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신인 투수 원상현. 지난 10일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사진 KT 위즈 제공
(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지수 기자) "경기 시작 전에 엄청 떨고 있더라. 긴장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지난 10일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 시작을 앞두고 더그아웃 한켠에 앉아 있던 선발투수 원상현에게 다가갔다.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한 어린 투수의 손을 잡아주면서 가벼운 농담을 건넸다.
원상현은 올해 부산고를 졸업하고 마법사 군단에 합류한 루키다. 2024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KT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 시즌을 준비 중이다. 스프링캠프 기간 150km 초반대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 구사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개막 선발 로테이션 경쟁에 뛰어들었다.
원상현은 다만 프로 입단 후 첫 공식 등판을 앞두고 크게 긴장했다. 정규리그가 아닌 시범경기였지만 많은 관중 앞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건 처음이었다. 설렘보다는 떨림의 감정이 더 컸다.
경기 개시 시간인 오후 1시가 가까워오자 원상현의 가슴은 더 빠르게 뛰었다. 선발투수인 자신이 언제부터 더그아웃에서 나와 그라운드로 향해야 하는지도 혼자 고민이 됐다.
이강철 감독은 "원상현이 자기가 5분 전부터 마운드로 나가면 되냐고 묻더라. 그냥 너 가고 싶을 때 나가면 된다고 했다"며 "나중에는 혼자 나가기는 쑥스러웠는지 포수 장성우에게 가서 나갈 시점을 다시 물어보기도 했다"고 웃었다.
원상현은 게임이 시작된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강심장'으로 돌변했다. 3이닝 4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디펜딩 챔피언' LG 타선을 제압했다.
KT 위즈 신인 투수 원상현. 지난 10일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사진 KT 위즈 제공
원상현은 1회초 2사 만루 고비를 넘긴 뒤 2회초 무사 1·2루에서도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3회초에는 1사 후 LG 트윈스 핵심 타자 오지환, 문보경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마쳤다.
원상현은 경기 종료 후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많이 떨렸다. 숙소에서 야구장에 걸어올 때도 '오늘 진짜 어떡하지'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진짜 시작이구나'라고 생각해 엄청 긴장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사실 장성우 선배님이 전날 7회쯤 날 더그아웃에 앉힌 뒤 약 20분 동안 내 장단점을 얘기하면서 내일(10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많이 말씀해주셔서 엄청 좋았다"며 "초반에 제구가 날려서 '큰일났다' 싶었는데, 선배님이 '항상 투수들은 좌우로 스트라이크를 넣으려고 하는데, 쉬운 게 아니니까 높낮이를 생각하고 던지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내 장점을 알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이강철 감독은 원상현의 변화구 구사 능력과 제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 조정한 슬라이더 그립에 대한 빠른 적응력과 컨트롤까지 1군에서 충분히 제 몫을 해낼 가능성이 있는 투수로 분류됐다.
KT 위즈 신인 투수 원상현. 지난 10일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이강철 감독은 "원상현은 특이하게 직구보다 변화구 제구가 더 잘 된다. 원상현 본인도 변화구 컨트롤은 자신감이 있다고 말한다"며 "직구도 충분히 힘이 있다. 슬라이더는 이전까지 조금 말려들어가는 경향이 있어서 내가 각도를 크게 만드는 쪽으로 그립을 바꿔줬는데 금방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김민도 지금 페이스가 좋다. (5선발 경쟁 중인) 원상현과 나란히 잘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투수들이 고르게 잘하면 선발 로테이션을 폭넓게 쓸 수도 있고 한 번씩 불펜에서 던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KT 위즈/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