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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울린 고영표의 '인생 K'..."상대팀 응원 많을 때 이기면 더 짜릿해" [KS1]

기사입력 2023.11.08 07:15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KT 위즈 토종 에이스 고영표가 자신의 커리어 최고의 'K'를 잡아내고 팀의 마법 같은 가을 여정에 또 한 번 승리를 안겼다. 천적 LG 트윈스를 극복한 것도 의미가 컸다.

KT는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1차전에서 LG를 3-2로 이겼다. 지난 5일까지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체력적인 열세 속에서도 신승을 거두고 구단 역사상 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에 청신호를 켰다.

KT의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의 수훈갑은 단연 선발투수로 나선 고영표였다. 고영표는 6이닝 7피안타 2사구 3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 퀄리티 스타트+ 피칭과 함께 제 몫을 해줬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KT는 1회초 선취점을 얻었지만 수비 실책 여파 속에 역전을 허용했다. 고영표는 1회말 1사 후 박해민과 김현수에 연속 안타를 맞았다. 1사 1·3루 실점 위기에서 LG 4번타자 오스틴 딘에 내야 땅볼을 유도했지만 KT 2루수 박경수의 포구 실책 속에 3루 주자가 득점했다. 박경수의 실책이 없었다면 충분히 병살타로 연결할 수 있는 타구였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 컸다.



고영표도 덩달아 흔들렸다. 계속된 1사 1·2루에서 오지환에 안타를 내주면서 상황이 1사 만루로 악화됐다. 이어 문보경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그 사이 3루 주자 김현수가 홈 플레이트를 밟으면서 스코어가 1-2로 뒤집혔다.

하지만 고영표는 무너지지 않았다. 2사 1·3루에서 박동원을 내야 땅볼로 처리하고 더 이상의 추가 실점 없이 1회말을 끝냈다. 2회말 2사 1·2루에서도 김현수를 내야 땅볼로 잡으면서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했다.

고비를 넘긴 고영표는 이닝을 거듭할수록 더 단단해졌다. 3회말 오스틴-오지환-문보경을 삼자범퇴 처리하면서 안정을 찾았다.

최대 위기였던 4회말에는 주무기 체인지업의 위력이 빛났다. 1사 1루에서 신민재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1사 1·3루가 됐지만 공격적인 투구로 빠르게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홍창기를 1루 땅볼로 솎아낸 뒤 2사 2·3루에서 박해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풀카운트에서 8구째 110km짜리 체인지업이 홈 플레이트 앞에서 폭포수처럼 뚝 떨어지면서 박해민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고영표는 6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LG 타선을 삼자범퇴로 봉쇄했다. 선두타자 문성주를 우익수 뜬공, 신민재를 1루 땅볼, 홍창기를 삼진으로 막고 포효했다. 



KT는 고영표의 쾌투 속에 LG의 공세를 실점 없이 넘겼다. 4회초 장성우의 1타점 적시타로 2-2 동점을 만들고 LG와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고영표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는 손동현이 7, 8회를 퍼펙트로 막으면서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9회초 터진 문상철의 결승 1타점 2루타로 역전한 뒤 9회말 박영현의 1이닝 퍼펙트 무실점 세이브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77.4%(29/39)다. KT는 고영표를 앞세워 이 확률을 잡고 기분 좋게 한국시리즈를 시작했다. 고영표도 생애 첫 한국시리즈 선발등판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고영표는 1차전 종료 후 공식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위기가 많았지만 실점 없이 잘 넘겼고 타선이 마지막에 득점을 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1회말 수비 실책에 대해서는 "포스트시즌에서는 특히 더 팀과 승리 두 가지만 생각하고 던지는 데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동료의 실책이 나오면 내가 도와줘야 한다"며 "양 팀 다 오늘 어수선한 플레이가 나왔는데 이 부분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 막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최대한 여기에만 집중했고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KT가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 패배로 시리즈 탈락 위기에 몰려있던 지난 2일 3차전 선발투수로 나와 6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마법사 군단을 구해냈다.

4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른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LG 타선을 기대 이상으로 막아줬다. 정규리그에서 LG전 4경기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부진했던 탓에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를 보기 좋게 깨버렸다.




고영표는 "컨디션은 플레이오프 3차전 때가 더 좋았다"며 "오늘 게임 초반에는 투구 밸런스가 베스트가 아니었다. 다행히 던지면서 조금씩 나아졌고 3회부터는 좋은 밸런스로 투구했다"고 자평했다.

또 "시즌 때 LG에게 많은 패배를 당했고 그 패배를 잊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승리가 있었다"며 "4회말에는 내가 위기를 자초한 것도 있는데 자책할 시간이 없었다. 박해민 선배를 삼진으로 잡을 때는 쓰리 볼까지 카운트가 몰려서 1루를 채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다행히 집중력이 좋아졌다. 꼭 삼진이 필요할 때 삼진을 잡았기 때문에 내 선수 커리어에서 가장 짜릿한 삼진이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잠실야구장을 가득 메운 2만3750명의 관중들 중 대부분이 홈 팀 LG의 팬들이었지만 주눅들지 않았다. 고영표는 외려 이런 상황과 분위기를 즐기면서 공을 뿌렸다는 입장이다.

고영표는 "LG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이 힘들지 않고 재미있고 즐거웠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LG팬들이 많이 오셔서 놀라웠다"며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했다. LG팬들의 응원은 이미 다 적응을 해서 왔다. 상대팀을 응원하는 관중들이 많을 때 우리가 좋은 플레이를 해서 이기면 더 짜릿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박지영 기자/고아라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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