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유준상 기자)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2015 WBSC 프리미어12를 끝으로 국제대회 성적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긴 했지만, 대회를 통해 성과만 얻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
결국 뚜렷한 성과를 내야 하는 대회에서 부진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대표팀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고, 좀처럼 쉽게 고민이 풀리지 않았다.
그동안 대표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여러 의견이 제시됐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7월 'KBO리그·팀 코리아 레벨업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여러 세부 내용이 있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전임 감독제'다. 전임 감독제를 도입할 경우 대회가 열릴 때마다 감독을 선임할 필요가 없고,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도 대표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어떻게 보면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다.
당시 KBO는 "오는 2026 WBC까지 대표팀의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전임 감독제를 운영한다. 감독을 보좌하고 대표팀의 방향성과 정책을 연구할 코치 역시 전임으로 선임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대회에 임박해 대표팀을 소집했던 것과 달리 꾸준히 해외팀을 상대로 평가전과 교류전을 개최해 대표팀을 운영할 예정이다. 2024년 MLB 서울 개막전을 앞두고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각각 평가전을 추진하고 매년 다양한 국가의 팀과 경기를 치러 국내 선수들에게 국제 경쟁력과 경험을 축적시키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KBO는 지난달 APBC 대표팀 감독으로 류중일 감독을 선임할 당시 "KBO와 전력강화위원회는 APBC 2023 대회 종료 직후, 2024 프리미어 12, 2026 WBC 등 향후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을 이끌 전임 감독 선임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향후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류중일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류 감독은 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대표팀 소집 훈련 2일 차 일정에 앞서 전임 감독제 관련 질문을 받은 뒤 "아무래도 필요하지 않겠나. 과거 선동열, 김경문 감독이 성적을 내지 못한 뒤 내가 아시안게임에 이어 APBC 대표팀까지 맡고 있는데, 국제대회가 많지 않다 보니 (전임 감독제 도입을) 섣불리 정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올해의 경우 지난 3월 WBC부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APBC까지 굵직한 대회가 세 차례나 열린다. 다만 3개 대회 모두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으면서 개최 시기가 조정됐다. 아무리 많아야 1년에 국제대회가 한 두 차례 열리는 게 일반적이다. 올해처럼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전임 감독제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류중일 감독은 더 나아가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시즌이 끝난 뒤 경기 혹은 훈련 등의 일정을 통해서 선수들에게 태극마크를 달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게 류 감독의 생각이다. KBO의 'KBO리그·팀 코리아 레벨업 프로젝트'와 비슷한 맥락이다.
류 감독은 "전임 감독제가 된다면 어떤 방법으로라도 선수들이 모여 경기도 하고 훈련을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올가을 호주프로야구(ABL)에 선수들을 파견하는 방식처럼 대표팀도 상비군 형식으로 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올핸 한국시리즈가 11월 중순에 끝나지만 내년부터는 일정을 조금씩 앞당기면 10월에 포스트시즌이 마무리되지 않나. 그렇게 되면 일반적으로 10월 중순부터 11월까지 마무리 캠프가 열리는데, 그때도 선수들이 모여 얼굴을 익히고 연습경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류중일 감독은 평가전과 훈련 등으로 꾸준히 기량을 쌓는 일본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일본은 어떻게든 선수들을 모아서 경기도 하고 선수들, 코칭스태프가 서로 어색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 대표팀을 봤을 때 며칠간 모여서 연습하고 대회에 나가는 게 계속 반복됐기 때문에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성적을 못 내고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전임 감독제가 도입된다면 틈만 나면 모여서 경기를 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 식으로 하다 보면 경쟁력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무나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게 아니다. 경험상 대표팀 경험이 정신적으로나 기량 면에서나 크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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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