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백 라두 드라구신이 제노아를 떠나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했다. 계약 기간은 2030년까지다. 드라구신이 토트넘의 계약서에 사인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토트넘 공식 SNS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에이전트의 실언 논란도 있었지만, 토트넘 홋스퍼를 향한 센터백 라두 드라구신의 진심만은 진짜였다.
18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더 스퍼스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안드레스 블라스케스 제노아 CEO는 최근 토트넘으로 이적한 드라구신에 관해 "우리가 드라구신을 바이에른 뮌헨에 보냈다면 몇백만 달러 정도 더 많은 돈을 받았을 것이고, 드라구신의 계약은 보다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싶어 하는 드라구신의 열망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지난 12일 드라구신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30년까지다. 앞서 지난 10일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드라구신이 토트넘으로 간다. 3000만 유로(약 433억원)의 새로운 이적료 제안이 나왔고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어 드라구신이 이탈리아 제노아 공항을 떠나 런던에 도착한 모습도 공개됐다.
로마노는 "3000만 유로를 한 번에 지불하는 것은 아니다. 2500만 유로(약 361억원)와 옵션 500만 유로(약 72억원)가 포함돼있다"며 "또한 토트넘은 드라구신을 영입하는 대신 오른쪽 측면 수비수 제드 스펜스를 제노아로 임대 보냈다"고 밝혔다.
당초 토트넘이 제안한 금액은 2500만 유로 선이었다. 그러나 제노아는 3000만 유로를 원했다. 양측은 몇 차례 협상에 임했다. 그 과정에서 드라구신의 몸값이 점점 올랐다. 결국 토트넘은 제노아의 요구를 수용했고, 제노아는 선수에게 선택권을 줬다. 드라구신은 토트넘을 택했다.
제노아를 떠나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한 센터백 라두 드라구신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토트넘 공식 SNS
토트넘은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수비진 보강에 초점을 맞췄다. 미키 판더펜이 지난해 11월 초 햄스트링 파열로 이탈했고, 크리스티안 로메로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임시방편으로 풀백인 벤 데이비스, 에메르송 로얄의 포지션을 바꿔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프랑스에서 활약 중인 센터백 장 클레어 토디보(OGC 니스)를 노리던 토트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등이 뛰어들어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자 타깃을 바꿨다. 지난달 말부터 드라구신과 강하게 연결됐다. 무난하게 계약이 이뤄지는 듯했다.
그런데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팀인 나폴리와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팀인 뮌헨이 드라구신 영입전에 합류했다. 특히 뮌헨은 토트넘의 두 배에 달하는 돈을 연봉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풋볼 런던'의 알라다이스 골드가 이 사실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드라구신은 초반부터 꾸준히, 강력하게 러브콜을 보낸 토트넘의 손을 잡았다. 우승 경력이 거의 없는 토트넘이지만 향후 미래, 구단의 정성 면에서 점수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유벤투스 유스 출신인 드라구신은 2022년 여름 2부리그 세리에B 소속이던 제노아로 임대됐다. 지난해 1월 이적료 550만 유로에 완전 이적했다. 지난 시즌 수비수임에도 4골을 터트리는 등 활약했다. 제노아는 리그 2위로 1부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올 시즌에도 드라구신은 선발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활약했다. 신장 191cm의 건장한 체격으로 일대일 마크, 세트피스 공격력 등에서 장점을 발휘했다. 이탈리아에선 지난 시즌 세리에A 최우수수비수로 뽑힌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뒤를 이을 대형 센터백으로 드라구신을 조명했다.
제노아를 떠나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한 센터백 라두 드라구신이 야외 그라운드 훈련에 임하고 있다. 토트넘 공식 SNS
토트넘과 계약 후, 드라구신의 에이전트인 플로린 마네아는 뮌헨을 언급했다. 그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우린 드라구신이 세계 최고의 클럽에 도달할 수 있길 바란다"며 "우리가 뮌헨을 거절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드라구신은 이미 토트넘과 약속한 상태였고, 이를 존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네아는 "토트넘에 가기로 결심한 후 공항으로 이동 중 뮌헨에서 제안이 왔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평가해야 했다"며 "드라구신과 그의 가족들의 결정은 토트넘이었다. 난 뮌헨에 이 사실과 함께 마지막 순간에 결정을 바꾸는 게 어렵다고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쩌면 미래에 드라구신이 뮌헨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뮌헨을 거절한 것은 큰 충격이지만, 드라구신은 행복하게 토트넘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블라스케스 제노아 CEO 역시 현실적인 조건 면에서는 뮌헨이 앞섰으나, 드라구신이 프리미어리그와 토트넘을 원했다고 한 번 더 언급했다. 드라구신은 토트넘과 계약 후 구단을 통해 "내 심장이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드라구신은 에이전트 마네아의 한마디 때문에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마네아는 앞서 토트넘과 계약 직후 뮌헨을 거론했을 때 "뮌헨은 세계 최고의 빅클럽 중 하나지만, 드라구신의 꿈은 '레알'이나 '바르셀로나'다"라고 말했다. 토트넘, 뮌헨 등을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디딤돌 정도로 표현한 실언이었다.
결과적으로 토트넘과 드라구신의 계약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이제 드라구신이 새 유니폼을 입고 실력을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사진=토트넘 공식 SNS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