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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4연패 '주장' 김혜성 "마지막 병살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AG 인터뷰]

기사입력 2023.10.09 07:00



(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유준상 기자) 프로 데뷔 이후 첫 대표팀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았지만, 김혜성(키움)은 대표팀 소집부터 결승까지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7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에서 대만에 2-0 승리를 거두고 대회 4연패를 달성했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4개 대회 연속 금메달로 한국 야구의 저력을 입증했다.

특히 이번 대표팀은 이전 대회와 달리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됐다는 게 눈길을 끌었다. 다르게 보자면, 평균 연령이 낮아진 만큼 확실하게 구심점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했다. 사령탑의 선택을 받은 선수는 김혜성이었다. 2021년 도쿄올림픽,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이어 이번 아시안게임이 자신의 세 번째 국제대회였는데, 소속팀이 아닌 대표팀에서 주장 완장을 찬 건 처음이었다.

김혜성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들을 이끌었고, 공격과 수비에서 제 몫을 다했다. 특히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게 결정적이었다. 팀이 2-0으로 앞선 9회초 1사 1·2루에서 침착한 포구와 송구 동작으로 병살타를 만들면서 본인의 손으로 대표팀의 금메달을 확정했다. 류중일 감독도 "(김)혜성이가 마지막에 결승전에서 잘하지 못했지만 예선 때 잘해줬다. (결승전 9회초에) 혜성이가 역시 KBO리그 최고의 내야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아주 잘해줬다"고 치켜세웠다.



대회 일정이 끝난 뒤 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김혜성은 "일단 재밌었다. 주장으로서 이렇게 국제대회에 참가한 건 처음이었는데, 그런 점에 있어서 새로운 마음이었다. 너무 행복했다"라며 "(도쿄올림픽과 WBC에서) 두 번 다 아쉬움만 남기고 왔는데, 이렇게 끝이 너무 좋고 금메달을 따서 너무 행복한 것 같다"고 아시안게임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김혜성은 사령탑의 칭찬에 대해 "과찬인 것 같다"라며 웃은 뒤 "나 말고도 다른 팀원들이 잘 쳐줘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박)세웅이 형부터 막내 (장)현석이, (김)동헌이까지 다같이 나이와 관계없이 한마음 한뜻으로 했던 게 너무 잘 된 것 같다. 또 전력분석팀 형들이 미국에 넘어가서 준비해 주셨기 때문에 마지막에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팀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그는 "첫 스타트가 좋기 때문에 앞으로 그 친구들과 같이 계속 대표팀에 나가다 보면 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어리지만, 아무래도 (대부분) 어린 선수들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올라갈 때 확 올라가는 게 장점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메달 확정의 순간을 돌아본 김혜성은 "일단 (9회초) 1사 1·2루였고 좌타자였기 때문에 80% 이상 나한테 (공이) 올 것 같았고, 그 전에 나한테 오면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마침 그렇게 땅볼이 왔고 무조건 내가 직접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생각보다 더 손목을 써서 약간 당황했는데, 다행히 송구가 부정확하게 가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역사는 아니더라도 내가 끝냈기 때문에 기억에 가장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주장으로서 부담감이 컸지만, 김혜성은 선배들의 격려로 힘을 얻었다. 그는 "(대만전 패배 이후) 솔직히 지고 나서 바로 할 수 있다고 해주지도 못했고, 나도 사람인지라 지고 나서 속상하고 아쉬운 마음이 컸다"라며 "전 대표팀 선배들로부터 연락이 많이 왔다. 양현종 선배님, 박병호 선배님, 허경민 선배님 등 선배님들이 연락을 주셔서 '네가 그래도 주장이고 하니까 팀을 잘 이끌어야 한다. 잘하고 있고,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고 말씀해 주셨다. (스스로) '내가 주장인데 난 처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좋은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부상으로 이탈한 팀 동료 이정후(키움) 역시 대회 기간 내내 김혜성에 격려를 보냈다. 김혜성은 "(이)정후에게도 연락이 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도 대만에 졌고, 우리도 그러다가 우승했으니까 절대 안 좋은 생각하지 말아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말해줘서 다같이 으쌰으쌰 했던 것 같다. 정후도 대표팀에 가는 건 너무 좋은 일인데 함께하지 못해서 아쉬워하더라. 그래서 계속 그렇게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제 소속팀으로 돌아가는 김혜성은 정규시즌 잔여경기를 모두 소화할 계획이다. 키움은 10일 삼성과의 홈 최종전을 포함해 총 3경기를 남겨둔 상태다. 김혜성의 타이틀 경쟁도 여전히 진행 중으로, 그는 최다안타 부문 1위(183개)를 달리고 있다. 2위 손아섭(NC)과는 1개 차다. 다만 비교적 NC(7경기)의 경기 수가 더 많이 남았다는 게 변수다.

김혜성은 "잔여 경기 수에 대한 차이가 큰데, 남은 경기에 다 나가서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체력적으로 힘든 건 아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끝나야 후회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김혜성은 팬들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이날 공항에 수백 명의 야구팬이 몰린 가운데, 입국장 한쪽에 걸린 '국대 캡틴 김혜성 전역 축하'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키움 팬들이 준비한 '환영 인사'였다. 뒤늦게 문구를 확인한 김혜성은 "좋다"는 짧은 한마디와 함께 환한 미소를 보였다.

김혜성은 "축구 대표팀도 오고 양궁 대표팀도 오니까 (입국장에) 사람이 많을 것 같긴 했다"라며 "시상식에서 메달을 수여할 때는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는데, 이렇게 비행기를 타고 와서 모든 분이 볼 때마다 축하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그때 실감이 나고 너무 행복했던 것 같다. 이렇게 끝날 수 있어서 좋다"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사진=인천공항, 고아라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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