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진화, 나승우 기자) 고영준이 황선홍호 특급 조커로 거듭나고 있다. 2경기 연속 후반 교체 출전해 경기 흐름을 뒤집는 결정적 활약을 펼쳤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지난 27일(한국시간) 중국 진화에 위치한 진화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키르기스스탄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을 치러 5-1 대승을 거뒀다. 전반전 백승호, 정우영의 골로 앞서간 대표팀은 후반 정우영, 조영욱, 홍현석의 연속골이 터져 다득점 승리를 챙겼다.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2-0으로 앞서던 상황에서 백승호의 실수로 실점한 후 선수들은 키르기스스탄의 빠른 역습에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후반전에도 정우영의 페널티킥 골이 터지기 전까지 꽤 고전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에이스 이강인에게서 기대하던 모습들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이강인이 흔들어주고 동료들이 이를 받아 넣는 그림이 아직까지는 잘 그려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강인은 조별리그 3차전 바레인전에서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공격 포인트 없이 전반 36분 교체됐다. 키르기스스탄전에서도 58분까지 뛴 후 교체됐다.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으나 그게 결과로 이어지거나 유의미한 장면을 만들어낸 건 아니었다. 이강인이 있었음에도 답답한 공격력이 이어졌다.
하지만 고영준이 들어온 이후에는 달랐다. 확실히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보여줬던 파괴력이 다시금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황선홍 감독은 전반 36분 이강인을 불러들이고 고영준을 투입했다. 고영준은 후반 교체 투입된 백승호와 함께 중원 조합을 이뤄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수비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압박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백승호의 중거리 추가골로 2-0으로 앞서가던 후반 38분에는 직접 득점까지 올리며 황선홍 감독 기대에 부응했다.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문전 앞에서 잘 터치해 잡아 놓은 고영준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마무리지었다. 대승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16강 키르기스스탄전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이강인이 먼저 선발 출전했지만 아직까지 호흡이 잘 맞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강인의 능력 자체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한끗 차이로 기회가 무산되면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하고 후반 13분 벤치로 물러났다.
이강인을 대신해 투입된 고영준은 바레인전과 마찬가지로 공수 양면 만점 활약을 펼쳤다. 키르기스스탄의 빠른 역습에 대표팀이 고전할 때면 먼 거리를 전력 질주해 끊어냈다. 또한 이번엔 도움 한 개를 올렸다. 수비 시야 뒤로 돌아들어가는 조영욱의 침투 움직임에 맞춰 정확한 패스를 넣어줬다. 조영운은 이를 오른발 강슛으로 마무리 해 골망을 흔들었다. 대표팀은 바레인전처럼 고영준이 투입된 후 3골을 넣으며 이강인이 있을 때보다 더 파괴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고영준은 "내거 잘해서 그렇게 됐다기보다는 전반전에 형들이 다 열심히 뛰어줘서 상대가 힘이 많이 빠졌기 때문에 나한테 공간이 많이 생겨서 좋은 플레이가 많이 나왔던 것 같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대표팀의 8강 상대는 개최국 중국이다. 중국 관중들의 많은 응원과 불합리한 판정 등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영준은 "중국전에 교체로 들어갈지 안 갈지는 모르겠는데 다 각자의 역할이 있다. 교체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경기 흐름을 바꿔야 되는 역할이고. 선발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최선을 다해서 싸워줘야 된다"면서 "주어지는 역할에 맞게 최선을 다하면 중국전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선발이든 교체든 팀 승리를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어느새 도움 4개를 올렸다. 근데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털어놓은 고영준은 "욕심은 없다. 조용히 내 할 거 하면 된다. 올라가면 더 강한 팀과 만나기 때문에 개인적인 욕심을 내기보다는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