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빈. 지난 4월 21일 사직 KT 위즈전에서 시즌 10호 도루를 성공시켰다. 정규시즌 개막 후 단 하나의 도루 실패 없이 빼어난 주루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의 '발'이 심상치 않다.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10번이나 베이스를 훔치면서 도루에 대해서는 확실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황성빈은 지난 21일 사직 KT 위즈전에서 시즌 10호 도루 고지를 밟았다. 2022 시즌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두 자릿수 도루 성공의 기쁨을 맛봤다.
황성빈은 23일 현재 KIA 타이거즈 김도영과 함께 리그 도루 부문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부문 2위 삼성 라이온즈 김지찬(11도루), 1위 LG 트윈스 박해민(16도루)의 뒤를 쫓고 있다.
황성빈은 1군 무대를 처음 밟았던 2022 시즌부터 빠른 발을 앞세운 주루 플레이가 롯데 전력에 큰 보탬이 됐다. 하지만 도루 성공률은 높은 편이 아니었다. 도루 실패가 12회로 성공보다 더 많았다.
통상 도루 성공률이 70% 미만인 선수는 뛰지 않는 게 게임 흐름과 팀 전력에 더 큰 보탬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황성빈의 빠른 발은 분명 롯데에게 큰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도루 능력은 외려 시도 하지 않는 게 더 나은 수준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빈.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기간 김태형 롯데 감독과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황성빈은 2023 시즌에도 9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동안 5차례나 실패했다. 롯데 벤치에서 과감하게 그린 라인트를 부여하는 것도, 주루코치가 뛰라는 사인을 주는 것도, 황성빈 스스로 자신 있게 스타트를 끊는 것도 쉽지 않았다.
황성빈의 빠른 발은 2024 시즌 성공률까지 확 높아졌다.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10번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황성빈이 출루하면 상대 배터리는 큰 압박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황성빈의 변화를 이끌어낸 건 고영민 롯데 3루 작전주루코치다. 고영민 코치는 2023 시즌을 마친 뒤 올해부터 롯데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두산 베어스에서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고영민 코치는 현역 시절 빠른 발과 뛰어난 주루 센스를 바탕으로 현란한 베이스 러닝을 자주 선보였다. 전성기 시절에는 공수주를 모두 갖춘 국가대표 2루수로 명성을 떨쳤다.
고영민 코치는 지난 2월 괌-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기간 롯데 선수들의 작전 수행 능력, 베이스 러닝 향상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노하우를 쏟아냈다. 황성빈은 고영민 코치의 지도를 받은 뒤 스타트를 도루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영민 롯데 자이언츠 1군 작전 주루코치. 올 시즌 외야수 황성빈의 도루 능력 성장에 큰 도움을 줬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은 "올 시즌 도루 성공률이 좋아진 건 다 고영민, 유재신 코치님 덕분이다"라며 "작년까지는 코치님들이 도루 사인을 주셔도 내가 반응을 잘 못했다. 이제는 내가 조금 익숙해졌고 어느 타이밍에 뛰어야 하는지 아주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고영민 코치가 황성빈에게 강조한 건 자신감과 책임감이다. 워낙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인 만큼 '감'만 잡는다면 충분히 매 시즌 30도루 이상을 기록할 수 있다고 믿었다.
고영민 코치는 "황성빈에게 당부한 건 '너는 무조건 죽는 주자가 아니라 살아야 하는 주자다. 살 수 있는 것만 뛰어야 한다'라고 했다"며 "과감할 때는 과감하게 움직이라고 했는데 시즌 초반 도루와 관련해 첫 단추를 잘 끼면서 선수 스스로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돌아봤다.
또 "황성빈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너는 타자로 비유하면 중심타선에서 치는 3, 4, 5번에 들어가는 선수다'라고 강조했다. 황성빈이 더 책임감, 자부심을 갖기를 바랐는데 너무 역할을 잘해줬다. 이제 베이스에서 여유도 생긴 것 같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빈.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기간 김태형 롯데 감독과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황성빈은 여기에 최근 방망이까지 뜨거워지면서 롯데의 하위권 탈출을 이끌 히든카드로 급부상했다. 최근 4경기 연속 멀티 히트 생산과 함께 시즌 타율 0.345(29타수 10안타) 3홈런 7타점으로 불방망이까지 휘두르고 있다.
롯데는 팀 타율 0.261로 10개 구단 중 8위다. 득점(100)과 타점(93)도 가장 적다. 현재 야수진 구성상 화끈한 공격 야구를 바탕으로 게임을 풀어가기는 쉽지 않다.
롯데가 현재 9위에 머무르고 있는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타자들의 분발 못지않게 황성빈의 '발'이 현재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황성빈이 상대 배터리를 압박하고 부지런히 한 베이스를 더 훔쳐준다면 롯데의 '도약'도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