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김지수 기자) NC 다이노스 베테랑 외야수 권희동이 '가을 사나이'의 힘을 유감없이 뽐냈다. 지난겨울 인고의 시간을 딛고 포스트시즌에서 팀의 주축으로 우뚝 섰다.
NC는 3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승제) 1차전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9-5로 이겼다. 한국시리즈를 향한 기선 제압에 성공, 3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차전을 기분 좋게 준비할 수 있게 됐다.
NC 승리의 수훈갑은 선발투수로 출격한 에릭 페디였다. 페디는 6이닝 3피안타 1피홈런 1볼넷 12탈삼진 1실점 완벽투로 KT 타선을 잠재우고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타선에서는 권희동의 방망이가 빛났다. 5번타자 겸 좌익수로 나선 권희동은 4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 1볼넷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NC의 승리를 견인했다.
권희동은 첫 타석부터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다. NC가 1-0으로 앞선 1회초 2사 3루에서 KT 에이스 쿠에바스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냈다. 노 볼 투 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면서 출루에 성공했다.
권희동은 두 번째 타석에서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NC가 3-0으로 앞선 3회초 1사 3루에서 깨끗한 우전 안타로 3루 주자 박건우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간결한 스윙이 돋보였다.
권희동의 활약은 계속됐다. NC가 6-1로 리드한 4회초 2사 1·2루에서 KT 3번째 투수 이상동을 무너뜨렸다.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3루타를 쳐내 스코어를 8-1로 만들었다. 무려 11구까지 이어진 풀카운트 혈투에서 이사동의 141km짜리 직구를 완벽하게 받아쳤다.
승부에 쐐기를 박은 것도 권희동이었다. 권희동은 NC가 8-1로 앞선 9회초 1사 후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도태훈, 오영수의 연속 안타 때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
권희동은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2타수 2안타로 주춤했던 타격감을 플레이오프 시작과 함께 한껏 끌어올리며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권희도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직후 "팀이 이겨 기쁘다. 내가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기보다는 상위 타선에서 게임을 잘 풀어줘서 어떻게든 보탬이 되려고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4회초 3루타 때는 우리가 추가점을 얻으면 게임이 우리 쪽으로 많이 기울 수 있기 때문에 타구가 제발 잡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뛰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권희동은 NC가 1군에 진입한 2013 시즌부터 올해까지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고 팀을 지키고 있는 원클럽맨이다. 2014년 NC의 첫 가을야구부터 2020년 첫 통합우승의 순간까지 함께한 NC 역사의 산증인이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강했다. 올해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통산 가을야구 30경기에서 타율 0.309(81타수 25안타) 10타점 OPS 0.781로 제 몫을 톡톡히 해줬다.
올해 가을야구는 권희동에게 더 특별하다. 2022 시즌 종료 후 생애 첫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해 권리를 행사했지만 원 소속팀 NC는 물론 타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지 못했다.
권희동은 결국 국내에서 개인 훈련을 이어오던 지난 2월 말 NC와 계약기간 1년, 연봉 9000만 원, 옵션 3500만 원 등 총액 1억 2500만 원에 계약을 마쳤다. 2022 시즌 연봉 1억 1000만원보다 보장 금액이 적었다.
그러나 권희동은 프로였다. 지나간 일에는 미련을 두지 않았다. 2023 시즌 96경기 타율 0.285(309타수 88안타) 7홈런 63타점 OPS 0.793으로 활약하며 NC 타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권희동이 없었으면 어쩔뻔했나'라는 반응이 NC 팬들 사이에서 나오는 게 당연했다.
권희동은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가족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올해 팀에 합류한 시기가 늦었지만 동료들과 이렇게 좋은 시즌 마무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아 그걸로 됐다"고 자신의 진심을 밝혔다.
또 "시즌 중간에 1군에 올라와서 어떻게든 보탬이 되려고 열심히 뛰었다. 연결고리 역할에 집중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다"며 "내가 포스트시즌에 강한 건 '가을 DNA'가 있다기보다 스코어와 관계없이 어떻게든 출루하고 점수를 얻는 부분에 집중하니까 잘 풀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NC의 포스트시즌 선전 비결로는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고른 활약을 꼽았다. NC는 정규리그 개막 전에는 5강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최종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꺾었고 준플레이오프에서는 3연승으로 정규리그 3위 SSG 랜더스를 업셋(Upset)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2위 KT를 1차전에서 완파하면서 올 시즌 가을야구 5연승을 내달리는 중이다.
권희동은 "내가 지난 5월 1군에 올라왔을 때 NC를 보면 절대 약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며 "팀이 짜임새 있고 어린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준다. 또 번갈아 가면서 '미치는' 선수가 나오는 것도 우리가 포스트시즌에서 선전하고 있는 비결 같다. 플레이오프 1차전은 오영수가 그랬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아섭 형을 비롯한 베테랑들이 후배들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못 쳐도 신경 쓰지 말라고 격려해 주시는데 어린 선수들이 더 자신감을 가지고 하게 된다"며 "어린 선수들이 불붙으면 베테랑들보다 더 무섭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