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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4G 결승포+항저우 AG 우승…'日 킬러' 황선홍, U-23 아시안컵 '운명의 한일전'

기사입력 2023.11.24 14:32 / 기사수정 2023.11.24 14:32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축구인 황선홍에게 한일전은 숙명과 같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내년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한 2024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일본과 격돌하게 됐다. 설마했던 한일전이 일본 언론의 표현대로 '갑자기 1차리그부터' 이뤄진 셈이다.

한국은 일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중국과 함께 B조에 들어갔다. 그야말로 각 시드에서 가장 강한 팀들이 한 조에 묶인 것이다. 특히 지난 2013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이 조별리그부터 붙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더욱 시선을 모은다.

한국은 2016 리우 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6 U-23 아시안컵 본선 결승에서 일본에 2-3으로 역전패한 적이 있다. 한국은 리우 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하고도 이 경기에서 2골 넣고 3골 내주는 치욕의 역전패로 고개를 숙였다. 6년 뒤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2022 U-23 아시안컵 본선에선 8강에서 일본을 만나 0-3으로 참패했다.

특히 한국이 23세 이하로 연령을 꽉 채워 출전한 반면 일본은 파리 올림픽을 대비해 자체적으로 2살 낮춘 21세 이하(U-21) 대표팀이 나섰기 때문에 더욱 치욕적인 한 판이 됐다. 다행히 이 대회는 올림픽 최종예선이 아니어서 한국 축구 입장에선 일본에 한 판 지고 끝난 경기가 됐다. 그리고 이 때 8강 탈락을 하다보니 내년 U-23 아시안컵에서 2번 포트를 배정받아 일본과 한 조에 들어가게 됐다.

한국 축구 입장에서 내년 한일전은 설욕과 함께 세계 최초 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10회 연속 진출을 이루는 과정에서의 큰 걸림돌인 셈이다.

그런 가운데 마침 지휘봉을 잡은 지도자가 황선홍이어서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갖게 됐다.



남자축구 한일전하면 황선홍을 떠올릴 만큼 선수 시절부터 그가 한일전에 남긴 족적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한이런과 관련한 스토리가 켜켜이 쌓여 있다.

황선홍 감독은 선수 시절 한일전에 총 4차례 출전했는데 이 경기들에서 전부 득점한 진기록을 갖고 있다. 아울러 각각의 경기들이 주는 의미도 특별해 '선수 황선홍'의 한일전 골을 많은 팬들이 기억한다.

황 감독은 건국대 재학 중이던 1998년 12월6일 당시 카타르에서 열린 1988 아시안컵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는데 이게 바로 한일전이었다. 한국은 당시 UAE, 일본, 카타르, 이란과 조별리그 A조에 속해 경기했는데 등번호 14번을 단 황선홍은 2차전 일본전에 선발로 나선 뒤 전반 13분 만에 선제 결승포를 쏘아 올렸다.

두 번째 한일전 골은 1990년 당시 동북아 4개국이 모여 겨루는 대회인 다이너스티컵에서 나왔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초대 대이너스티컵 첫 경기가 바로 한일전이었는데 18번을 달고 나온 황선홍이 전반 34분 선제 결승포를 쏘아올리면서 한국의 2-0 승리를 견인한 것이다. 이 기세를 살려 한국은 북한을 1-0, 중국을 1-0으로 누르고 예선 무실점 3전 전승을 내달린 뒤 결승에서 중국을 승부차기 끝에 누르고 우승했으니 황선홍의 한일전 골이 우승 초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3~4번째 한일전 골은 한꺼번에 터졌다. 지금도 올드팬들이라면 기억하는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8강 멀티골이 바로 그 것이다.

당시 아시안게임인 지금과 달리 A매치로 치러졌는데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2위를 한 탓에 준준결승에서 개최국이자 숙적 일본과 만났다. 특히 1년 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994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일본에 0-1로 충격패하고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최종전에서 북한을 3-0으로 완파하고, 같은 시간 이라크가 '도하의 기적'으로 불리는 일본전 2-2 무승부를 이뤄내면서 간신히 미국행 티켓을 거머쥔 적이 있어 아시안게임 8강전은 한국 입장에선 설욕전 성격이 강했다.



이 경기에서 황선홍은 1-1이던 후반 32분 최대식의 오른쪽 크로스를 문전에서 머리로 받아넣어 2-1 역전을 만들고 지금도 올드팬들에게 유명한 관중석 '감자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후 일본이 수비수 이하라 마사미의 중거리포로 2-2 동점을 만들었으나 후반 44분 동료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차 넣어 일본전 첫 2골을 뽑아내고 4강행 주역이 됐다.

황선홍의 마지막 일본전 골도 대단했다. 1998년 4월1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 1-1이던 후반 27분 빗 속 날려차기를 성공시켜 2-1 승리의 결승포를 터트린 것이다. 이 경기는 정확히 한 달 전인 3월1일 다이너스티컵에서 상대팀 공격수 나카야마 마사시, 조 쇼지에 한 골씩 얻어맞고 1-2로 진 경기를 복수한 것이어서 황선홍의 골 가치가 컸다. 삼일절에 당한 한일전 굴욕을 부상 털고 돌아온 황선홍이 보란 듯이 갚아준 셈이었다.

이렇게 '선수 황선홍'은 일본과 4차례 A매치에 나서 모든 경기에서 전부 결승골을 터트릴 만큼 일본전에 강한 면모를 펼쳤다.

게다가 1999년엔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 소속으로 25경기에서 24골 8도움을 폭발,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J리그 득점왕에 등극할 만큼 일본 축구를 여러모로 정복한 공격수가 됐다.

지도자로서도 일본전 추억이 쌓이고 있는데 사실 첫 기억은 2년 전 U-23 아시안컵 8강 0-3 완패로, U-23 대표팀을 맡은 황 감독을 첫 위기에 빠트린 상대팀이 바로 일본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2-1 역전승을 일궈내며 설욕에 성공했고 남자축구 사상 첫 아시안게임 3연패라는 금자탑까지 일궈낸 터라 내년 4월 한일전이 흥미진진할 전망이다. 황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더욱 그렇다.     



◆2024 AFC U-23 아시안컵 조 추첨 결과

A조 : 카타르, 호주, 요르단, 인도네시아

B조 : 일본, 대한민국, UAE, 중국

C조 :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태국, 타지키스탄

D조 :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한국 U-23 아시안컵 역대 성적

2013년 오만 대회 4위

2016년 카타르 대회 준우승(리우 올림픽 본선 티켓 획득)

2018년 중국 대회 4위

2020년 태국 대회 우승(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 획득)

2022년 우즈베키스탄 대회 8강(일본전 0-3 패)


◆황선홍 감독 현역 시절 한일전 출전 경기 및 골

1988년 12월6일 : 카타르 도하 아시안컵 한국 2-0 일본 황선홍 선제결승골

1990년 7월27일 : 베이징 다이너스티컵 한국 2-0 일본 황선홍 선제결승골

1994년 10월11일 :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한국 3-2 황선홍 멀티골(결승골 포함)

1998년 4월1일 : 서울 친선경기 한국 2-1 일본 황선홍 결승골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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