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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증세에 몸살까지 앓았다"…곽빈이 털어놓은 'AG 뒷이야기'

기사입력 2023.10.14 06:30



(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예상치 못한 부상에 자리를 비워야 했던 '에이스'가 깔끔한 투구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두산 베어스 투수 곽빈이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두산은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3-1로 승리하면서 2연승을 달렸다. 올 시즌 상대전적 12승4패로 KIA전을 끝낸 두산은 73승2무65패를 마크했다.

선발 중책을 맡은 곽빈의 호투가 결정적이었다. 곽빈은 6이닝 동안 109구를 던졌고, 2피안타 2사사구 9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면서 시즌 12승째를 올렸다. 직전 등판이었던 지난달 18일 광주 KIA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까지 달성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한 곽빈은 대표팀 소집으로 인해 2주 이상 자리를 비웠다. 게다가 중국 항저우 출국 이후 홍콩과의 조별리그 1차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등에 담 증세를 느끼면서 정상적으로 등판을 소화할 수 없었다. 뒤늦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긴 했지만,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하고 대회를 마쳐야 했다.

국내 복귀 이후에도 한동안 회복에 집중한 곽빈은 이날에 맞춰서 모든 걸 준비했다. 경기 전 이승엽두산 감독은 "아주 미세하게 (담 증세가) 남아있다고 하는데, 경기를 하지 못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팀이 충분히 (곽)빈이에게 맞췄던 날이 오늘이고, 빈이가 오늘은 괜찮다고 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경기를 준비했다"고 곽빈의 호투를 기대했다.



곽빈은 1회초부터 150km/h가 넘는 직구를 뿌리며 우려를 불식시켰고, 3회초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4회초 선두타자 김선빈과 소크라테스의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의 위기를 자초한 뒤 이우성의 희생플라이로 점수를 헌납했지만, 이날 곽빈의 실점은 이 1점이 전부였다.

곽빈은 4회초 김태군과 변우혁을 각각 땅볼,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고, 5회초와 6회초에는 2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탈삼진 9개를 솎아내며 8월 1일 한화와의 원정경기(10개) 이후 가장 많은 탈삼진을 기록했다.

경기 후 곽빈은 "사실 대표팀에 합류한 뒤 밸런스가 너무 좋아서 이제 잘 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담 증세도 있고 해서 그 밸런스를 조금 잊었던 것 같다. 팀 순위가 올라갈지, 내려갈지가 한 경기에 달려 있기도 했고 안 좋은 얘길 들으면서 계속 힘들었던 것 같다. 이번 경기로 '내가 좀 보여주자'고 강하게 인식하고 던졌던 것 같다"며 "경기 초반에는 솔직히 안 좋았는데, 코치님께서 도와주시고 타자들도 점수를 내서 편안한 마음으로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자신의 투구를 복기했다.

슬라이더(54개)가 직구(35개)보다 많았던 점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이승엽 감독은 "선발 곽빈이 좋은 투구를 해줬다. 포수 양의지가 노련하게 볼배합을 하면서 6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곽빈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직구가 스트라이크 존에 안 들어가더라. (양)의지 선배도 빨리 (그 부분을) 알아내서 슬라이더를 많이 요구했는데,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 존에 정말 잘 들어가더라. 그래서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슬라이더를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몸 상태가 완벽한 건 아니다. 곽빈은 "솔직히 말하면 담 증세가 완전히 낫진 않았는데, 이제 거의 다 낫긴 한 것 같다. 아직 미세하게 느낌이 좀 있는데, 그래도 신경 쓰고 던질 정도는 아니다"며 "애초에 투구수가 많아서 어쩔 수 없이 6이닝만 던지고 내려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아시안게임에 이어 정규시즌 등판까지 마무리한 곽빈은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다. "너무 힘들었다. (김)동주나 다른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며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을 먼저 언급한 뒤 중국 현지에서 담 증세가 발생한 이후의 상황을 설명했다.

곽빈은 "조별리그 1차전 홍콩전을 앞두고 2시간 전에 몸을 풀고 있었는데, 담이 온 것 같아서 트레이너에게 '해보고 싶은에 어떻게 안 되겠나'라고 했다"며 "트레이닝 파트에서는 무리하지 말고 좀 쉬자고 해서 그날 쉬었고, 이튿날 최일언 투수코치님이 나가서 캐치볼을 한 번 해보라고 해서 좀 쉬면 던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날 밤에 몸살 기운 때문에 열이 39도 가까이 올라갔다"고 털어놓았다. 담 증세 이외에도 곽빈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이유가 또 존재했던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곽빈은 슈퍼라운드 돌입 이후 몸 상태를 회복했다.

그는 "그 상태에 새벽에 혼자 끙끙대고 아침에 링거를 맞은 뒤 담 풀리는 주사를 3대나 맞았음에도 낫질 않았다. 쉬는 날에 주사를 맞았고, 근육을 좀 풀어주는 침을 맞았는데 담이 풀렸다. 그때부터 준비했던 것 같다"며 "슈퍼라운드 2차전 중국전부터 대기했고, 그때 피칭도 했다. 대만과의 결승전에서도 2회부터 팔을 풀었는데, 다행히 선발 (문)동주가 너무 잘 던져줬다. 후반에는 필승조들이 있으니까 맡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한 경기도 치르지 못하고 금메달을 딴 곽빈은 무거운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지만, 동료들과 선배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대회를 준비하며 배운 것도 있었다.

곽빈은 "볼 때마다 미안하다고 했다. 형들도, 후배들도 괜찮다고 했고 격려를 많이 해줬다"며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아시안게임까지 대표팀을 두 번 갔는데, '난 아직 한없이 부족한 선수'라는 걸 항상 느꼈다. 대만이나 일본 투수들이 엄청 좋더라. 나는 아직 그 정도가 아닌 것 같아서 갔다 오면 항상 겸손해지는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으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만회한 곽빈은 이제 가을야구에서의 활약을 다짐한다. 그는 "(부담감을) 조금 덜어낸 것 같고, 다음 국제대회 때 또 대표팀에 뽑히면 그땐 정말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잘 쉬면서 이 감각을 유지하고, 힘을 얻은 상태로 가을야구에서 던지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두산 베어스,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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