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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고증 프로 아냐"…'고려거란전쟁', 원작자·감독 갈등에 배우까지 호소 [종합]

기사입력 2024.01.24 20:10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고려거란전쟁'의 전개를 두고 원작자와 감독, 작가 사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배우까지 나서 "드라마로 봐주시길"바란다는 당부를 전했다. 

최근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16회 양규(지승현 분)의 전사 이후, 드라마의 전개와 일부 설정이 아쉽다는 반응 속에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 이에 KBS 시청자권익센터에는 '고려거란전쟁 드라마 전개를 원작 스토리로 가기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여기에 원작 소설을 집필한 길승수 작가도 기름을 부었다. 그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16화까지는 역사와 원작의 틀 안에서라도 움직였는데 이제는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고 있다", "역사적 사실 숙지가 충분히 안 되었다고 본다. 한국 역사상 가장 명군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있다" 등 강하게 비판을 쏟아냈다.

이를 의식한 듯 '고려거란전쟁' 측은 23일, 작품의 탄생기를 들려준다는 명목 하에 보도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최근의 논란을 해명했다. '고려거란전쟁' 측은 "2020년 하반기 대하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던 전우성 감독의 기획에서 시작됐다"며 전 감독이 현종을 주인공으로 한 거란과의 10년 전쟁을 드라마화하겠다는 간략한 기획안을 작성했고, 이후 본격 개발에 착수했음을 밝혔다.

전 감독은 작품을 위해 자료를 검색하던 중 길승수 작가의 소설 '고려거란전기'를 검토했고, 2022년 상반기 판권 획득 및 자문 계약을 맺었다. 전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드라마에 등장하는 전쟁신 및 전투 장면의 디테일을 소설에서 참조했으며 같은 해 하반기, 이정우 작가가 작품에 합류하며 대본 집필에 돌입했다.

이 작가는 원작 소설이 자신이 생각한 이야기의 방향성과는 맞지 않다고 판단했고, 전 감독 역시 공감했다고. 이를 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이게 된 연유라고 설명하면서 "전 감독은 드라마 자문 경험이 풍부한 조경란 박사를 중심으로 자문팀을 새로이 꾸렸고 든든한 조력자를 얻은 이 작가는 1회부터 스토리 라인 및 신별 디테일까지 촘촘하게 자문팀의 의견을 수렴하여 대본을 집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길승수 작가는 재차 목소리를 냈다. 길 작가는 "제가 2022년 6월 경 처음 참여했을 때, 확실히 제 소설과 다른 방향성이 있더라. 그 방향성은, '천추태후가 메인 빌런이 되어서 현종과 대립하며 거란의 침공도 불러들이는 스토리"였다고 주장하면서, "역사왜곡의 방향으로 가면 '조선구마사' 사태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했음을 알렸다. 

'조선구마사'는 2회 만에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이례적으로 폐지된 작품. 길 작가는 "천추태후는 포기되었는데, 결국 그 이야기가 어느 정도 살아남았다. 원정왕후를 통해서"라고 지적하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다.

비판이 이어지자 전우성 감독과 이정우 작가도 결국 개인 채널을 통해 대응에 나섰다. 전우성 감독은 23일 자신의 계정에 "원작 계약의 경우는 리메이크나 일부분 각색하는 형태의 계약이 아니었다. 소설 '고려거란전기'는 이야기의 서사보다는 당시 전투 상황의 디테일이 풍성하게 담긴 작품이다. 꼭 필요한 전투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해보고자 길승수 작가와 원작 및 자문계약을 맺었고 극 중 일부 전투 장면에 잘 활용했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길 작가는 이정우 작가의 대본 집필이 시작되는 시점에 자신의 소설과 '스토리 텔링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증과 관련된 자문을 거절했다"며 "길 작가가 저와 제작진이 자신의 자문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초적인 고증도 없이 제작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도 이야기했다.

이정우 작가는 전 감독의 채널에 입장문을 함께하며 "원작 소설을 검토하였으나 저와는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때부터 고려사를 기반으로 처음부터 이야기를 다시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부터 별개의 작품이었기에 원작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런데도 원작 소설가가 '16회까지는 원작의 테두리에 있었으나 17회부터 그것을 벗어나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의도를 모르겠다"며 "이 드라마는 일부 전투 장면 이외에는 원작 소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1회부터 그랬고 마지막 회까지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엇갈린 입장 차 속에, 촬영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거란 황제 야율융서 역의 배우 김혁도 말을 보탰다. 김혁은 24일 "('고려거란전쟁'은) 100% 역사 고증 프로가 아니라 고증을 토대로 재창조해서 드라마로 만들어 가는 하나의 작품으로 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는 "어제의 뼈를 스치는 추위 속에서도 저희 '고려거란전쟁'은 촬영을 감행하고 있다"며 "2023년 5월부터 지금까지 저희가 촬영을 해나가는 가장 큰 이유 여러분들께 즐거움과 감동을 드리기 위함이다. 정말 고생하면서 열심히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혁은 "이런 상황에 저희 배우들도 맡은역할에 몰입해서 연기하기도 마음이 무겁다"며 "더 넓은 마음으로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아쉽다는 시청자의 목소리에 원작자와 감독, 작가의 갈등이 더해졌다. 여기에 촬영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까지 호소글을 올린 가운데,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작품이 문제를 봉합하고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KBS, 엑스포츠뉴스DB, 김혁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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