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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패' 조광래호, 일본식 만화 축구에 혼쭐

기사입력 2011.08.10 21:54 / 기사수정 2011.08.11 00:18

박시인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시인 기자]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상대로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대표팀은 10일 일본의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서 0-3 참패를 당했다.

모든 면에서 일본이 한 수 위였다. 일본은 당초 스리백을 꺼내들 것이란 예상과 달리 4-2-3-1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대표팀의 원톱 시스템을 예상한 일본은 센터백 한 명을 줄이는 대신 미드필더 한 명을 더 배치함으로써 중원 장악에 힘을 기울였다.

두 팀은 초반부터 치열한 압박을 통해 맞대응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일본의 강한 압박을 상대로 공간을 창출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고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패스 플레이는 오히려 일본이 한 수 위의 모습을 과시했다.

대표팀은 볼이 있는 곳에 여러 명의 선수가 벌떼 수비를 펼치는 압박 전술을 펼쳤다. 특히 측면으로 몰아내는 전술로 일본의 공격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럼에도 일본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야말로 자유자재였다. 좁은 공간에서 세밀한 패스와 볼을 소유하지 않은 선수들의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유연하게 이뤄졌고, 효과적인 탈압박을 통해 넓은 중앙 공간으로 패스를 투입했다.

대표팀은 경기 내내 미드필드와 수비 라인의 간격이 벌어지는 현상을 빚었고, 일본은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며 슈팅 기회를 비교적 쉽게 창출했다.

중원에서 하세베 마코토, 엔도 야스히토는 안정적인 볼키핑과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패스를 전개했으며 2선에서 카가와 신지, 혼다 케이스케는 수시로 위치 변경을 통해 대표팀의 수비를 공략했다. 대표팀은 카가와의 날카로운 문전 쇄도를 막지 못한 채 두 골을 내리 내주며 흔들렸다. 

조광래식 만화 축구는 90분 동안 전혀 감상할 수 없었다. 상대 진영에서 고립된 박주영은 미드필드 지역까지 내려와 볼을 소유해야 했을 만큼 동료들의 전진 패스도 날카롭지 못했고, 모든 선수들의 개인 드리블 돌파는 번번이 차단됐다. 결국 대표팀은 볼 점유율을 일방적으로 일본에게 내준 채 끌려다니는 경기를 펼쳐야 했다.

만화 축구는 오히려 일본에게 더 어울렸다. 일본은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이후 자케로니 체제 속에 강호 아르헨티나를 격침한 기세를 몰아 2011 아시안컵까지 제패하는 등 점점 완성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조광래호는 올해 들어 온두라스, 세르비아, 가나를 잇달아 물리치며 승승장구했으나 기세가 한풀 꺾인 셈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열린 마지막 평가전에서 삿포로 참사를 겪은 대표팀은 9월 2일 레바논전을 시작으로 대장정에 나선다.

[사진 = 한국대표팀 ⓒ 엑스포츠뉴스 DB]


박시인 기자 cesc@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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