에 뛸 수 없다"며 "토트넘에서 우도기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로는 벤 데이비스와 에메르송 로얄, 판더펜이 있다"고 전했다.
데이비스와 에메르송은 왼쪽 풀백을 본 경험이 있기에 무리가 없지만 판더펜이 이름이 나온 것은 의외다.
매체는 판더펜에 대해 "속도와 기술적인 능력으로 인해 왼쪽 풀백에서 뛸 수 있는 판더펜은 토트넘에서 센터백으로만 출전했다"며 "판더펜이 왼쪽으로 이동한다면 지난 1월 영입한 라두 드라구신이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파트너로 센터백으로 출전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묘수로 판더펜 시프트를 꺼낸 셈이다.
판더펜은 이번 시즌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 센터백으로만 23경기에 출전했다. 그는 로메로와 함께 센터백으로 나서 프리미어리그에 완벽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로메로와 호흡도 완벽했다. 로메로는 주발이 오른발이라 왼발이 주발인 판더펜과 잘 맞았고 로메로는 공격적인 수비를 하는 판더펜을 잘 보완해 줬다. 판더펜도 로메로가 실수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장점인 속도로 실수를 만회하기도 했다.
센터백으로 토트넘의 확고한 주전 자리를 굳힌 판더펜의 왼쪽 풀백 기용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의 왼쪽 풀백으로 맹활약한 우도기가 지난 21일 SNS를 통해 병상에 누워 있는 사진과 함께 수술받았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번 시즌 남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고 직접 밝혔다.
우도기의 부상은 토트넘으로서는 치명적인 소식이다. 우도기는 이번 시즌 리그 28경기에 나서 토트넘 전술의 핵심 역할을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를 중앙으로 들어오는 풀백인 '인버티드 풀백' 역할로 썼고 그는 자신의 역할을 100% 해냈다. 그가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토트넘 축구를 이끌었다.
우도기가 빠지는 경기가 이번은 처음이 아니다. 토트넘은 부상과 퇴장 징계로 우도기가 나오지 못할 때 그 자리에 데이비스나 에메르송을 기용하며 그의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두 선수는 우도기의 자리를 완벽히 채우지 못했고 우도기의 빈 자리만 커 보이게 만들었다.
포스테코글루가 판더펜을 왼쪽 풀백으로 쓴다면 로메로의 파트너는 1월 토트넘으로 이적한 드라구신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드라구신이 믿을 만한 카드는 아니다. 드라구신은 지난달 17일 풀럼과의 리그 경기에서 부상으로 빠진 판더펜을 대신해 로메로와 호흡을 맞췄으나 허점을 드러내며 팀의 0-3 패배를 막지 못했다.
토트넘은 오는 28일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 라이벌전을 앞두고 있다. 토트넘이 중점적으로 막아야 할 선수는 아스널의 우측 윙어인 부카요 사카다. 사카는 장기인 속도를 바탕으로 측면을 헤집어 놓은 뒤 직접 해결까지 한다. 그를 막기 위해서는 토트넘의 왼쪽 풀백이 속도가 빨라야 한다. 판더펜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할 정도로 속도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물론 풀백이 공격의 시발점이면서 수비에서도 지능적인 위치 선정을 통해 상대 공격 막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구상이 위험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판더펜이 왼쪽에서 사카를 잘 막아준다면 손흥민도 같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은 자신의 주 포지션인 왼쪽 윙어로 나설 공산이 큰데 판더펜이 수비에서 제 역할을 한다면 손흥민은 공격에만 집중해 아스널의 뒷공간을 노릴 수 있다. 지난 아스널과의 리그 경기에서도 손흥민은 2골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토트넘은 현재 리그 5위로 4위 애스턴 빌라와 승점 6점 차다. 토트넘이 2경기 덜 치르긴 했으나 다 이겨야 겨우 동률이고 득실 차도 5골이나 나서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연합뉴스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