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쿄, 유준상 기자) 야구 대표팀의 마무리투수 정해영이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며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APBC 2023 호주와의 예선 1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순탄치 않은 과정 속에서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한국은 2개 대회 연속 결승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17일 일본전과 18일 대만전을 앞둔 선수들 입장에서도 한결 부담을 덜게 됐다.
선발투수 문동주가 5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를 펼치고도 타선이 2득점에 묶이면서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대표팀이 정규이닝 동안 뽑은 점수는 2회말 김형준, 8회말 김주원의 1타점 적시타가 전부였다.
결국 2-2에서 맞이한 9회초 2사 1·2루에서 마무리투수 정해영이 호출됐다. 홀이 6회초 문동주를 상대로 홈런을 쳤던 것을 감안한 투수교체였다. 정해영은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고, 알렉스 홀에게 삼진을 솎아내면서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정해영은 승부치기가 펼쳐진 10회초에도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무사 1·2루에서 클레이튼 캠벨에게 삼진을 유도한 데 이어 크리스토퍼의 버크의 강습타구 때 공을 한번에 포구하지 못한 김도영이 3루를 찍고 2루로 공을 던져 주자 두 명을 잡았다.
10회초를 실점 없이 마감한 대표팀은 10회말 노시환의 끝내기 안타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류중일 감독은 "7회초 최지민에 이어 8회초와 9회초를 최승용이 잘 막아줬다. 마무리투수 정해영도 잘했다. 또 10회초 김도영이 수비를 잘해주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불펜의 호투를 칭찬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정해영은 "대구에서 소집 훈련을 할 당시 승부치기 연습을 했고, 그때 공을 던졌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며 "포수 (김)형준이 형이 승부치기를 할 때 코스를 낮게 보라고 해서 공을 낮게 던졌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해영은 "연장에 돌입하기 전부터 코치님도 그렇고 형준이 형도 상대가 번트를 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초구를 조심하라고 했는데, 상대가 초구에 번트를 대지 않으면서 좀 더 집중했던 것 같았다. 두 타자만 더 막으면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승부치기를 돌아봤다.
삼진 이후 1사 1·2루에서 강습타구가 3루 쪽으로 향했을 땐 어떤 마음이었을까. 정해영은 "(타구가 날아가자마자) 바로 봤는데, 다행인건지는 몰라도 한 차례 공을 놓치면서 아웃카운트 2개가 채워졌다. (김)도영이에게 고맙다고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현재 대표팀의 전문 마무리 요원은 정해영 단 한 명뿐이다. 나머지 불펜투수들은 대체로 롱릴리프를 경험했다. 그만큼 남은 기간에도 대표팀에서 정해영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정해영은 "따로 생각하고 있거나 코치님, 감독님이 주문하신 건 없다. 언제 등판하더라도 주어진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려고 한다"며 "내가 굳이 나가지 않더라도 우리 투수들 모두 다 좋다. 내가 등판하더라도 최대한 막으려는 생각만 하고 있고, 오늘 경기도 다같이 잘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남은 경기에서도 정해영은 모든 힘을 쏟을 계획이다. 당장 17일에 진행되는 일본전에서도 충분히 등판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정해영은 "지금 몸 상태는 좋기 때문에 또 등판하게 된다면 열심히 던지고 싶다"며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까 마지막에도 웃으면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