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기자회견 도중 부러진 발가락을 자랑했다.
독일 유력지 '빌트'는 8일(한국시간) "투헬이 엄지발가락 골절 후 외과용 보호 부츠를 착용했다"라며 기자회견 도중 두꺼운 신발을 신어 거대해진 오른발을 테이블 위로 올리는 투헬의 사진을 공개했다.
뮌헨은 9일 오후 11시 30분 독일 뮌헨에 위치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마인츠05와 2023-24시즌 분데스리가 25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리그 1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뮌헨은 현재 선두 바이엘 레버쿠젠에 승점 10점 뒤진 2위에 위치해 있다. 우승을 향한 희망을 이어가려면 이번 마인츠전에서 무조건 승점 3점을 따내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에서 투헬은 모두가 깜짝 놀랄 기행을 벌였다. 발가락이 부러진 걸 자랑하려는 듯 부상 부위를 테이블 위까지 올려 장 내 모든 이들에게 보여줬다.
투헬이 발가락을 다친 건 라치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이 열렸던 지난 6일이었다. 미국 CBS스포츠 소속 기자 벤 제이콥스는 SNS를 통해 "투헬이 라치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 전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발가락이 부러졌다'라고 전했다.
제이콥스에 따르면 투헬은 경기 후 "발가락이 아프다. 경기 전에 연설을 마친 후 문을 발로 찼는데 잘못 찼다. 부러진 거 같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헬이 연설 도중 문을 발로 찬 이유는 라치오전 승리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투헬은 계속된 성적 부진으로 뮌헨과의 계약을 1년 일찍 종료하기로 합의, 올 여름을 끝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뮌헨은 시즌 끝까지 투헬 체제를 유지하고자 했다. 하지만 경기력에 큰 변화가 없었다. 리그에서는 레버쿠젠에 밀려 2위에 그치고 있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차전 라치오 원정에서 0-1로 패해 8강 진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2차전에서 승부를 뒤집지 못할 경우 이번 시즌 무관에 그칠 가능성이 높았기에 독일 현지 언론들은 2차전 결과에 따라 뮌헨이 투헬을 조기에 경질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자칫하면 시즌 도중 팀을 떠나게 될 위험에 처한 투헬은 라치오전을 앞두고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의 정신력을 일깨우기 위해 격한 연설을 하다 문을 발로 차버렸고,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부러지고 말았다.
투헬의 연설이 통했던 것일까. 뮌헨은 라치오를 3-0으로 완파, 합계 스코어 4-1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투헬도 감독 생명을 조금 더 연장하게 됐다.
마인츠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해 골절 부위를 자랑한 투헬은 리그 우승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영국 스포츠브리프에 따르면 투헬은 "우리는 분데스리가 타이틀을 포기하지 않았다. 레버쿠젠에 전쟁을 선포하는 것과 그냥 포기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격차는 매우 크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이기고, 이기고, 또 이겨야 한다. 우승컵은 더 이상 우리 손에 있지 않다. 이건 우리 잘못이다"라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거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모든 걸 바쳐야 하는 의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프로답게 최선을 다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바이에른 뮌헨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