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이강인이 경기 시작 전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먼저 8강에 올라 휴식을 취하는 호주 축구대표팀이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혈투를 희망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31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1시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16강 맞대결을 치른다.
조별리그 E조에서 1승2무를 거둬 2위를 차지해 토너먼트에 올라간 한국은 F조 1위이자 로베르트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를 만났다. 사우디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4골을 터트리는 동안 1실점만 허용하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두 팀의 8강 상대는 이미 정해졌다. 한국과 사우지 중 승자는 8강에서 호주를 상대한다. 호주는 지난 28일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를 4-0으로 대파하고 어렵지 않게 8강에 안착했다.
28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호주와 인도네시아 경기 시작에 앞서 호주 대표팀 선수들이 팀포토를 찍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아시안컵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을 하루 앞둔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를 상대하기 위해선 먼저 사우디를 넘어야 하는데, 대회 전부터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던 클린스만호는 호주전을 포함해 다음 경기들을 위해서라도 16강을 90분 안에 끝낼 필요가 있다.
이유는 8강 경기 날짜에 있다. 한국이 만약 8강에 갈 경우 8강전은 현지시간으로 2월2일 오후 6시30분(한국시간 2월 3일 0시30분)에 열린다. 28일에 16강전을 치른 호주는 나흘 쉬고 경기에 임하지만, 현지시간으로 30일에 16강전을 치르는 한국에게 주어지는 휴식일은 단 이틀 뿐이다.
호주 대표팀을 이끄는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은 이미 이 차이를 인식하고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전이 끝난 후 "우리가 휴식을 취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주어진 이틀 정도 되는 기간은 매우 중요하다"라며 "우리는 우리에게만 집중하고 있다. 중요한 건 우리의 경기를 펼치는 것이다"라며 휴식 기간의 중요성을 짚었다.
호주는 준결승 진출을 위해 한국과 사우디가 혈투를 치르기를 기원했다. 아놀드 감독은 'AAP'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사우디 간의 맞대결이)승부차기가 포함된 120분 경기라면 환상적일 것"이라고 농담했다.
28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호주와 인도네시아 경기. 호주 그레이엄 아널드 감독이 경기 전 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아시안컵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을 하루 앞둔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축구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들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 미드필더 잭슨 어빈도 한국-사우디 맞대결이 혈투가 되길 기원했다. "경고가 많이 나오고, 서로를 박살 낸다면 좋을 거 같다"라며 두 팀 중 하나가 만신창이가 된 채로 8강에 오르기를 희망했다.
클린스만호는 조별리그에서 무려 8명(조규성, 오현규, 손흥민, 이재성, 황인범, 박용우, 김민재, 이기제)이 경고를 받았고, 사우디전에서 카드를 받는다면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 8강에 출전할 수 없다.
만약 호주가 원하는대로 한국이 사우디와 연장전에 돌입하게 된다면 큰 어려움에 직면한다. 클린스만호는 조별리그 동안 별다른 로테이션을 돌리지 않아 주축 선수들 대다수가 3경기를 모두 뛰었다. 이중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PSG)은 3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23 아시안컵 16강전을 앞둔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과 부주장 김민재가 2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훈련 전 동료들과 공을 주고 받으며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또 한국은 지난 2019 아시안컵 때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 120분 혈투를 치른 끝에 2-1로 승리했지만, 직전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치른 여파로 다음 경기인 카타르전에서 패해 8강에서 탈락했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선발 베스트11을 고집해 로테이션을 돌리지 않은 대가를 치렀다. 후임자 클린스만 감독 역시 조별리그에서 후보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지 않았다. 이는 라이벌 일본이 16강전을 앞두고 조별리그 3차전 때 8명을 로테이션 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
물론 호주전을 걱정하기 전에 사우디를 이겨야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우승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면 16강전 때 일부 포지션에 로테이션을 가동하거나 경기를 90분 안으로 끝낼 필요가 있다. 클린스만호가 사우디전에서 결과와 체력 안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