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2015 아시안컵 결승전 때 호주한테 무릎을 꿇었던 선수들이 드디어 아픔을 씻어낼 기회를 얻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3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0시30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8강전을 가진다.
호주는 지난달 28일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를 4-0으로 완파하고 8강에 올라왔다. 한국은 지난달 31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연장전을 넘어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리하면서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지난 2015 호주 아시안컵 때 결승전에서 우승을 두고 맞붙었던 두 팀은 약 9년이 지나 8강에서 다시 단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당시 경기는 연장전까지 진행됐고, 호주가 2-1로 승리해 우승을 차지했다.
호주에게 설욕전을 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결과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 호주는 한국(23위)보다 두 계단 낮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5위 강팀이다. 두 팀 모두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나란히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축구통계매체 '옵타'는 한국보다 호주의 승률을 더 높게 책정했다. 호주의 승률이 52.7%로 계산된 반면에 한국이 승리할 가능성은 47.3%에 그쳤다.
한국에게 불리한 통계엔 짧은 휴식 시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호주는 16강전을 치른 뒤 4일 간의 휴식 시간이 있었지만, 한국에게 주어진 휴식일은 불과 이틀이다. 설상가상으로 연장전까지 치러 120분 경기를 소화했다.
팀 전력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데다 휴식 시간이 짧아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 고비를 넘어 준결승 진출을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호주와 악연이 있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김진수(전북현대), 김영권(울산HD)의 각오가 남다르다.
이 3명의 공통점은 바로 2015 아시아컵 결승전 호주전 때 경기에 나선 선수라는 점이다. 호주도 당시 결승전 명단에 포함됐던 매튜 라이언(알크마르)과 아지즈 베히치(알나스르)를 이번 아시안컵에도 호출했다.
호주에서 열렸던 결승전 때 한국은 0-1로 끌려가던 중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1-1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연장전 때 실점을 허용해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연장 전반 14분 때 김영권이 걷어낸 공이 호주 선수 몸에 맞아 굴절됐고, 이를 김진수가 처리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였지만 놓치면서 크로스를 허용했다. 당시 골키퍼였던 김진현이 펀칭에 성공했으나 불운하게도 호주 미드필더 제임스 트로이시 앞에 흘러가 실점을 내줬다.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은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는 아쉬움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호주 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안컵에서 우승했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 사령탑으로 부임해 손흥민을 지도하게 됐다.
준우승을 거둔 후 약 9년이 지났지만 손흥민은 이 경기를 아직도 잊지 못했다. 손흥민은 지난달 31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2015년 이야기를 또 꺼내기는 그렇지만 그때 상당히 마음이 아파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라며 "중요한 경기인 만큼 잘 회복해서 좋은 경기 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각오를 드러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선발 풀타임을 뛴 손흥민은 사우디전도 120분을 모두 소화했다. 체력적으로 지친 상황이지만 상대가 호주인 만큼 남다른 각오로 경기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호주전에서 모습을 드러낸다면 손흥민은 한국 축구 역사에 이름을 새길 수 있다. 지금까지 손흥민의 아시안컵 총 출전 횟수는 16경기인데, 이는 레전드 수비수 이영표가 보유 중인 한국 아시안컵 최다 경기 출전 기록과 같다.
이영표는 지난 3번의 아시안컵(2000, 2004, 2011)에 참가해 총 16경기를 뛰었다. 이 기록은 2023 아시안컵 전까지 한국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이었다. 2위는 15경기를 뛴 이동국, 차두리, 이운재이다.
2011년 대회부터 4회 연속 아시안컵에 참가 중인 손흥민은 이제 이영표를 넘을 준비를 마쳤다. 대회 전 아시안컵 경기 출전 횟수가 12경기였던 손흥민은 조별리그 3경기와 토너먼트 16강전을 모두 출전해 최다 경기 출전 공동 1위에 올랐다.
즉, 호주와의 8강전 때 모습을 드러내며 손흥민은 아시안컵 최다 출전 단독 1위로 올라선다. 2011 아시안컵 카타르 때 만 18세 194일 나이로 인도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트리며 한국 선수 중 역대 대회 최연소 득점자에 올랐던 손흥민은 다시 한번 한국 아시안컵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된다.
각오가 남다른 건 손흥민 한 명에 그치지 않았다. 손흥민과 함께 호주전 결승전에 나왔던 김진수와 김영권도 경기에 나선다면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대회 전 종아리 부상을 입었던 김진수는 이제 완전히 회복돼 팀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면서 선발 출격을 기다리는 중이다.
사우디전에서 120분을 모두 뛴 김영권은 호주전 때 정승현(울산HD)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파트너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클린스만 감독이 호주전에 이어 다시 백3 전술을 꺼내든다면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손흥민, 김영권, 김진수는 당시 한국을 결승전에 올리며 최선을 다했으나 호주가 우승을 자축하는 모습을 그저 바라봐야만 했다. 그들이 당시 느꼈던 아픔을 이번 호주와의 8강전에서 완전히 씻어 버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