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장수 프로그램'들이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문을 닫고 있다.
지난달 KBS 1TV '역사저널 그날'이, 지난 14일에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이하 '세상에 이런일이')가 휴지기를 알렸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간판 교양이자 장수 프로그램으로, '폐지설'이 나왔지만 '휴식기'를 갖는 것으로 정리됐다.
'역사저널 그날'은 2013년부터 10년 넘게 방송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예고도 없이 종영 당일 본방송 말미 MC와 패널들이 끝인사를 전하면서 종영을 알려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2013년부터 MC를 맡았던 최원정 아나운서는 "언젠가 오겠지 했는데 끝인사를 하는 날이 오늘"이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또 그는 "그 무게,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면서 조만간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마이크 앞에 서겠다"는 인사를 남겼다.
이에 앞서 KBS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로 인한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KBS 2TV 예능 '홍김동전', '옥탑방의 문제아들' 등의 프로그램이 연달아 폐지된 바 있다. 이로 인해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 속 전해진 '역대급 폐지'에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졌고, 폐지의 이유를 두고 여러 의혹도 나왔다.
이후 '역사저널 그날'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남기며 "새로워진 모습으로 5월 중 인사 드리겠다"고 안내했다. 시청률을 이유로 시즌을 종영,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향상해 재정비 후 돌아온다는 설명이다.
오는 5월, 26주년을 맞이하는 '세상에 이런일이'도 "새로운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휴지기를 갖는다. 방송사의 설명에 따르면 '세상에 이런일이'는 올림픽 이후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휴지기에 돌입하는 지난 1998년 첫방송된 SBS 대표 장수 프로그램으로, 임성훈과 박소현이 첫 회부터 26년 간 MC 자리를 지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프로그램과 이 MC들이 갖는 상징성은 엄청나다. 이들은 한국기록원에서 최장수 MC 인증패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휴지기 선언 전, '세상에 이런일이'도 지난 1월 폐지설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프로그램은 경쟁력 부족, 비용 절감을 이유로 폐지를 통보 받았고, 시사교양본부 PD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방송가의 상황은 좋지 않다. 각종 OTT와 유튜브,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은 점차 본방을 사수하는 수고를 덜고 TV와 멀어지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에 지상파 방송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만큼 '시청률'만으로 존폐를 결정하는 것은 납득이 어려운 상황에서, 의미와 가치를 지닌 장수 프로그램조차 단칼에 잘라내자 많은 시청자들의 반발심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역사저널 그날'은 KBS 노동조합이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일부 피디가 작가와 진행자 '변경'에 반발하면서 프로그램 전체를 리뉴얼하게 돼 3개월을 쉬기로 했다. '세상에 이런일이' 역시 MC 교체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대중의 오랜 애정을 먹고 자란 이 프로그램들이, 과연 시청자가 사랑하던 장수프로그램의 모습 '그대로'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KBS, SBS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