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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설욕' 다짐한 류중일호, 마이너 유망주에 '두 번' 안 진다 [항저우 리포트]

기사입력 2023.10.07 07:30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 국가대표팀이 4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역사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다. 쓰라린 패배를 안겨줬던 대만을 넘어서야만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다. 대만이 자랑하는 유망주 투수들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은 6일 중국 항저우 사오싱 야구 스포츠 문화센터(Shaoxing Baseball & Softball Sports Centre-Baseball)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 라운드 2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8-1로 이겼다.

한국은 전날 일본을 2-0으로 꺾은 데 이어 이날 중국까지 격파하면서 슈퍼 라운드 2위를 확보, 오는 7일 저녁 7시 30분(한국시간) 슈퍼 라운드 1위 대만과 금메달 결정전에서 우승을 놓고 다투게 됐다.

한국의 금메달 결정전 진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1일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홍콩을 10-0 8회 콜드게임(Called Game) 승리를 거두고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이튿날 열린 대만과 2차전에서 0-4 완패를 당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본선은 8개국이 A, B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2위가 슈퍼 라운드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슈퍼 라운드 진출팀끼리 맞대결을 펼쳐 1~2위는 금메달 결정전, 3~4위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격돌한다.

문제는 조별리그에서 경기를 치른 팀들은 슈퍼 라운드에서 재대결 없이 조별리그 승패 결과가 최종 순위 결정 과정에 반영된다. 한국은 이 때문에 슈퍼 라운드에서 A조 2위 일본, 1위 중국을 모두 이기더라도 승률이 같은 팀이 나온다면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했다. 

한국은 다행히 일본, 중국을 모두 꺾은 가운데 대만이 중국을 이겨주면서 원했던 결승 진출 최상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이뤄졌다. 이제는 대만에게 복수를 성공하고 금메달을 손에 넣는 일만 남았다.

조별리그 대만전 패인은 타선 침묵이었다. 선발투수 문동주(4이닝 2실점)를 비롯해 불펜진이 8회까지 대만 타선에 2실점만 내주면서 어느 정도 제 몫을 해줬지만 타자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대만이 자랑하는 좌완 특급 유망주 린위민(Lin Yu-Min)의 구위에 완전히 짓눌렸다. 2003년생인 린위민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뛰고 있다. 프로 입단 첫해였던 2022 시즌에는 루키 리그와 싱글A에서 경험을 쌓았다. 2년차인 올 시즌은 더블A 무대까지 승격하면서 팀 내에서 가장 기대를 받고 있는 투수 중 한명이다.

린위민은 올 시즌 더블A 11경기에 선발등판해 5승 2패 평균자책점 4.28을 기록했다. 61이닝 동안 탈삼진 64개를 잡아내며 날카로운 구위를 뽐냈다. 전력분석에서 평균 140km 중후반대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던지고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변화구 구사 능력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린위민은 예상보다 더 강력했다. 한국 타선을 6회까지 4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구위, 제구력, 게임 운영 능력까지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국을 울렸다.



한국은 린위민을 상대로 찬스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1회초 2사 1루, 2회초 1사 1·2루, 3회초 1사 1루, 4회초 1사 1루, 5회초 1사 1루 등 거의 매 이닝 주자가 출루했다. 그러나 적시타가 터지지 않으면서 대만과 린위민의 기만 살려줬고 결과는 패배였다.

린위민의 뒤를 이어 등판한 대만 불펜진도 150km 초반대 강속구로 한국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셋업맨 역할을 수행한 구린위양(Gu LIN Ruei-Yang)은 7, 8회초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한국은 8회초 2사 후 노시환이 2루타를 쳐냈지만 후속타자 강백호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 득점에 실패했다.

한국이 0-4로 뒤진 9회말 등판한 류즈롱(LIU Chih-Jung)의 구위도 날카로웠다. 류즈롱은 1999년생으로 현재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뛰고 있다. 올 시즌은 더블A에서 26경기(24선발) 7승 8패 평균자책점 5.35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114⅓이닝 동안 탈삼진 145개를 잡아낼 정도로 '닥터K' 본능을 갖췄다. 한국전에서는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나와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류중일 감독은 대만전 패배 직후 "상대 투수들 공략에 실패했다. 우리가 연구를 많이 했지만 영상으로 봤을 때보다 공이 더 좋았다. 구속, 변화구, 제구 다 뛰어났다"고 린위민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야구대표팀 간판타자 노시환(한화) 역시 "분석을 많이 했는데도 대만 투수들의 공이 너무 좋았다. 전체적으로 스피드가 빨랐고 컨트롤까지 잘 됐다"고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한국은 다만 대만에게 두 번은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대만에게 조별리그에서 패한 뒤 노시환, 윤동희, 강백호 등 주축 타자들이 대회 기간 동안 공식 인터뷰에서 설욕을 다짐하기도 했다.

6일 중국전에서 6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던 원태인(삼성)은 "대만에게 지고 나서 저희 스마트폰 메신저 단체 채팅방을 비롯해 버스로 숙소와 경기장을 이동하는 와중에도 꼭 결승전에 올라가서 대만에게 복수하자는 말이 정말 많이 나왔다"며 "우리가 결승에서 대만과 재대결 기회를 얻은 게 감사하다. 선수들 모두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이 대만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서는 결국 타선이 터져줘야 한다. 린위민을 비롯해 구린위양, 류즈롱까지 대만의 필승조도 공략해야 한다. 

류중일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한 차례 상대했던 린위민이 금메달 결정전에서도 선발등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 조별리그 대만전에 선발투수로 나섰던 문동주를 필두로 마운드 자원을 모두 쏟아 붓는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류중일 감독은 일본전 승리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대만이 우리가 조별리그에서 상대했던 왼손 투수(린위민)가 선발투수로 나올 것 같다"며 "한 번 당했으니까 이번에는 집중해서 잘 공략하도록 하겠다. 어렵게 결승에 오른 만큼 두 번은 당하지 않고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은 일단 중국전에서 강백호가 4타수 3안타 1홈런으로 살아나고 주전 1루수 문보경(LG)도 마지막 타석에서 2루타를 쳐내는 등 대회 기간 부진했던 주축 타자들의 타격감이 살아난 부분은 고무적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최강의 테이블 세터로 활약 중인 김혜성(키움), 최지훈(SSG)이 부지런히 출루하고 중심 타선에서 클러치 본능을 발휘해줘야만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강백호는 금메달 결정전 진출 확정 후 "대만이 좋은 투수들이 많지만 우리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많이 올라왔다.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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