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역대 1군 선수들을 기리기 위해 '레거시 넘버(Legacy number)'를 도입한 가운데 총 879명 중 손흥민은 805번을 차지했다.
토트넘은 지난 26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린 토트넘 1군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에게 고유 레거시 넘버를 부여하게 됐다는 걸 발표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발표했다.
'레거시 넘버'란 그동안 토트넘에서 뛴 모든 1군 선수들의 데뷔 순서에 따라 매기는 번호이다.
토트넘의 첫 번째 공식 1군 경기는 1894년 10월 웨스트하츠와의 FA컵 경기이다. 이때 선발로 나온 11명의 선수가 이름 알파벳 순서대로 레거시 넘버를 1~11번까지 배정 받았다.
이후부턴 토트넘 1군 경기에 출전한 순서대로 번호가 매겨졌다. 레거시 넘버를 배정하기 위해 토트넘은 그동안 클럽에 몸담은 선수들의 데뷔 순서를 모두 조사했다. 이를 끝마치면서 공식적으로 레거시 넘버을 도입하게 됐다.
토트넘은 2019년 11월 레거시 넘버를 도입한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창설 이후 토트넘에서 활약한 선수들도 각자의 번호를 속속 받았다. 대런 앤더튼이 1990년대 잉글랜드 대표팀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596번 받은 것을 비롯해 위르겐 클린스만 현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은 617번을 받았다.
로비킨과 저메인 데포는 각각 672번과 686번을 받았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715번, 개러스 베일은 726번을 받는 등 토트넘 스타플레이어들도 레거시 번호에 예외가 아니었다.
대한민국 축구스타이자 토트넘 주장 손흥민은 805번째로 토트넘 1군에서 데뷔한 선수이기에 805번이 매겨졌다. 가장 최근에 토트넘 1군 데뷔전을 치른 아르헨티나 공격수 알레호 벨리스는 879번을 받았다.
토트넘 레전드 가레스 베일은 726번, 현재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해리 케인은 767번을 받았다. 과거 손흥민 이전에 토트넘에서 활약한 대한민국 선수인 이영표는 709번인 것으로 확인됐다.
선수들의 고유한 레거시 넘버는 유니폼 뒤쪽 카라 바로 아래에 새겨지는데, 토트넘 선수들은 오는 28일 오전 4시 영국 런던에 위치한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리는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맞대결부터 레거시 넘버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토트넘은 레거시 넘버를 통해 그동안 1군 무대에서 클럽을 대표한 모든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동안의 공로를 기억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의 레거시 넘버는 토트넘의 길고 풍부한 역사 동안 자부심을 갖고 우리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들의 공헌을 인정하는 방식"이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선수들 사이에 진정으로 독특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낸다"라고 밝혔다.
특히 토트넘은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레거시 넘버 도입을 발표할 때 손흥민을 메인 모델로 삼아 눈길을 끌었다. 이는 손흥민이 현재 토트넘 주장이라는 점도 반영됐지만, 그가 팀 내 최고의 스타이면서 향후 레전드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주는 징표로도 볼 수 있다.
포스터에 등장한 인물은 420번인 대니 블랜치플라워와 448번 지미 그레이브스, 511번 오시 아르딜레스, 그리고 클린스만, 손흥민이다.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현역인 손흥민이 찰칵 세리머니 하는 모습을 가운데에 가장 크게 그려넣어 지금 토트넘을 대표하는 인물은 레전드 선수들이 아닌 손흥민임을 알렸다.
토트넘은 "손흥민에 대해 "세계 축구의 스타로 손흥민 위상은 계속 오르고 있다. 이젠 토트넘의 전설이 됐다. 아시아 최고의 축구 수출품"이라며 극찬했다.
지난 2015년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이적한 손흥민은 지난 8시즌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토트넘 공격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데뷔 시즌 40경기 8골로 쉽지 않은 1년을 보냈지만 2016/17시즌 47경기 21골, 2017/18시즌 53경기 18골을 넣으면서 토트넘 라인업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로 급부상했다. 2016/17시즌엔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를 두 번이나 수상하면서 리그 전체에서의 A급 선수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시즌마다 20골 안팎을 기록하던 손흥민은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 35경기 23골을 폭발하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도 올라 토트넘 이름을 다시 한 번 빛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36경기 10골로 다소 주춤했으나 두 자릿 수 득점은 지켜내면서 자존심을 세웠다.
새 시즌을 앞두고 주장으로 선임된 손흥민은 측면 윙어와 스트라이커를 오가며 케인 공백을 훌륭히 메우는 중이다. 축구장에선 9경기 7골을 터트리며 토트넘을 훌륭하게 이끌고 있다. 경기장 밖에선 헌신의 리더십으로 토트넘 선수들을 하나로 모아 7승2무, 무패 질주의 한 축이 되고 있다.
케인이 이적하고 지난해까지 주전 골키퍼였던 위고 요리스가 밀려나면서 손흥민이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이자 '리빙 레전드'급 대우로 격상된 것이다.
레거시 넘버를 달고 처음 치르게 될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손흥민이 '리빙 레전드'이자 805호의 위력을 뽐낼지 더욱 궁금하게 됐다.
토트넘은 28일 오전 4시 영국 런던 셀허스트파크에서 크리스털 팰리스와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원정 경기를 벌인다.
마침 토트넘이 손흥민과 1년 연장계약한다는 보도가 나와 더 주목받게 됐다. 글로벌 스포츠 미디어 '디 애슬레틱'은 26일 "토트넘은 손흥민의 계약을 1년 더 연장할 것이다"고 했다. 토트넘의 새 주장이자 공격 핵심인 손흥민은 2025년 여름 토트넘과의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다.
'디 애슬레틱'은 이어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엔 1년 연장 옵션이 붙어있다"며 "토트넘이 가까운 미래에 체결할 가장 큰 계약"이라고 덧붙였다.
사진=토트넘,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